[사설] '안면몰수' 비판 듣는 '이재명 화법', 어디까지 믿어야 하나

대북 불법 송금 등 혐의로 구속된 김성태 전 쌍방울 회장이 검찰 조사에서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와 통화한 적이 있다고 진술했다고 한다. 북한 측 인사들이 참석한 간담회에서 이화영 전 경기도 평화부지사가 이 대표와 통화하다가 김 전 회장에게 전화를 바꿔줬다는 것이다. 검찰 체포 전 “이 대표와 만나거나 전화한 적이 없다”고 했고, 이 대표도 김 전 회장을 몰랐다고 한 것과 다른 것이다.

정확한 내막은 수사로 밝혀질 것이다. 하지만 드러나는 정황으로 봐선 이 대표 말의 신빙성에 갖가지 의문이 든다. 이 대표의 지사 시절 경기도와 쌍방울의 유착관계를 봐도 그렇다. 쌍방울은 경기도의 남북한 행사에 수억원을 지원했고, 이 전 부지사는 대북 접촉을 돕는 대가로 쌍방울로부터 억대 금품을 받은 혐의로 구속됐다. 게다가 김 전 회장은 2019년 이 대표가 추진한 대북사업 비용으로 500만달러, 이 대표 방북과 관련해 300만달러를 북측에 전달했다고 한다. 이 대표는 “신작 소설”이라고 했지만, 사실이라면 관련법 위반은 물론 국기 문란 차원에서 다뤄야 할 중대한 문제다.또 하나 주목되는 것은 이 대표의 교묘한 화법이다. 이 대표는 앞서 “누군가가 술 먹다가 (김 전 회장의) 전화를 바꿔줬다고 하는데 기억이 나지 않는다”고 한 바 있다. 나중에 통화 사실이 드러날 경우에 대비해 빠져나갈 구멍을 만드는 듯한 발언이다. 자신에게 불리한 사안에 대해 발뺌하고, 남 탓으로 돌리거나 ‘아니면 말고 식’으로 말한 사례가 한둘이 아니다. 극단적 선택을 한 김문기 전 성남도시개발공사 처장과 9박11일 호주·뉴질랜드 출장을 가 골프를 함께 쳤고, 수차례 대면 보고를 받았으면서 “하위직원이라 몰랐다” “전화번호부에 입력은 돼 있는데 그 사람이 그 사람인지는 연결이 안 됐다”고 했다. 대장동 의혹 관련 인물들이 대부분 이 대표와 엮여 있는데도 ‘국민의힘 게이트’라고 호도했다.

플랫폼을 만들어 욕하고 싶은 의원을 비난할 수 있게 하자고 했다가 비판이 거세자 “재미있으라고 과장한 게 문제가 됐다”고 발을 뺐다. 저학력, 저소득층이 국민의힘을 지지한다며 언론 환경 때문이라고 했다. 백현동 아파트 부지 용도 변경 특혜 의혹과 관련, “국토교통부가 협박했다”고 했으나 감사원은 협박이 아니라 협조를 구한 것이라고 했다. 대장동 등 검찰 수사에 대해선 ‘정치적 탄압을 받는 피해자’로 몰아가고 있다. 오죽하면 한 언론학자가 이 대표의 발언을 두고 ‘안면몰수 화법’이라고 규정했겠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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