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셰에라자드'의 매혹적 선율은 정규 교육에서 나오지 않았다 [김희경의 영화로운 예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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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시드 하미 감독 '라 멜로디'
철부지 아이들이 음악 배우며
함께 연주자로 성장하는 이야기
작곡가 림스키코르사코프도
어깨너머 배운 솜씨로 명곡 만들어
라시드 하미 감독의 영화 ‘라 멜로디’(2018)는 시몽이 수업 첫날부터 좌절에 빠지는 장면으로 시작한다. 학생들은 연주는커녕 바이올린을 제대로 잡지도 못한다. 팝가수 셀린 디옹을 클래식 성악가로 아는 학생까지 있다. 수업 분위기는 얼마나 산만한지 30초도 집중할 수 없다. 그러던 차에 아놀드가 나타난다. 몰래 수업을 엿보던 그는 천부적인 바이올린 실력을 보여준다. 다우드는 아놀드와 함께 아이들을 이끌면서 연주회에 나갈 실력을 키워나간다. 철부지 아이들이 음악을 함께 배우며 성장하고, 훌륭한 연주를 해내는 모습이 감동적인 작품이다.
아라비안나이트는 여자를 믿지 못하게 된 왕에게 재밌는 이야기를 들려주며 사랑에 눈뜨게 해준 셰에라자드를 그린다. 림스키코르사코프는 셰에라자드를 4악장의 음악으로 구성, 이국적이면서도 호소력 짙은 선율을 들려준다. 그의 또 다른 대표작 ‘왕벌의 비행’도 오페라 ‘술탄 황제의 이야기’에 나오는 곡이다. 윙윙거리는 왕벌의 날갯짓을 묘사한 선율이 인상적이다.영화 속 시몽은 아이들이 도통 음악에 관심이 없자 학교 관계자에게 따진다. “왜 억지로 아이들에게 음악을 가르치냐”고. 하지만 영화를 보다 보면 이런 의문이 생긴다. “왜 다른 아이들에게 음악을 가르쳐보지 않았을까.”
김희경 기자 hkkim@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