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백호 "EDM팝 처음 접한 장르라 힘들어도 뿌듯…도전이 원동력"

지코·콜드 등 '핫한' 후배들과 기획 앨범
"젊음 그 자체가 낭만, 매 순간 소중하게 아끼길"
"나이가 들어보니 낭만은 곧 추억이에요. 젊은 사람들은 젊음 그 자체가 낭만이라는 것을 모르죠. 나이가 들면 그때 그 '찰나'가 낭만이었다는 것을 알게 됩니다.

"
'낭만 가객' 가수 최백호(72)는 23일 연합뉴스와 서면 인터뷰에서 자신의 인생론을 이같이 밝혔다.

그는 "지금 여러분이 마주한 순간이 어쩌면 정말 오래 기억될 '찰나'일 수 있으니 소중하게 아끼며 순간순간을 보내면 좋겠다"는 당부도 잊지 않았다. 일흔을 넘긴 이 베테랑 가객이 인생 이야기를 꺼낸 이유는 그가 최근 후배 가수들이 참여한 기획 음반 '찰나'를 발표했기 때문이다.

'찰나'는 최백호가 지난해 12월 내놓은 '세상보기'에 이어 약 11개월 만에 발표한 신보다.

청춘에서 노년에 이르기까지 각자가 품은 삶의 고민과 성찰을 공유한다는 메시지를 담았다. 음반에는 인트로 '찰나의 순간'을 비롯해 '찰나', '덧칠', '개화', '변화', '그 사람', '나를 떠나가는 것들', '책'이 담겼다.

타이틀곡 '찰나'는 지난날과 앞으로 맞을 날에 대한 진지한 성찰을 그만의 깊은 감성으로 표현한 곡이다.

찰나가 모여 인생을 이루고, 지금이 가장 빛나는 순간이라는 삶의 지혜가 담겼다. 최백호는 "오늘 하루, 지금 이 순간을 잠시 멈추고 돌아보며 삶에 대한 많은 감정(기쁨, 슬픔, 후회, 환희, 아픔 등)을 느낄 분들과 함께 이 노래를 나누고 싶다"며 "그 '찰나'들이 모여 우리를 이루었기 때문"이라고 짚었다.

최백호는 이 앨범에서 정미조, 타이거 JK, 지코, 죠지, 콜드, 정승환 같은 쟁쟁한 후배 가수들과 협업해 눈길을 끌었다.

까마득한 후배와의 호흡은 또 다른 신선한 도전이었다고 한다.

그는 "새로운 도전은 늘 낯설고 어렵기 마련이지만 내가 계속 음악을 할 수 있는 귀한 원동력이기도 하다"며 "힙합과 EDM(일렉트로닉 댄스 뮤직)팝 모두 처음 접하는 장르라 힘들었지만, 음원이 나오고 많은 분이 좋게 들어줘서 뿌듯하다"고 소감을 밝혔다.

그러면서 "오히려 낯선 장르의 곡도 도전할 수 있게 도와준 동료 뮤지션에게 고마울 따름"이라며 공을 돌렸다.

최백호는 지코와 죠지 등 '요즘 핫한' 후배들과의 협업을 두고 "모두 자기 색깔이 분명하고 멋진 아티스트들이라 함께 노래할 수 있어 즐거웠다"고 되돌아봤다.

콜드가 피처링으로 참여한 3번 트랙 '덧칠'은 통상 '노래 주인'이 1절을 부르고 피처링 가수가 2절을 부르는 관례를 깨고 최백호가 2절을 맡았다.

그는 이를 두고 "이 곡은 모두가 잠든 시간 꿈을 위해 '시간의 캔버스'를 덧칠하는 청춘의 모습을 노래로 표현한 곡"이라고 소개했다.

이어 "우리 시대 2030 청춘의 고단함을 위로하며, 따뜻하게 안아주고 싶은 마음을 표현하고 싶어 콜드의 목소리를 먼저 했다"며 "그 뒤에 내가 이어 부르는 구성을 정해봤다"고 설명했다.

최백호는 "노래 후반 최백호와 콜드의 목소리가 어우러지는 부분은 청춘도, 노년도 그 고민과 무게는 다르지 않고 모두가 위로가 필요하다는 마음을 담아본 구간"이라고 덧붙였다.
이번 앨범 제작에는 신인 작곡가 육성 프로젝트 '오펜 뮤직'과 공동 제작사 피앤피 소속 작곡가들이 작사, 작곡, 프로듀싱에 참여했다.

최백호는 2018년부터 오펜 뮤직의 대(大)멘토로 참여하고 있다.

그는 "신인들이 오히려 인생이란 주제를 두고 더 깊이 있는 성찰을 하고 있다는 생각도 든다"며 "나이가 들면 젊은 시절에 하던 고민을 일상의 관성에 젖어 자칫 사는 대로 생각하게 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또 "우리 젊은 시절을 돌아보면 무척 방황하고 고민하지 않았느냐"며 "앨범의 주제를 표현하는 데 있어 이분들(신인 작곡가)의 철학, 고민, 표현 방법이 나는 참 좋았다"고 만족스러워했다.

최백호는 '오펜 뮤직'을 통해 신인 작곡가 발굴과 육성에도 힘을 쏟고 있다.

그는 2018년 '오펜 뮤직' 발족식에서는 젊은이들이 음악을 포기하지 않게 해달라고 목소리를 높이기도 했다.

최백호는 "신인 뮤지션이 자립할 수 있는 환경이 너무 열악하다.

신인의 음악을 소개하고 함께 성장할 수 있는 곳이 너무 부족하다"며 "자기가 만든 음악을 소개하고 필요한 지원을 편히 받을 수 있는 프로그램과 시설이 필요하다.

K팝의 다음을 이끌 사람들은 지금의 신인들"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특히 최근 몇 년간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로 "문화계 타격이 이루 말할 수 없이 심각했다"며 "나야 가수 생활을 한참 해왔지만, 이제 생업으로 연주하고 노래하려는 많은 후배가 설 곳이 없어졌다"고 안타까워했다.

그러면서 "우리 다음 세대 뮤지션들이 자립할 수 있는 환경이 조금 더 단단하게 조성됐으면 좋겠다는 바람이 커졌다"고 말했다.

"젊은 시절을 돌아보면 저 역시 너무 어둡고 힘들었습니다.

그렇지만 그때가 참 순수했고 오래 기억에 남아요.

여러분들도 지금 이 찰나의 순간을 소중히 살뜰하게 살피며 즐겁게 음악을 하시길 부탁드립니다. "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