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법원도 "CJ, 택배노조와 교섭해야"…원·하청 생태계 붕괴할라

서울행정법원이 어제 “CJ대한통운이 대리점 택배기사 노동조합과 교섭해야 한다”고 판결했다. 택배기사들과의 단체교섭을 거부한 것은 ‘부당노동행위’라는 중앙노동위원회의 판정을 유지한 것이다. 대법원 판례에 반하고 현행 노동법 체계와도 충돌해 산업 현장의 혼란 및 노사 갈등을 유발할 수 있다는 점에서 납득하기 힘든 판결이다.

이번 판결은 하청 근로자와 계약을 맺지 않은 원청업체를 사용자로 보고 교섭 의무를 인정한 첫 사례다. 민주노총 전국택배 노조원들은 원청인 택배사의 하청업체인 대리점과 계약을 맺은 특수고용직이다. “단체교섭을 명시적이거나 묵시적인 근로계약 관계가 없는 제3자에게로 확장할 수 없다”는 게 대법원 판례인데, 서울행정법원은 이를 부정했다.앞서 문재인 정부의 중앙노동위원회가 2021년 6월 “CJ대한통운은 노조법상 택배노조의 사용자가 아니다”고 한 서울지방노동위 판정을 뒤집고 노조 손을 들어주자, CJ대한통운이 불복해 소송을 제기했다. 중노위는 CJ대한통운이 택배기사들의 업무에 지배력이나 영향력을 갖고 있다며 사용자로 판단했다. 이 판정 이후 택배노조는 CJ대한통운 본사를 불법 점거하는 등 60여 일간 파업을 벌여 사회적 물의를 빚었다.

중노위의 ‘편파 판정’을 법원이 바로잡을 것이라는 기업들의 기대는 물거품이 됐다. 하청업체의 교섭 요구에 시달리고 있는 현대자동차·기아 현대제철 현대중공업 등 다른 기업들의 부담도 커졌다. 더불어민주당이 ‘불법 파업 조장법’(노란봉투법)을 더욱 거세게 밀어붙일 명분을 법원이 준 것도 문제다. 이 법안에는 사용자의 범위를 확대해 하청 노동자를 원청의 교섭 대상으로 인정하는 내용이 포함돼 있다.

단체교섭 사용자를 모호한 ‘지배력 또는 영향력’으로 판단하면 법적 안정성이 흔들리고 사용자의 범위가 지나치게 넓어진다. 원청과 수많은 하청업체 간 교섭 창구 단일화에 대한 법규도 없어 혼란이 불가피하다. 원청이 제3자인 하청노조와 근로조건 등을 교섭하면 파견법 위반 소지가 있어 직고용 문제가 불거질 수도 있다. 협력사의 경영권과 독립성을 심각하게 침해하는 것은 물론이다. 이래저래 해외 기업 투자유치가 더 어려워질 것 같아 걱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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