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야당 금투세 절충안 거부 확정…'2년 유예안' 재충돌

기재부 "민주당 안 받아들일 수 없다…기존 입장 유지" 여당에도 전달
정부가 증권거래세를 0.15%로 추가 인하하고 주식양도소득세 대주주 기준 상향을 철회하면 금융투자소득세(금투세) 시행을 2년 유예하겠다는 더불어민주당의 절충안을 받아들이지 않기로 확정했다.금투세 시행은 2년 미루되 증권거래세는 0.20%로 낮추고 주식양도소득세 대주주 기준은 100억원으로 올리는 기존 정부안을 고수하겠다는 것이다.

정부는 이런 입장을 여당 지도부에 이미 전달한 것으로 전해졌다.

정부 고위관계자는 20일 연합뉴스와의 통화에서 "정부가 0.23%의 증권거래세를 0.03%포인트 낮춰 0.20%로 하자는 내용의 정부안을 이미 제출해놨다"며 "야당이 제안하는 0.15%는 거래세를 사실상 폐지하자는 것과 다름없어 받아들일 수 없다"고 밝혔다.이 관계자는 "(기업을) 지배하는 대주주들이 아닌 고액 투자자들도 주식양도세 때문에 연말에 매물을 쏟아내면서 시장이 흔들리는 상황이 있어 대주주 기준을 100억원으로 올리는 내용을 정부안에 담았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런 장치를 안전하게 만들어둬야 다른 부문에 있는 자금이 주식시장과 자본시장에 들어올 수 있다"며 "이것을 철회하라는 주장도 받을 수 없다"고 덧붙였다.

이 관계자는 "정부는 현재 시장 상황을 고려해 금투세를 당장 도입하지 않는 대신 증권거래세 부담을 낮추고 대주주 기준은 올리는 내용의 세제 개편안을 냈으며 이런 입장에 변화가 없다"고 강조했다.금투세는 주식 투자로 5천만원이 넘는 양도차익을 내면 그 20%(3억원 초과분은 25%)의 세금을 내야 하는 제도다.

채권·펀드·파생상품 등 다른 금융상품은 투자 차익이 250만원을 넘어가면 세금을 내야 한다.

여야는 지난 2020년 세법 개정을 통해 내년부터 이런 내용을 담은 금투세를 시행하기로 합의했다.그러나 정부는 최근 주식시장 침체를 고려해 올해 세제개편안에 금투세 시행을 2025년까지 2년간 유예하는 내용을 담았다.

이와 함께 증권거래세는 0.20%로 내리고 주식양도세 납부 대상 기준을 종목당 10억원에서 100억원으로 올리는 방안도 발표했다.
민주당은 이를 반대해왔으나 주식 투자자들의 거센 반발이 이어지자 지난 18일 '조건부 유예' 절충안을 제시했다.

민주당 김성환 정책위의장은 기자간담회에서 "주식 양도세 대주주 기준을 높이는 정부 방침을 철회하고 증권거래세를 0.15%로 낮추는 것을 전제로 금투세 2년 유예를 적극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이날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추경호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증권거래세를 0.15%로 낮추는 것은 시기상조다.

동의할 수 없다"며 난색을 보였다.

추 부총리는 "증권거래세를 0.23%에서 0.20%로 인하할 경우 세수가 8천억원 감소하지만 0.15%로 낮추면 총 1조9천억원이 감소, 세수가 1조1천억원이 더 줄어든다"면서 "세수가 줄어드는 것도 재정 운용을 하는 과정에서 문제가 된다"고 말하기도 했다.

당시 추 부총리의 발언 시점은 민주당의 기자간담회 직후였으나 기재위가 진행 중인 상황이었다.

추 부총리가 충분히 생각할 시간을 갖지 못한 채 정부가 앞서 제시한 원안을 고수할 수밖에 없었던 시점이다.

이날 정부 관계자의 발언은 만 하루 이상의 숙고에도 야당의 절충안을 수용할 수 없다는 명백한 거부 의사인 것이다.

정부는 이런 입장을 여당인 국민의힘 지도부에도 전달한 것으로 전해졌다.

기재위 국민의힘 간사이자 조세소위원장인 류성걸 의원은 통화에서 "조세소위가 월요일(21일)부터 법안심사를 본격적으로 시작하는데, 심사를 시작하기도 전에 조건을 달아 이런 식으로 하면 안 된다"고 말했다.

류 의원은 "금투세 도입을 국회에서 처리했을 당시의 시장 상황과 지금의 시장 상황은 완전히 다르고, 인프라 구축과 같은 준비 상황 문제도 있기에 유예하자는 의견이 나오는 것"이라며 "소위에서 관련 사안을 잘 심사하겠다"고 말했다.이에 따라 정부·여당과 야당은 기재위 조세소위원회에서 금투세 2년 유예안을 두고 다시 줄다리기를 시작할 것으로 예상된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