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노동운동 탈 쓰고 지하 간첩단 활동했다는 민노총 간부들

국가정보원과 경찰이 어제 서울 중구 민주노총 본부 사무실과 영등포구의 보건의료노조 사무실, 금속노조 광주전남지부 전 간부의 전남 담양 자택, 또 다른 민주노총 관계자의 제주도 자택을 일제히 압수수색했다. 해외에서 북한 공작원과 접촉해 지령을 받은 민노총 핵심 간부가 보건의료노조 간부, 금속노조 전 간부 등과 함께 간첩단 지하조직을 건설하고, 각종 반정부 활동을 벌였다는 혐의다. 연초부터 주목을 끈 국정원의 제주 간첩단 사건 수사가 창원·진주·전주 지역으로 확대되더니 급기야 민노총 간부가 연루된 국가보안법 위반 사건까지 터진 것이다.

민노총은 이날 압수수색에 대해 “통상적인 범위를 넘어섰다” “과거 공안 통치로의 회귀”라고 반발했다. 하지만 핵심 간부가 자신의 직위를 이용해 친북·반정부 활동을 했다면 예삿일이 아니다. 한·미 합동군사연습 중단, 미국산 첨단무기 도입 반대, 반윤석열 투쟁 등 간첩 혐의자들이 쏟아낸 주장을 민노총도 그간 적지 않게 되풀이해왔다. 이런 주장이 북한의 대남 야욕 의도에 놀아난 것이라면 경악하지 않을 수 없다. 민주노총은 ‘공안 탄압’을 주장할 게 아니라, 간부 혐의에 대한 수사에 적극 협조하는 게 우선일 것이다.국민적 우려는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 문재인 정부가 조성한 대북 유화 국면이 간첩활동에 온상을 제공했을 것이란 점이다. 실제로 문 정부 때 간첩 적발 건수는 단 세 건에 불과할 정도로 대공수사가 거의 실종됐다. 이른바 진보운동권 내 종북 좌파들이 “요즘 간첩 어딨어”라고 여론을 호도하는 사이, 북한은 안보 무방비 상황을 비집고 들어와 마음껏 대남전략을 폈다. 그 시작이 2017년 충북동지회 간첩 사건이었고, 윤미향 의원 전 보좌관의 국가보안법 위반 혐의 등 잇따른 간첩활동 의혹으로 이어지고 있는 것이다.

이제 대공수사가 정상화돼야 함에도 국가정보원법 개정에 따른 대공수사 기능의 경찰 이관이 내년 1월로 예정된 점은 문제다. 대공수사 전문가 한 사람 양성하는 데 십수년이 걸리고, 해외 공작원 접촉 등 증거 축적과 일망타진을 위해 통상 10년 가까이 장기 수사하는 게 대공수사의 관례다. 제주 간첩단 사건도 첩보 입수 뒤 검거까지 10년이 걸렸다고 한다. 이런 수사 노하우가 없는 경찰로 대공수사 기능을 이관하면 어떤 결과가 나올지 상상만 해도 아찔하다. 2020년 당시 여당이던 더불어민주당이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법과 함께 3대 권력기관 개혁 입법이라며 국회 통과를 밀어붙인 국정원법 개정은 재고해야 마땅하다. 국민의힘이 국정원법 재개정을 추진한다면 민주당도 ‘공안정국 조성’ ‘사찰 부활’이라며 공격만 할 게 아니라 초당적으로 협력해야 할 것이다. 국가 안보 앞에 여야가 따로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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