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구 같은 부부가 가장 행복하다

한경 CMO Insight

광고에서 채굴한 행복 메시지
김병희 서원대 광고홍보학과 교수
(한국광고학회 제24대 회장)
김병희 서원대 교수
결혼을 약속하던 순간의 감정이 평생토록 계속된다면 부부 관계가 시들해지는 일도 없을 것이다.

그런데 현실은 그렇지 못하다. 뜨겁던 날들은 가고 서늘한 바람이 부는가 싶더니 아예 싸늘한 찬바람이 쌩쌩 몰아치는 관계도 있다.결혼하는 순간을 인생에서 가장 중요한 전환점이라고 한다. 그런데 우리나라에서 갈수록 이혼율이 증가한다는 통계를 보면 마지못해 결혼 생활을 유지하는 부부들이 생각보다 많은 듯하다.

사이가 좋지 않은 부부들은 자주 싸울 수밖에 없다. 서로의 감정을 자극하며 비난하거나 심지어 상대방의 외모를 비하하는 경우도 있다고 한다. 그렇게 되면 정신적으로 깊은 상처를 입게 마련이다.

쌓인 문제들을 해결하기 위해 부부 상담 클리닉을 찾지만, 끝내 갈등을 해소하지 못하고 이혼이라는 마지막 선택을 하는 부부들도 많다. 더 행복하게 살기 위해 결정했던 결혼 생활이 파국으로 끝나는 것 같아 안타깝다.미국 유타주립대에서 기금을 출연해 설립한 결혼정보기관 스트롱거매리지(StrongerMarriage.org)의 광고 ‘내 것’ 편(2009)을 보면 “내 것(MINE)”과 “네 것(YOURS)”이란 소유격을 헤드라인으로 썼다.

헤드라인 아래쪽에는 “어떻게 더 성공적인 결혼 생활을 보장할 것인가”라는 질문을 던진 다음, 샤프 연필을 쥐고 점선으로 박스가 쳐진 부분을 완전히 채워보라는 지시문을 제시했다.

연필로 마인(MINE)부터 와이(Y)까지 덮고 나면 “우리의 것(OURS)”만 남는다. 단어 하나를 바꾸듯 조금만 생각을 바꿔보면 내 것도 아니고 네 것도 아닌 우리의 것이 돼, 더 행복한 결혼 생활을 유지할 수 있다는 사실을 강조했다.지면의 아래쪽에는 “더 강한 결혼 생활을 원한다면 함께 노력하십시오(If you want a stronger marriage, work on it together).”라는 카피를 덧붙여 메시지를 마무리했다.

이어지는 광고인 ‘나를’ 편(2009)에서도 알파벳을 바꿔 결혼의 의미를 설명했다. 광고에서는 “나를(ME)”이라는 목적격을 헤드라인으로 썼다.

헤드라인 아래쪽에는 “지속적인 관계성을 어떻게 구축할 것인가”라는 질문을 던지고, 가위로 엠(M) 자를 둘러싼 점선을 자른 다음 180도 회전하라는 지시문을 제시했다.엠(M) 자를 회전시키면 “나를(ME)”이 “우리(WE)”로 바뀐다. 지면의 맨 아래쪽에는 더 강한 결혼 생활을 원한다면 함께 노력하라는 카피를 써서, 행복을 위해 생각을 조금만 바꿔보기를 권고했다.

간단명료한 카피나 눈에 거슬리지 않는 배경 이미지도 주목할 만하지만, 이 광고에서는 ‘가짜 상호작용’을 시도한 아이디어가 가장 돋보인다. 광고에 제시된 점선을 실제로 자르고 엠(M) 자를 회전시키는 사람은 없겠지만, 한번 해보고 싶게 만들었으니 상호작용 효과를 실제로 유발한 것과 같다.
스트롱거매리지의 광고 ‘내 것’ 편과 ‘나를’ 편 (2009)
접착제 생산회사인 슈퍼글루(Super Glue)의 광고 ‘노부부’ 편(2014)에서는 90세가 넘어 보이는 노부부가 등장했다.

노부부를 광고 모델로 쓰는 경우는 드문 일인데, 접착제 회사에서는 다정스런 노부부를 과감하게 모델로 채택했다. 광고에 출연할 당시에 노부부는 결혼 65주년이었다. 그런데도 남편은 아내의 두 손을 맞잡고 아내의 왼손에 키스를 해주고 있다.

평생을 친구처럼 지냈을 이들의 모습이 너무나 평화로워 보인다. 지면의 아래쪽에는 순간접착제 제품을 배치하고, 다음과 같은 카피를 썼다.

“영원히 지속되는 결속을 위해. 접착이 필요한 모든 곳에 오리지널 슈퍼접착제를 사용하세요(For bonds that last forever. Use the original super glue for all of your gluing needs.).”

순간접착제 광고에서 강한 접착력을 강조하기 위해 65년이 지나도록 떨어질 줄 모르고 함께 붙어있는 노부부의 친밀감을 활용했다.
슈퍼글루의 광고 ‘노부부’ 편 (2014)
부부 사정은 그 부부만이 안다는 말이 있다. 그래서 부부 관계가 어때야 한다는 둥 한 마디로 일반화하기는 어렵다. 어떤 부부에게는 맞는 조언이 다른 부부에게는 틀릴 수 있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더 행복한 부부 생활을 유지하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부부마다 사정이 다르기 때문에 질문에 대한 정답도 물론 없다. 다만 보편적으로 적용될만한 내용을 참고하면 도움이 될 것 같다.

하빌 핸드릭스와 헬렌 라켈리 헌트가 공저한 『세계 최고의 커플테라피 이마고』(학지사, 2022)에서는 서로가 원하는 부부 간의 사랑을 만들어낼 수 있다고 주장했다.

라틴어로 이미지를 뜻하는 이마고(Imago)는 인간의 무의식에 자리 잡은 보편적인 생각의 원형인데, 어떤 고정관념이나 콤플렉스도 이마고에 해당된다.

정신분석학자 프로이트는 1912년에 잡지 <이마고(Imago)>를 창간하며, 이마고를 무의식에 잠재된 콤플렉스라고 설명했다. 유아는 자신을 돌봐준 사람들에 대해 긍정적 이미지와 부정적인 이미지를 가지는데, 그 이마고(이미지)가 무의식에 저장돼 유아의 성격을 형성하며 훗날의 결혼 생활에도 영향을 미친다고 한다.

하빌 핸드릭스 박사가 고안한 이마고 부부 치료법은 유아기에 입은 상처를 부부가 서로 보듬어주는데 초점을 맞추고 있다.

어린 시절에 겪은 좌절의 경험은 성장 과정에서 다양한 욕구로 드러나는데, 부부 생활에서도 좌절된 욕구가 은연중에 나타난다고 한다. 이마고 부부 치료법에서는 눈에 콩깍지가 끼는 무의식적 결혼에서, 부부대화법을 거쳐, 의식적 결혼에 이르는 결혼의 과정을 설명한다.

낭만적 사랑은 상실의 단계를 거치며 부부 간에 주도권을 다투는 힘겨루기가 수반되며, 이때 부부대화법이 필요하다. 부부대화법에는 들은 사람이 말한 사람의 말을 그대로 따라하는 반영하기, 들은 사람이 상대방의 입장에 동의하는 인정하기, 들은 사람이 말한 사람의 감정을 지지하는 공감하기라는 세 단계가 필요하다고 한다.

결국 이마고 부부 치료법에서는 남편과 아내가 상처 부위를 서로에게 말하고, 상대방의 상처를 받아들이며 아픔을 함께 나누려는 노력이 가장 중요하다.

부부 생활에서는 터놓고 대화하며 서로의 차이점을 극복할 방법을 찾으려는 노력이 가장 중요한 것 같다. 해마다 5월 21일은 부부의 날이다. 지난 2007년, 가정의 달 5월에 두 사람(2)이 하나(1)가 되자는 뜻을 담아 21일을 법정기념일인 부부의 날로 정했다.작가 톨스토이도 이렇게 말했다. “행복한 결혼 생활에서 중요한 것은 서로 얼마나 잘 맞느냐보다 다른 점을 어떻게 극복해 나가느냐이다.”

세상에서 가장 친한 친구처럼 지내는 데서 행복한 부부 생활이 평생토록 유지되지 않을까 싶다. 행복은 자주 대화하는 친구 같은 부부에게 가장 먼저 찾아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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