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동기고] 순치(脣齒) 관계의 한국과 베트남

글로벌 위기 속 상호협력 강화
'특별관계 동반자'로 발전하길

임홍재 前 베트남 대사
팜 띠엔 번 前 주한 베트남 대사
임홍재 前 베트남 대사
한국과 베트남이 수교 30년을 맞아 지난 5일 서울에서 열린 한·베트남 정상회담에서 양국 관계를 포괄적 전략적 동반자 관계로 격상하기로 합의했다. 우리 두 전직 대사는 이를 적극 환영한다. 포괄적 전략관계는 양국 교류와 협력의 폭이 깊고 넓어 외교 관계가 아주 좋은 상태에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우리 두 대사는 2009년 서울과 하노이에서 이 관계 격상을 위해 함께 일했다. 수교 직후 베트남 지도자들은 짧은 기간에 빈곤을 극복한 한국의 개발 경험과 지식에 지대한 관심을 갖고 연구했다. 한국의 경제사회 개발 과정에 참여한 한 고위인사의 회고(1994년 세계은행 간행)도 참고했다. 베트남은 토지, 노동력, 시장을 제공하고 한국은 자본과 기술 및 경제사회 발전의 지식과 경험을 제공하며 베트남의 발전 잠재력에 주목했다.
팜 띠엔 번 前 주한 베트남 대사
이후 외교와 국방, 지방자치단체, 무역과 투자, 개발 협력, 과학기술, 인적교류 등에서 고위급 대화가 이어졌다. 지자체 간에도 76개 협정을 맺었다. 양자 자유무역협정에 이어 하노이에 한·베트남과학기술연구원(V-KIST)도 개설했다. 수교 당시 5억달러 규모의 무역이 지난해 807억달러로 161배 늘었다. 한국의 투자(누적)는 741억달러로 1위 투자국이다. 공적개발원조는 약 23억달러로 베트남이 한국의 1위 수원국이다. 코로나19 발생 전인 2019년 양국 상호방문객은 480만 명에 이르렀다. 베트남 다문화 여성도 8만 명이 넘었으니 이제 우리는 사돈 나라다.

지금 베트남은 정치·사회적으로 안정돼 있고 30대가 전체의 60%를 웃도는 인구 구조를 갖고 있다. 석유·가스 자급자족, 커피와 쌀 수출 2위 등 자원이 풍부하고 교육열이 높으며 근면하다. 베트남은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비상임이사국을 두 번이나 지냈고 국제 투자도 활발해 저소득 국가군에서 중소득 국가군으로 진입했다.양국 지도자들의 판단은 옳았던 것으로 보인다. 앞으로 더 가까이하려면 우크라이나 전쟁과 에너지 위기, 공급망 교란 등 글로벌 위기에 상호 협력을 강화해야겠다. 중장기적으로는 참전 과거사와 무역 불균형, 이주노동자, 국제결혼 다문화 여성 등 분야에서 한국의 진정한 협력이 필요하다. 한국의 발전 지식과 경험의 공유에 대한 평가와 투자 환경, 생산 및 조업 보장 등에서도 협력과 지원이 긴요하다.

두 나라는 의료보건, 기후변화, 과학기술, 에너지, 스포츠, 직업훈련, 6억7000만 명의 아세안 시장 공동 진출 등에서 손잡고 나아가길 기대한다. 이번 한·베트남 정상회담이 나아갈 방향을 제시한 것으로 평가된다. 양국 협력으로 곧 무역 1000억달러, 투자 1000억달러, 인적교류 1000만 명이 실현되기를 바란다.

이제 양국은 떼려야 뗄 수 없는 순치 관계로 발전했다. 그런데 코로나 사태 기간에 가짜뉴스와 허위 정보 때문에 우호 기반이 잠시 흔들리기도 했다. 그러나 우리 두 전직 대사는 장석주 시인의 시 ‘대추 한 알’에 나오듯이, 온갖 천둥과 번개와 무서리를 맞으면서도 익어가는 둥근 대추 한 알처럼 알차게 익도록 끊임없이 상호 존중과 협력을 거듭해 10년 후에는 포괄적 전략적 동반자 관계에서 한 단계 더 나아가 ‘특별관계 동반자’가 되기를 기대한다.

두 나라가 특별관계를 맺고 정치 외교와 경제, 안보, 에너지, 식량 등 지역·글로벌 차원에서 공동으로 긴밀하게 협의하고 대응하면 양국의 상생과 번영은 물론 역내 평화와 안정에도 크게 기여할 것으로 본다. 한·베트남 관계가 세계 외교 연대기에서 훌륭한 성공사례로 기록되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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