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옥렬 낙마에 어수선한 공정위…업무 공백 장기화 우려

정책·인사 '보류 상태'…대통령 업무보고·전원회의도 차질
새 후보 지명에 촉각…박근혜 정부 땐 낙마 닷새 만에 발표
장고 끝에 지명됐던 송옥렬 공정거래위원장 후보가 낙마하면서 공정위에 어수선한 분위기가 감지되고 있다.사실상의 수장 공백으로 굵직한 정책·사건을 추진하지 못하는 상황이 길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12일 관가에 따르면 공정위 직원들은 송 후보자의 낙마에 다소 허탈해하면서 새로운 후보자 지명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송 후보자는 지명 엿새 만인 전날 자진 사퇴 의사를 밝혔다.2014년 서울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로 있으면서 술자리에서 제자들에게 성희롱 발언을 한 것을 두고 비판이 잇따르는 데 부담을 느낀 것 같다는 전언이다.

공정위 내부에서는 송 후보자 지명 이전부터 차기 위원장 인선이 늦어지는 데 대한 우려가 컸다.

문재인 전 대통령이 취임 일주일 만에 초대 공정위원장 후보로 김상조 한성대 교수를 지명한 것과 달리 윤석열 정부에서는 출범 약 두 달간 공정위원장 지명이 이뤄지지 않았기 때문이다.초대 위원장 지명 자체도 역대 정부 중 가장 늦었는데, 낙마라는 악재까지 겹치면서 공정위 직원들은 사기가 떨어진 모습이다.

공정위원장이 인사청문회 대상이 아니었던 노태우·김영삼·김대중·노무현·이명박 정부 때는 새 정부 출범부터 공정위원장 지명·취임까지 보름 넘게 걸린 적이 없다.

박근혜 정부 때는 한만수 후보자가 한 차례 낙마하긴 했으나 정부 출범 두 달 안에 노대래 위원장이 인사청문회를 거쳐 임명됐다.공정위의 한 과장급 공무원은 "실무적으로 준비는 하고 있지만 새 위원장이 오시기 전에는 중요한 정책 의사결정을 하기 어렵다"며 "기다리는 시간이 길어지면서 직원들도 지쳐가는 느낌"이라고 말했다.

윤 대통령은 이날부터 취임 후 첫 부처별 업무보고를 '장관 독대' 형식으로 받기 시작했는데 공정위는 장관급인 위원장이 업무보고를 할 수 있을지도 불투명하다.

원래 공정위는 이달 말로 업무보고 일정을 조율했으나, 그때까지 새 위원장이 임명되지 못할 가능성이 커졌다.

공정위 내부 인사도 꼭 필요한 수준에서 소폭으로만 이뤄지고 있다.

1급인 사무처장과 상임위원, 국장급 심판관리관 등 핵심 보직이 공석이다.

과장급 이하 인사도 새 위원장 취임 이후 본격적으로 이뤄질 전망이다.

주요 사건을 심의·의결하는 공정위 전원회의가 2주째 열리지 않는 것도 전원회의 의장인 공정위원장 인사가 지연되는 것과 무관하지 않다는 해석이 나온다.

전 정부에서 임명된 조성욱 공정위원장은 지난 5월 일찌감치 사의를 표명했지만, 후임이 결정되지 않아 석 달째 직무를 수행 중이다.

조 위원장의 임기는 오는 9월 8일까지다.
이제 관심은 두 번째 공정위원장 후보로 누가 지명될 것인가에 쏠린다.

박근혜 정부의 경우 한만수 후보자 낙마 후 닷새 만에 경제 관료 출신의 노대래 전 방위사업청장을 새 후보자를 지명했다.

이번에도 법조인을 발탁할 가능성이 크다는 관측이 많지만, 관료 출신을 기용할 가능성도 제기된다.

송 후보자를 두고 부실 검증 논란이 제기된 만큼 이번에는 비교적 청문회 이슈로부터 '안전한' 후보를 택할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다.

고위 공무원 출신은 승진 과정에서 검증 절차를 밟기 때문에 재산 증식·범죄 이력 등이 문제가 될 소지가 적은 것으로 평가된다.

다만 한덕수 국무총리는 지난달 28일 공정위원장 인선과 관련해 기자들에게 "반드시 관료 출신이 갈 거다? 아닐 가능성이 더 많다고 본다"고 말했다.

당시 한 총리는 "공정위 인사는 해보니까 후보자가 없는 때는 없다.2∼3명 있는데 검증이 생각보다 엄청 오래 걸린다"며 "내부 검증이긴 하지만 정부가 출범했기 때문에 검증 기능에 대한 모든 절차나 자료 백업 이런 것들을 완전하게 하려는 성향들이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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