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례 보금자리론·청년도약계좌…정책금융 '신상'이 뛴다

도약 2023 - 돈버는 습관

특례 보금자리론
연 4%대 고정금리로 최대 5억원까지 대출

청년도약계좌
월 납입금 최대 6% 정부에서 보조

단체 실손보험 중지 땐 환급액 개인에게 지급

車 보험료 2% 내리고 카드 '오픈페이' 시작
‘검은 토끼의 해’로 불리는 2023년 계묘년(癸卯年)이 시작됐다. 새 꿈과 희망이 가득한 ‘시작’은 언제나 설렌다. 하나은행 신입 행원들이 지난달 23일 인천 청라동 하나글로벌캠퍼스에서 새해 소망을 담은 함성을 지르고 있다. 신입 행원들은 이곳에서 업무에 필요한 교육을 집중적으로 받은 뒤 일선 영업 현장에 투입될 예정이다. 밝고 자신감 넘치는 이들의 표정에서 숱한 위기를 극복하고 재도약하는 한국의 잠재력을 엿볼 수 있다. 김범준 기자

새해부터 달라지는 금융제도

올해 1분기 연 4%대 고정금리로 최대 5억원까지 빌릴 수 있는 정책형 주택담보대출 상품인 ‘특례 보금자리론’이 출시되고 6월엔 청년들의 목돈 마련을 돕는 ‘청년도약계좌’가 선보인다. 가입자 4000만 명에 달하는 실손보험료는 올해 평균 8.9% 오르지만 자동차보험료는 2월 말부터 2%가량 내린다. 개인과 단체 실손보험에 중복 가입한 금융소비자에 대해 어느 한쪽의 효력을 일시 중지할 수 있는 제도도 올해부터 시행된다.

○혜택 늘린 정책금융상품 잇단 출시

금융당국과 금융권에 따르면 금융위원회는 정책금융기관인 주택금융공사를 통해 특례 보금자리론을 올 1분기께 출시할 예정이다. 특례 보금자리론은 안심전환대출(변동금리→고정금리)·적격대출(장기 고정금리)·보금자리론(저리 고정금리) 등 세 가지 정책금융상품을 하나로 통합한 것으로 1년간 한시적으로 운용된다. 현재 시중은행의 변동금리 주담대 금리가 최고 연 7~8%에 달하는 상황에서 연 4%대 고정금리 주담대 상품이 선보이면 선풍적인 인기를 끌 전망이다. 기존 보금자리론이 연소득 7000만원 이하, 6억원 이하 소형 주택 등 까다로운 요건을 충족해야 했지만 특례 보금자리론은 주택 가격 9억원 이하라면 소득에 상관없이 최대 5억원까지 대출받을 수 있다. 여기에다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규제에서도 제외돼 은행 주담대보다 대출 한도를 넉넉히 받을 수 있다는 것도 장점이다. 금융위는 지난해 말 국회를 통과한 올해 정부 예산안에서 특례 보금자리론 운용을 위한 주택금융공사 출자금 1668억원을 반영했다.

대출 규제도 크게 풀린다. 올해 1분기 다주택자도 규제지역에서 집을 살 때 주담대를 받을 수 있게 된다. 2018년 9·13 대책 이후 5년 만이다. 이에 따라 서울, 경기 과천, 성남(분당·수정), 하남, 광명 등 규제지역 다주택자는 집값의 30%(LTV 30%) 범위에서 주담대를 받을 수 있게 된다.

윤석열 대통령의 대선 공약이던 청년도약계좌도 오는 6월 출시될 예정이다. 근로·사업소득이 있는 만 19~34세 청년들이 월 70만원을 5년간 납입하면 만기 때 5000만원을 마련할 수 있도록 돕는다. 소득 기준은 개인소득 6000만원 이하, 가구소득 중위 180% 이하다. 이 기준을 충족하면 월 납입금의 최대 6%를 정부가 보조해 준다. 금융위는 이를 위해 청년도약계좌 운용 기관인 서민금융진흥원에 총 3678억원을 출연하기로 했다. 가입 기간은 올 6월부터 2025년 12월 31일까지다. 금리 수준은 아직 미정이지만 지난해 2월 큰 인기를 모았던 청년희망적금과 비슷한 연 5~6%대가 될 것이란 관측이다.

○단체 실손보험 환급액 개인이 수령

보험 부문에서도 올해 바뀌는 내용이 적지 않다. 먼저 실손보험료는 올해 평균 8.9% 인상된다. 세대별 인상률은 △1세대 6% △2세대 9% △3세대 14% △4세대 0% 등으로 차등화된다. 비급여 항목에서 적자가 누적되는 구조가 지속되는 만큼 앞으로 4세대를 제외한 실손보험료는 매년 오를 가능성이 높다. 의료 이용 건수가 많지 않다면 기본 보험료가 1~3세대에 비해 10~70%가량 저렴한 4세대로 갈아타는 방안도 고민해볼 필요가 있다. 1~3세대 가입자가 4세대로 전환할 경우 1년간 보험료를 50% 할인해주는 혜택도 올해 6월까지 연장됐다.

단체 실손보험 중지 제도도 도입한다. 작년까지는 단체 실손보험 가입 거절 또는 해지를 위해 계약자인 회사를 통해 신청해야 하고 이에 따른 환급액도 회사로 지급됐다. 그러나 올해부터는 해당 보험사에 개인이 직접 연락해 중지 신청을 할 수 있고 환급 보험료도 회사가 아니라 개인이 받는다.

의무보험인 자동차보험료는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인하될 예정이다. 시장점유율이 80%가 넘는 삼성화재·현대해상·DB손해보험·KB손해보험 등 ‘빅4’는 모두 2%씩 내린다. 메리츠화재와 롯데손해보험은 각각 2.5%와 2.9% 인하하기로 했다. 롯데손보(1월)를 제외한 나머지 보험사는 모두 2월 말부터 인하분을 적용할 계획이다. 자동차사고 경상환자의 대인Ⅱ 치료비에 과실책임주의가 도입되는 것도 주요 변화로 꼽힌다. 지난해엔 교통사고 발생 시 과실 정도와 무관하게 상대방 보험사에서 치료비를 전액 지급했지만 올해부턴 대인Ⅰ 치료비(50만~120만원)를 초과하는 병원비에 대해선 본인 과실 비율에 따라 일부를 부담해야 한다.카드업계에선 하나의 모바일 앱카드에 여러 회사 카드를 등록해 사용하는 ‘오픈페이’ 서비스가 본격적으로 시작됐다. 카카오페이 네이버페이 삼성페이 등 간편결제 서비스와 마찬가지로 특정 카드사 앱에서도 발행사 구분 없이 등록, 결제하고 사용 내역을 확인할 수 있게 된 셈이다. 지금은 신한·KB국민·하나카드 세 곳의 앱카드만 상호 연동이 가능하고 롯데·비씨·우리카드는 2~3월, 농협카드는 올 하반기부터 서비스를 시작할 예정이다. 현대카드는 하반기부터 시스템 구축에 나서 이르면 내년 초 서비스를 제공할 계획이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특례 보금자리론 등 신규 정책 금융상품에 대해서는 조만간 구체적인 시행 계획이 줄줄이 발표될 예정”이라며 “이를 포함해 새해 들어 달라지는 금융 제도가 적지 않은 만큼 꾸준히 관심을 가져달라”고 당부했다.

이호기 기자 hglee@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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