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방·고소 남발에 단식까지…'진흙탕 싸움'된 서울교육감 선거

이주호 서울교육감 예비후보가 오는 6일부터 단식투쟁을 하겠다고 선언했다.
한달도 채 남지 않은 서울교육감 선거전이 ‘진흙탕 싸움’으로 번져가는 가운데 이주호 서울시교육감 예비후보가 단식에 돌입한다. 중도·보수 후보 단일화를 촉구한다는 명분이다.

이주호 예비후보는 오는 6일부터 서울시교육청 앞에서 중도보수후보 단일화를 촉구하며 단식에 돌입하겠다고 4일 밝혔다. 이날 이 후보는 ‘조전혁, 조영달 후보님! 제 온몸으로 호소드립니다’라는 입장문을 발표할 예정이다. 이 후보는 “이런 극단적인 방식으로 호소드릴 수밖에 없는 현실이 참담하고 안타깝다”면서도 “어떻게든 재단일화를 이뤄내 반드시 서울교육 교체를 완성하겠다는 저의 서울시민에 대한 충정으로 너그럽게 이해해 주시길 바란다”고 호소했다.

○보수 예비후보만 5명...사퇴 번복에 재단일화까지

이 후보가 단식까지 나선 것은 서울교육감 중도·보수진영 후보 단일화가 요원한 탓으로 풀이된다. 선거는 내달 1일 코앞으로 다가왔지만, 중도·보수 성향 예비후보는 아직도 5명에 달해 좁혀질 기미가 없다. 이주호 전 과학교육기술부 장관, 박선영 21세기교육포럼 대표, 조전혁 서울시 혁신공정교육위원장, 조영달 서울대 사범대 교수, 윤호상 한양대 겸임교수 등이다.

보수진영은 이번 선거를 앞두고 일찌감치 단일화를 시도했다. 앞서 2014년, 2018년 단일화 실패하면서 조희연 서울시교육감에게 두 차례 패배했기 때문이다.지난 3월 30일 ‘교육감후보 단일화 추진 협의회(교추협)’는 조전혁 후보를 1차 단일화 후보로 추렸다. 그러나 단일화 과정에서 경선룰이 불공정하다는 시비가 붙으면서 박선영 후보는 사퇴, 조영달 후보는 단독 출마를 선언했다.

급기야 지난달 10일에는 교추협 원로위원을 맡았던 이주호 전 장관이 출마를 선언했다. “보수진영 단일화를 마무리하고, 재단일화가 이뤄지면 기쁘게 사퇴한다”는 입장이다. 이 후보는 1차 단일화 이후 사퇴를 선언한 박선영 후보를 다시 불러와 보수진영을 재단일화하겠다고 선언했다.

조전혁, 조영달 후보의 반응은 싸늘하다. 조영달 예비후보는 지난 1일 “이주호 예비후보는 조건부 사퇴가 아닌 무조건 사퇴하고, 박 예비후보도 예비후보직 사퇴 번복을 철회하라”고 선을 그었다. 두 후보 입장에서는 1차 단일화 경선에 참여하지도 않았다가 뒤늦게 선거에 뛰어든 원로급 이 후보나, 사퇴 선언을 번복하고 다시 나타난 박 후보가 달갑지 않을 수밖에 없다.

○비방·고소 난무..."이대로면 또 패배"

후보 간 비방·고소전도 지속되고 있다. 박소영·박성현 교추협 운영위원은 지난 14일과 20일 조영달·박선영 예비후보를 각각 서울중앙지검에 공직선거법 위반, 명예훼손 등 혐의로 형사 고소했다.

조전혁 후보는 지난 1일 자신의 SNS를 통해 “이주호는 박선영에게 기회를 더 주기 위해 불쏘시개로 출마선언 쇼를 한 건가”라며 “이런 사악한 요구를 들어줄 생각이 전혀 없다. 사퇴하려면 박선영을 불러낸 책임을 지고 함께 물러나라”고 했다.

이에 이 후보는 이튿날 ‘조전혁 예비후보의 학교폭력 논란에 대한 입장문’을 내고 “학교폭력은 교육감 후보 자격에 중대한 결격사유”라며 “조전혁 후보가 조희연 교육감과 본선에 나설 경우 본선경쟁력에 치명적”이라고 주장했다. 앞서 조전혁 후보는 2014년 6월 한 유튜브 채널에 출연해 “고등학교 시절 어떤 친구를 한방 때렸는데 턱이 여러조각 나버렸다”며 “한 친구가 (의자를 같이 옮기지 않고) 시험 준비를 하고 있기에 너도 같이 하자고 하니까 나한테 ‘너나 해라’ (그랬다)”고 발언한 적이 있다.

보수진영에서는 단일화에 실패할 경우 이번 선거도 진보진영에 패배할 수밖에 없다는 우려가 나온다. 2018년 선거에서는 보수진영의 박선영 후보와 조영달 후보가 각각 36.2%, 17.3%를 득표하며 46.6%를 얻은 진보 단일 후보인 조희연 교육감에게 패했다.

최예린 기자 rambutan@hankyung.com

핫이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