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 우크라이나 사태 후 생존전략 3가지

"원자재 수급구조 다변화 필요
지정학적 안정성 따져 해외 진출
'대체시장 발굴' 지원 이뤄져야"

김영한 성균관대 경제학과 교수
팬데믹이 초래한 글로벌 공급망 붕괴의 여파도 벗어나지 못하는 와중에, 세계 경제의 시계를 제로로 만들어 버린 푸틴의 우크라이나 침공이 시작된 지 벌써 두 달이 됐다. 러시아에 대한 경제 제재가 이뤄지면서 국제 유가와 천연가스 가격은 아무도 예측할 수 없게 됐다. 푸틴은 계획이 뜻대로 안 되자 핵전쟁 위협 카드까지 꺼냈다. 러시아 시장이 사라졌을 뿐 아니라 원자재 공급망도 붕괴 위기에 처했다.

걸프전쟁과 세계 금융위기는 그 충격은 강했지만 위기 전개 과정에 대한 예측이 가능했다. 하지만 핵전쟁 카드까지 중첩된 우크라이나 전쟁이 초래할 위기는 예측이 무의미할 정도다. 한국 경제의 생존을 위한 시나리오는 어떻게 될까. 먼저 최악의 시나리오는 확전을 우려한 서방의 제약된 지원에도 불구하고 장기간의 소모적인 전쟁과 불확실성이 계속 이어지는 경우다. 이 경우는 우크라이나에서 참혹한 비극이 계속되면서 러시아의 지급불능 사태가 개발도상국의 금융 불안으로 확산해 세계 경제 역시 수렁에 빠지는 기간이 상당 기간 길어진다.두 번째 최선의 시나리오는, 최근 본격화하고 있는 서방의 대(對)러시아 경제 제재와 또 러시아 국내에서의 반전 여론이 급속히 확산해 비교적 단기간 내에 전쟁이 종식되는 경우다. 이 경우 장기적으로 전쟁 리스크가 해소된다는 점에서 세계 경제의 중장기적 불확실성이 사라진다. 마지막으로는 최악의 시나리오와 최선의 시나리오가 복합된 다양한 경우를 생각해볼 수 있을 것이다. 어떤 시나리오라도 상당 기간 에너지 및 원자재 가격의 불확실성은 계속될 것이다. 또 국제 운송 및 결제 시스템 등의 불확실성이 커지면서 세계 경제의 블록화 확대는 우리 경제와 기업 경영자들에게 새로운 도전이 될 것으로 보인다.

1970년대의 오일쇼크부터 걸프전, 세계 금융위기 등 세계 경제에 충격을 초래한 역사적 경험에 대한 반추는 우크라이나 전쟁이 가져온 총체적 위기에서 한국 경제의 생존 전략을 찾는 데 큰 시사점을 준다. 세계 경제의 공급 및 수요 위축을 동시에 초래한 오일쇼크를 계기로 세계 경제 강자로 부상한 나라가 바로 일본이다. 즉 석유 가격이 폭등해 생산 위축과 물가 상승이 동반되는 스태그플레이션이 전 세계로 확산할 때, 일본 기업들은 에너지 효율성을 획기적으로 제고하는 기술혁신을 통해 게임체인저로 부상했다. 그 이후에도 반복된 세계 경제 위기들은, 결국 그 위기에 대응해 기술혁신에 성공한 게임체인저들을 낳는 계기가 됐다.

이번 우크라이나 전쟁으로 당장은 원유·천연가스 등 에너지 가격 및 원자재 가격 폭등과 함께 푸틴 리스크가 장기화할 경우, 세계적인 스태그플레이션 현상은 피할 수 없는 현실이 될 가능성이 크다. 또한 중국이 노골적으로 푸틴의 침략에 동조하면서 향후 미·중 간 갈등 구조도 확산할 공산이 큰 만큼 글로벌 공급망 교란은 상당 기간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이와 같은 총체적 위기 국면에서 우리는 역사적 교훈을 기억해야 한다. 첫째, 우크라이나 전쟁에 의한 에너지 가격 및 원자재 가격 폭등과 불안정 가운데서, 우리 경제의 생존을 위해서는 원자재 수급 구조 다변화가 필요하다. 에너지 효율성과 제품 경쟁력을 획기적으로 높이는 기술혁신 노력도 필수다. 둘째, 해외시장 진출 확대 단계에서 단기적인 수익성 등 경제적 요인뿐만 아니라, 중장기적인 지정학적 안정성도 더욱 중요하게 고려할 필요가 있다.

마지막으로 당장 러시아 시장과 우크라이나 시장 의존도가 높았던 기업들의 단기적인 충격을 최소화하는 다양한 정책 지원과 함께 신속하게 대체시장 발굴을 위한 적극적인 지원이 이뤄져야 할 것이다. 이와 함께, 모든 기업의 에너지 효율성과 기술 경쟁력 제고를 위한 기술혁신 지원 정책들의 실효성을 높이는 특단의 정책적 노력이 이뤄져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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