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산림 르네상스 시대, 잘 가꾼 숲에서 시작된다

남성현 산림청장
연말·연초가 되면 어김없이 산불 조심 기간이 돌아온다. 현재 우리나라에서는 11월 초부터 12월 중순까지, 그리고 2월 초부터 5월 중순까지 연간 150일가량을 산불 조심 기간으로 운영하고 있다. 5월에 활짝 피는 아까시꽃은 기나긴 산불 조심 기간의 끝을 알리는 반가운 손님이었다.

그러나 올해는 산불 조심 기간이 끝난 5월 말 울진과 밀양에서 대형 산불이 두 건이나 발생했다. 초여름이었으나 이상 기후로 인해 건조했던 날씨와 강한 바람이 피해를 키웠다. 이제 아까시꽃이 만개한 초여름에도 대형 산불로부터 안심할 수 없게 된 것이다. 내년부터는 밤꽃이 피는 6월까지 기다려야 할지도 모른다. 이렇듯 성큼 다가온 기후 위기가 우리 산림을 연중 위협하고 있다.우리나라 산림은 반세기에 걸쳐 수많은 국민이 피땀 흘려 이룩한 유산이다. 자연이자 동시에 자원으로서 많은 국민에게 다양한 혜택을 제공하고 있다. 2018년 기준으로 산림이 국민에게 제공하는 다양한 공익적 가치는 약 221조원에 달하며, 국민 한 사람당 매년 428만원의 혜택을 보고 있는 것과 같다.

유엔에 제출한 우리나라의 2030년 국가 온실가스 감축목표(NDC)에서 산림 부문이 차지하는 비중은 약 10%(3200만t)에 이른다. 기후 위기에 효과적으로 대응하려면 탄소 배출을 줄이는 것만큼이나 탄소흡수원인 산림을 잘 관리해 보전하고, 그 기능을 증진시키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

산림청에서는 산림이 소실돼 탄소배출원이 되는 것을 막고, 산림이 가진 여러 기능을 증진하기 위해 다양한 정책을 추진하고 있다.첫째, 대형 산불 확산을 방지하고 산불에 강한 숲을 조성하기 위해 지난해부터 ‘산불 예방 숲 가꾸기’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과밀한 소나무 숲 등에 소나무류 중심의 솎아베기와 가지치기를 통해 산림 연료를 제거하고, 장차 다양한 수종이 함께 자라는 다층혼합림으로 유도하는 것이 핵심이다.

당초 생활권과 도로 인근 산림 위주로 사업을 진행했으나 내년부터는 원전·가스저장시설 등 국가 중요 에너지시설과 주요 문화재 인접 산림까지 범위를 넓혀 집중적으로 관리할 계획이다.

국가 중요 에너지시설은 지난달 산림청과 관계기관의 업무협약 체결로 사업 추진 기반을 마련했으며, 주요 문화재의 경우 문화재청과 협조해 인근 산림을 관리해나갈 계획이다.둘째, 산림의 탄소 흡수력과 다양한 기능을 증진하기 위해 경제림·공익림가꾸기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현재 우리나라 숲은 대부분 적정 밀도보다 나무가 빽빽하게 서 있어 과밀한 상태다. 또한 치산녹화 시기에 대면적으로 조성해 나이 분포가 편중돼 있다. 국내외 다양한 연구에 따르면 과밀하고 편중된 나이 분포를 보이는 산림은 생장이 저하되고 재해에도 취약해져 그 기능을 제대로 발휘하지 못하게 된다.

이러한 숲을 잘 가꿔 나무들의 생육 공간을 확보해주면 하층에 새로운 식생이 자라나고, 남아 있는 나무들의 줄기 생장과 뿌리 생장이 활발해진다. 이 과정에서 숲 차원의 탄소 흡수력이 증진되고, 산림의 다양한 경제적·공익적 기능이 향상된다.우리나라는 2차 세계대전 이후 세계 유일의 산림녹화 성공국이다. 내년은 치산녹화 50주년으로, 이제는 미래 100년의 비전을 갖고 자연이자 자원인 산림을 더 건강하고 가치 있게 가꿔나가야 하는 갈림길에 서 있다.

이러한 비전을 구현하기 위해 지난달 ‘산림 르네상스 추진 전략’을 수립해 시행에 들어갔다. 선진국형 산림경영관리를 통해 기후 위기에 효과적으로 대응하고, 산림의 경제·환경·사회문화적 기능이 극대화되는 산림 르네상스 시대를 열어나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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