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김진표 국회의장, 법사위원장부터 순리대로 풀어야

더불어민주당 출신 5선의 김진표 의원이 새 국회의장으로 선출됐다. 김 의장은 21대 국회 후반기 국회를 이끈다. 공백 35일 만에 입법부 수장으로 뽑힌 김 의장은 여소야대 국면에서 원활한 국회 운영을 위한 협상과 중재력의 시험대에 올랐다.

김 의장은 민주당에서 계파색이 옅고, 친화력을 갖춘 중도 성향의 합리주의자로 꼽힌다. 경제 관료 출신인 그는 5선 국회의원 경력에 행정부에선 교육·경제부총리 등을 두루 역임했다. 국회의장을 맡기에 손색이 없다는 믿음을 주기에 충분하다. 그럼에도 우려스러운 점이 없지 않다. 국회의장 경선 과정에서 “제 몸에 민주당 피가 흐르고 있다” “민주당을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고 한 것은 국회의장이 생명처럼 여겨야 할 중립성을 의심하게 한다. 더욱이 민주당의 ‘검수완박’ 법안 강행 처리 땐 여당의 심의권을 봉쇄하는 데 앞장선 일도 있었다.이런 언행들이 경선 승리를 위한 불가피함에서 비롯된 일이었길 바라며 앞으로는 국회를 불편부당(不偏不黨)하게 이끌어가야 할 것이다. 그런 점에서 김 의장이 우선적으로 해야 할 일은 국회 원 구성 협상을 균형감 있게 중재하는 것이다. 여야가 어렵사리 국회의장을 뽑았으나 첫 단추만 풀었을 뿐 상임위원장 선출 문제를 놓고 난항을 겪을 가능성이 크다.

그중에서도 법제사법위원장 배분 문제가 뇌관이다. 우선 민주당의 억지를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 여야 간 지난해 이뤄진 합의를 어기고 법사위원장을 국민의힘에 넘겨주지 않겠다더니 이젠 ‘양보’ 조건이라며 ‘검수완박’ 법 실행을 위한 사법개혁특위 구성과 위헌 소송 취하 등을 밀어붙이고 있다. ‘검수완박’ 법은 국가 형사사법체계를 뒤흔드는 악법으로, 원 구성과 아무 관계가 없다. 당연히 넘겨줘야 할 법사위원장을 이와 연계한 것은 애초부터 거래를 위한 흥정거리로 삼은 것으로 볼 수밖에 없다. 사법개혁특위 구성 문제는 그것대로 논의하면 될 일이다. 혹여라도 국민의힘이 받기 어려운 조건들을 내걸고 법사위원장을 계속 차지하겠다는 속셈은 아닌가. 국민의힘 몫인데도 ‘양보’라는 말로 치환한 것도 교묘하다.

김 의장이 우선적으로 할 일은 민주당의 억지를 바로잡는 일이다. 이런저런 조건을 달지 말고 법사위원장을 국민의힘에 넘겨주도록 하는 게 순리다. 김 의장이 만약 친정 편을 들어 당리당략에 앞장서는 모습을 보인다면 국회의장 당적 보유를 금지한 국회법 정신을 거스르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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