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검수완박' 대못 박고 떠나는 문 대통령, 후폭풍 어떻게 책임질 건가

더불어민주당이 앞장선 ‘검수완박(검찰 수사권 완전 박탈)’ 폭거에 문재인 대통령도 동승했다. 민주당이 어제 검수완박을 위한 형사소송법 개정안을 강행 처리하자 문 대통령은 국무회의를 열어 검찰청법 개정안과 함께 일사천리로 공포 절차를 밟았다. 이로써 검수완박은 20일도 안 돼 입법 절차가 끝났다.

청와대와 민주당은 검수완박 입법을 위해 국회 본회의를 앞당기고, 국무회의는 늦추는 등 막판까지 전례를 찾기 힘든 당·청 합작 ‘꼼수 릴레이’까지 펼쳤다. 임기가 1주일도 남지 않은 정권이 무엇이 급해 군사작전하듯 대못을 박고 떠나는지, 이유를 묻지 않을 수 없다. 이 법 시행으로 발생할 후유증이 가늠하기 어렵다는 점에서 더욱 그렇다. 국민의힘은 헌법재판소에 권한쟁의심판 청구를 했고, 검찰도 검토하고 있다. 법조계와 학계, 시민단체도 헌법소원, 위헌소송을 줄줄이 준비하고 있다. 국민투표 주장까지 나왔다. 문 대통령은 이 과정에서 터져 나올 갈등으로 인한 엄청난 사회적 비용을 어떻게 감당하고 책임질 건가. 국민 통합에 앞서도 모자랄 판에 떠나는 대통령이 대분열, 대혼란의 폭탄을 던져놓은 것은 도리가 아니다.문 대통령이 국민 뜻을 깡그리 무시한 점도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 이 법에 대해 여권을 빼고 다 비판하고 있고, 여론조사에서도 반대가 월등하다. 그런데도 숙의 과정은 다 건너뛰었다. 문 대통령이 민의(民意)를 조금이라도 존중했다면 폭주를 막았어야 정상이다. 이 법으로 인한 피해는 국민이 볼 것이라는 점에서 그렇다. 지난해 1월 검경 수사권 조정으로 경찰 조사 지연은 이미 현실화하고 있다. 대한변협 조사에 따르면 변호사 74%가 지난해 1월 이후 경찰 조사 지연을 경험했다고 응답했다.

그런 판에 4대 중대범죄 수사권까지 경찰로 넘어가면 이런 사태가 더 심해질 게 뻔하다. 고발인 이의신청도 막힌다. 오죽하면 법조계에서 “국민 불만이 폭발할 것”이라는 우려까지 나오겠나. 문 대통령이 평소 ‘국민을 위한다’는 말을 입에 달면서 검수완박에서는 정반대로 간 것은 ‘국민 배반’에 다름 아니다. 국민은 어떻게 되든 본인 진영만 챙기겠다는 것으로밖에 볼 수 없다. 문 대통령은 “국민 기본권을 보장하기 위한 것”이라고 강변했는데, 공감하는 국민이 얼마나 있을지 의문이다.

법안 처리 과정에서 민주당이 위장 탈당, 회기 쪼개기 등 온갖 반민주적 행태를 벌인 데 이어 대통령마저 주무 기관인 검찰의 거부권 요청 의견을 무시하는 등 국무회의를 요식 절차로 삼았다. 취임 초 “국무회의는 소통이 생명”이라고 한 말은 다 어디 갔나. 문 대통령은 지난해 초 검경 수사권 분리 입법 과정에서 검찰 등의 의견 수렴과 함께 속도조절을 주문하기도 했다. 그래 놓고 완전히 태도를 바꿨다. 정권 비리 수사를 막고 ‘퇴임 후 안전 보장’을 위한 것이란 비판을 피하기 어려운 이유다. 문 대통령과 민주당은 국민의 심판이 두렵지 않은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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