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수첩] 무너진 교권, 언제까지 방치할 건가

교권보호 교원지위법 유명무실
교사들 "생활기록부 기재 시급"

최예린 사회부 기자
“교탁에 눕는 학생이요? 놀랍지도 않아요. 수업 중에 욕하는 건 다반사고, 교사를 때리려고 위협하는 학생도 수두룩합니다. 그래도 뭐라 할 수 없어요. 어르고 달랠 수밖에요.”

최근 충남의 한 중학교에서 학생이 수업 중 스마트폰을 들고 교단에 드러눕는 영상이 확산하면서 ‘교권 침해’가 심각한 상황에 이르렀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서울 중학교 교사인 정모씨(53)는 “이런 일이 비일비재하다”고 한탄했다. “교권은 물론 다른 학생들의 수업권까지 침해하는 행동이지만, 제지할 방법이 없다는 게 진짜 심각한 문제”라고 했다.코로나19로 한동안 뜸했던 교권 침해 사례가 전면 등교가 재개되면서 다시 증가하는 추세다. 국회 입법조사처의 2022년 국정감사 이슈 분석 자료에 따르면 교원의 교육 활동을 침해한 사건 수는 2017~2019년 2400~2600건 수준을 유지해왔다. 코로나19로 원격수업을 했던 2020년에는 1197건까지 일시적으로 감소했지만, 정상 등교로 대면수업이 늘어난 지난해에는 다시 2269건으로 급증했다.

충격을 받고 교단을 떠나는 교사도 적지 않다. 서울교육청이 집계한 유·초·중·고교 명예퇴직 교원 수는 2017년 1228명, 2018년 1439명, 2019년 1649명으로 매년 증가하고 있다. 이 중에는 교권 추락에 염증을 느끼고 교편을 내려놓는 교사가 적지 않다는 전언이다.

교권 침해를 막으려는 노력이 없었던 건 아니다. 2019년에는 ‘교원의 지위 향상 및 교육활동 보호를 위한 특별법(교원지위법)’을 개정해 교사에 대한 형법상 범죄가 발생하면 관할 교육청이 수사기관에 학생이나 학부모를 고발할 수 있게 했다. 하지만 지난 3년간 이 법을 위반해 학생·학부모가 고발된 사례는 14건에 불과하다. 학교 측은 학부모와의 갈등을 우려해 교사의 고발을 만류하고, 교사는 복잡한 법적 절차로 업무 공백이 생기는 걸 피하기 위해 덮는 사례가 많기 때문이다. 각 교육청도 앞다퉈 교권보호조례를 제정하고 있지만 이조차 유명무실하다는 지적이다.

교사들은 생활기록부에 교권 침해 행위를 기록할 수 있어야 한다고 주장한다. 섣불리 훈육하다간 아동 학대로 처벌당할 수 있고, 상·벌점제마저 없어진 상황에서 생활기록부가 마지막 남은 지도 수단이란 설명이다. 관련 법안도 발의돼 있다. 교권 침해 학생과 피해 교원을 분리하고, 처분 결과를 생기부에 기재하는 초·중등교육법 개정안이다. 교사들은 교탁에 누운 학생을 보고도 “놀랍지 않다”고 말할 정도로 교육 현장은 망가져 있다. 조속한 법안 개정으로 교육 현장을 정상으로 돌려놔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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