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 연휴 해외여행 갔다가 '깜짝'…"세금폭탄 조심하세요" [강진규의 데이터너머]

사진=뉴스1
설 연휴을 맞아 가족 방문 대신 해외여행을 선택하는 사람들이 크게 늘었다. 코로나19 이후 억눌렸던 여행 수요가 폭발하는 모습이다. 일본 여객 수는 81만명으로 46% 급증하고, 동남아 139만명(30%), 미주 40만명(7%), 유럽 26만명(7%) 등 전세계로 여행을 떠나고 있다.

해외여행을 갈 때 빠지지 않는 것이 면세점 등에서 하는 쇼핑이다. 면세점에서 세금을 감면한 물품을 사거나, 해외에서 국내 가격대비 저렴한 명품을 구매하는 사람이 많다. 이런 경우 귀국할 때는 왠지 움츠려들게 된다. 세관에 걸려 부담스러운 금액의 관세를 물어야할 수 있어서다.

여행자 휴대품, 관세 신고해야

면세점이나 해외에서 구매한 물품 중 일부는 여행자의 휴대품으로 분류해 과세하지 않는다. 금액을 기준으로 800달러까지는 관세를 신고하지 않아도 된다.

품목별로 수량에 따라 과세 여부가 정해지는 것도 있다. 담배는 궐련인 경우 200개비, 엽궐련은 50개비, 전자담배 니코틴 용액은 20mL까지 면세처리된다. 여행자 휴대품 기본면세범위(800달러)에도 제외돼 별도로 처리된다. 향수는 60mL까지 세금을 안내도 된다. 이 경우에도 기본 면세범위와는 별도다. 주류는 합산 2L, 400달러 이하의 2병까지 관세가 면제된다. 이 범위를 넘어갈 경우 술의 종류에 따라 최종 세유이 부과된다. 와인은 68%, 위스키는 156%, 고량주는 177% 등이다.

전자제품은 1대만 통관이 가능하다. 원래는 전기용품 및 생활용품 안전관리법과 전파법에 따라 수입승인을 받는 것이 원칙인데, 1대까지는 개인 사용 목적으로 인정해 예외를 적용해주는 것이다. 세율은 물품 가격의 합계에 따라 정해진다. 1000달러 미만은 20%의 간이세율로 과세하고, 이를 초과하는 금액은 품목별로 20~55%를 내도록 하는 방식이다. 1000달러를 초과하는 경우 품목별로 세율이 다르다. 투전기, 오락용 사행기구 그 밖의 오락용품은 55%, 보석·진주·별갑·산호·호박 및 상아와 이를 사용한 제품, 귀금속 제품, 고급 시계, 고급 가방 등은 최고 50%의 세율이 적용된다.

예상 세액은 관세청 홈페이지에서 조회해볼 수도 있다. 700달러짜리 가방과 100달러 짜리 구두 두켤레, 200달러짜리 모피제품을 산 경우 세율이 높은 가방과 모피제품에서 800달러의 면세가 먼저 인정되고, 200달러어치 구두와 100달러어치 모피제품에 대해 약 5만2440원의 세금을 내야하는 것으로 계산된다.

면세 범위를 넘는 쇼핑을 한 경우 세금을 피하려고 하기보다는 자진신고 하는 게 낫다. 자진신고서를 입국 시 제출하면 최대 20만원까지(내야할 관세의 30% 범위) 세금을 깎아준다. 신고하지 않았다가 적발되면 40%의 가산세를 내야한다.국내 면세점에서 구매한 물품은 귀국할 때 관세가 부과된다. 해외 여행지에 입국할 때 해당 물품에 대해 현지에서 세금이 부과됐더라도 귀국시 관세가 붙는다. 이같은 이중과세를 피하기 위해서는 해외 여행지에 입국할 때 일시보관 제도를 이용해 세금을 내지 않아야한다고 관세청은 설명하고 있다.

세율 인하했지만 2월 이후에나 적용

정부는 최근 세제개편 후속 시행령 개정안을 통해 여행자 휴대품에 대한 관세 적용 방식을 대대적으로 바꾸겠다는 방침을 공개했다. 1000달러 이하에 적용되는 20%의 단일 간이세율을 없애고, 금액과 무관하게 15~47%의 세금을 매기기로 했다. 20%로 저율과세되는 구간을 없애는 대신 20~55%에 달하던 세율을 낮춰 여행자들의 부담을 낮추기로 한 것이다.

하지만 이같은 제도 변경은 이번 설 연휴 여행과는 크게 관련이 없다. 정부는 최근 발표한 시행령 개정안을 다음달께 공포할 예정이다. 입법예고와 의견수렴 등의 절차를 거치는 데 그정도 기간이 필요해서다. 이번 설 연휴 때 여행을 간 사람들에게는 기존의 제도가 적용되기 때문에 이를 감안해 쇼핑 전략을 세워야 세금 폭탄을 피할 수 있다.

강진규 기자 josep@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