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 고공행진 유가, 금리 인상이 최선

고유가 국면 상당 기간 지속될 듯
금리 올려 인플레·환율 대응해야

유혜미 한양대 경제금융학부 교수
지난 3개월간 하락세를 보이던 국제 유가가 다시 상승하고 있다. 최근 석유수출국기구(OPEC) 회원국과 러시아 등 주요 산유국의 협의체인 OPEC+가 감산에 합의했기 때문이다. 국제 유가 하락으로 둔화하던 소비자물가가 다시 상승할 것이란 우려가 팽배하다.

사실 국제 유가의 재상승 가능성은 꾸준히 제기됐다. 급격한 기후 변화와 함께 각국에 예상치 못한 자연재해가 잇따르면서 시급한 글로벌 과제가 된 탄소중립 달성은 2020년 기준 원유 생산이 국내총생산(GDP)의 20%에 육박하는 OPEC 회원국에는 위기이기 때문이다. 이 국가들이 탄소중립 이후에도 경제성장을 이어가려면 전면적인 산업구조 재편이 불가피하다. 화석연료 기반 에너지에서 친환경 에너지로 전환을 완료하기 전 가능한 최대 이윤을 올려 이런 구조조정 비용을 충당하려는 이들의 전략은 당연한 선택이다.만약 원유가 가격 변화에 따라 수요가 크게 변하는 재화라면 원유 증산으로 가격을 낮춰 수요가 더 많이 늘어나게 하는 박리다매 전략이 산유국들의 이윤을 늘릴 수 있다. 하지만 에너지는 단기적으로 가격 변화율보다 수요 변화율이 작은 대표적인 재화다. 가격을 낮춰도 수요 증가가 이에 못 미쳐 매출은 오히려 줄어들고, 가격을 올리면 수요가 그보다 덜 줄어 매출이 늘어난다. 즉 감산을 통한 유가 인상으로 산유국들은 더 큰 이득을 볼 수 있다.

여기에 러시아의 셈법도 이번 감산 합의를 뒷받침했다. 미국을 비롯한 주요 7개국(G7) 국가들은 러시아가 원유 판매로 높은 이윤을 올려 전쟁 비용으로 사용하는 것을 막고자 12월 초부터 러시아산 원유 가격상한제를 시행하기로 했다. 이런 상황에서 원유 감산 합의로 국제 유가가 치솟으면 러시아도 이득을 본다. 값싼 러시아 원유 수요가 늘어날 테니 상한 가격보다 더 높은 가격을 지불하려는 구매처를 찾기 쉽고 원유가격 상한을 준수하더라도 구매처가 러시아의 끼워팔기 요구 등을 거절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이렇게 러시아와 여러 산유국의 이해관계가 일치하면서 앞으로도 상당 기간 고유가 국면이 지속될 것으로 예상된다.

국제 유가의 재상승은 한국 경제에 비보다. 하반기 들어서만 원·달러 환율이 10% 이상 오른 것을 고려하면 원화로 환산한 유가 상승률은 국제 유가 상승률보다 더 높아 물가를 크게 올릴 수 있다. 물가 정점의 지연은 물론 고물가 지속 기간도 길어질 수밖에 없다. 기대인플레이션이 다시 상승할 가능성도 있다. 물가가 오를 것이란 기대는 물가 상승 전 재화와 서비스를 구매하려는 수요를 늘리고 임금을 밀어 올려 물가 상승을 부채질한다. 여기에 유가 상승으로 수입액이 늘어 무역수지 적자가 확대되면 한국 경제의 기초체력에 대한 우려로 외국 투자 자본이 이탈하며 환율은 더 빠르게 오를 수 있다. 이로 인해 추가적인 물가 상승 압력이 나타날 수 있다.

고통스럽지만 정공법은 금리 인상 속도를 높이는 것이다. 유가와 함께 기대인플레이션이 다시 오를 가능성을 차단하고 수요 측 물가 상승 압력과 환율 상방 요인을 동시에 낮추기 위해서는 더 강한 긴축이 필요하다. 국제통화기금(IMF) 수석부총재인 기타 고피나트는 지난 8월 잭슨홀 회의에서 물가 안정 없는 경제성장은 불가능하며 지속적인 인플레이션에는 중앙은행의 보다 공격적인 긴축 정책이 필요함을 역설했다. 때를 놓쳐 더 큰 비용을 치르기 전에 한국은행이 금리 인상 보폭을 늘리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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