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데타" "국기문란" 경고에 경찰국 신설 갈등 최고조

국무회의서 '경찰국 신설안' 원안대로 강행…내달 2일 출범
尹 "국기문란", 이상민 "부화뇌동" 연일 경고 메시지
초강경 대응에 경찰반발 더욱 격화…"14만 전체회의 개최"
행정안전부에 경찰국을 신설하는 내용의 행안부 직제 일부개정령안이 26일 국무회의를 통과하면서 정부와 경찰조직 간 갈등이 최고조에 이르고 있다.지난 주말 전국 총경회의를 기점으로 경찰 내부 반발과 경찰국 신설을 둘러싼 논란이 '폭발' 양상을 보이는 와중에 정부가 이날 국무회의에서 경찰국 신설안을 원안대로 통과시키면서 내달 2일 경찰국 출범에 '쐐기'를 박은 것이기 때문이다.

여기에 윤석열 대통령이 이날 오전 출근길 문답을 통해 경찰의 집단 반발을 "중대한 국기 문란"이라고까지 규정한 가운데 경찰은 오는 30일 예정된 경감·경위급 현장팀장 회의를 14만 전체 경찰회의로 확대해 열기로 하는 등 양측의 충돌이 걷잡을 수 없이 번지고 있다.

◇ 경찰제도개선 논의 석 달 만에…경찰국 '강행'
정부는 이날 정부서울청사에서 한덕수 국무총리 주재로 국무회의를 열고 행안부 경찰국 신설안을 의결했다.개정안은 행안부에 경찰국을 신설하고 필요 인력 13명(치안감 1명, 총경 1명, 총경 또는 4급 1명, 경정 4명, 경감 1명, 경위 4명, 3·4급 또는 총경 1명)을 증원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행안부는 실제로는 경찰 12명, 일반직 공무원 1명이 증원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정부는 그 목적을 "행안부 장관이 경찰청 및 국가경찰위원회 등에 대한 법률상 사무를 보다 체계적으로 수행하도록 하기 위함"이라고 밝혔다.개정안은 앞서 지난 16∼19일 나흘간의 입법예고를 거친 뒤 21일 차관회의를 통과했으며, 이날 국무회의 통과에 따라 다음 달 2일 공포·시행될 예정이다.

이상민 행안부 장관은 앞서 지난 5월 12일 장관에 임명되자마자 행안부 내 경찰제도 개선 자문위원회를 구성, 경찰국 신설을 염두에 둔 경찰제도 개선안을 '속전속결'로 추진해왔다.

일명 '검수완박'법으로 권한이 커진 경찰을 민주적으로, 또한 공식적인 루트를 통해 통제할 방안이 필요하다는 이유를 내세웠다.실제로 이 장관은 경찰 관련 업무를 직접 관장하겠다는 의지를 내비쳤다.

그는 지난 15일 이같은 내용을 담은 경찰제도개선방안을 발표하며 "직제 형식의 제한 때문에 경찰국을 행안부 차관 아래 설치했지만 사실상 장관 직속으로 운영하겠다"고 말한 바 있다.

신설되는 경찰국은 ▲ 경찰 관련 중요정책과 법령의 국무회의 상정 ▲ 총경 이상 경찰공무원에 대한 임용제청 ▲ 국가경찰위원회 안건 부의 ▲ 자치경찰 지원 등의 업무를 수행하게 된다.
◇ 경찰, 1천명 참석 회의 예고…말 아끼던 尹 "국기문란"
경찰 통제를 놓고 일선 경찰과 대통령실, 행안부, 경찰 지휘부 간 대립이 격화하는 가운데 경찰국이 속전속결로 출범하게 되면서 이들 간 갈등이 걷잡을 수 없이 커질 전망이다.

윤석열 대통령은 이날 출근길 문답에서 경찰 반발에 대해 "정부가 헌법과 법에 따라 추진하는 정책과 조직개편안에 대해 집단적으로 반발한다는 것이 중대한 국가의 기강 문란이 될 수 있다"고 질타했다.

전날 출근길에서 "행안부와 경찰청에서 필요한 조치를 잘해나갈 것으로 보고 있다"며 직접적 언급을 자제했던 것과 기류가 달라진 것이다.

이상민 장관 역시 경찰 반발에 대해 전날 '쿠데타에 준하는 상황'이라고까지 비유한 데 이어 이날 오전 출근길에 연합뉴스 기자와 만나 "부회뇌동으로, 대단히 위험하다고 생각한다"고 강조했다.

앞서 경찰청은 전국총경회의를 주도한 류삼영 울산중부서장에 대해 대기발령 조치를 하고 현장 참석자 56명에 대해 감찰에 착수했다.

윤희근 경찰청장 후보자도 전날 퇴근길에 기자들과 만나 "오늘을 기점으로 더는 국민들께 우려를 끼칠 일이 없어야 한다"며 집단행동 자제를 당부했다.

이에 대응해 경찰은 오는 30일로 예정됐던 경감·경위급 현장팀장회의를 14만 전체 경찰회의로 확대해 개최하기로 했다.

경찰대 출신 총경들이 주도한 지난 23일 전국경찰서장회의에서 규모와 범위가 더 커지는 모양새다.

회의를 제안한 서울 광진경찰서 김성종 경감은 1천명 이상의 참석자가 예상된다고 밝혔다.

그는 "총경들에게 하셨던 불법적인 해산명령을 저희 14만 전체 경찰에도 똑같이 하실 건지 똑똑히 지켜보겠다"고 말했다.

정부·여당에서 '쿠데타', '중대한 기강문란', '부화뇌동' 등 강경한 발언이 쏟아져 나오자 경찰 직장협의회(직장협의회)를 중심으로 한 거리 대국민 홍보전과 1인 시위에도 더 불이 붙고 있다.

행안부 경찰제도개선안에 반대하는 입법청원을 받는 홈페이지도 개설됐다.정부로서는 그동안 줄곧 강조해 온 '법과 원칙'이라는 기조 아래, 경찰 조직에 대한 통제 필요성을 지속적으로 역설해온 것이지만 현장의 충분한 의견 수렴보다는 '속전속결'에 치중한 모양새, 여기에 더해 '쿠데타' '국기문란' 등 자극적 용어까지 동원해 경찰 반발에 더욱 '불을 질렀다'는 비판을 피할 수 없을 것으로 보인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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