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이 정의하는 행복은 무엇입니까?

한경 CMO Insight

광고에서 채굴한 행복 메시지
김병희 서원대 광고홍보학과 교수
(한국광고학회 제24대 회장)
김병희 서원대 교수
해마다 3월 20일은 세계 행복의 날(International Day of Happiness)이다.

유엔은 행복의 중요성을 환기하기 위해 이 날을 ‘세계 행복의 날’로 선포하고 2013년부터 기념해 왔다.유엔은 행복과 웰빙의 관련성을 인정하는 동시에 지속가능한 개발과 빈곤을 퇴치함으로써 모든 사람들의 행복을 촉진하자는 취지에서 결의안을 채택했다.

제66차 유엔총회에서는 “행복과 웰빙: 새로운 경제 패러다임 정의”에 관한 고위급 회의를 개최한 적도 있었으니, 유엔은 오랫동안 인류의 행복 문제에 관심을 가져왔다고 할 수 있다.

유엔의 지속가능개발위원회와 생산성 전문회사인 온라인(Online)의 공동 광고 ‘팀 스머프’ 편(2017)에서는 세계 행복의 날을 앞두고 행복의 중요성을 강조했다.광고의 중앙에 어린이 다섯 명이 밝고 천진난만하게 웃고 있고, 그 주변을 개구쟁이 스머프들이 둘러싸고 있다.

다들 알다시피 스머프는 프랑스와 벨기에의 만화계에서 주목받는 만화가인 페요(Pierre Culliford 피에르 컬리포드, 1928-1992)가 만든 창작 캐릭터다.

1981년부터 방영돼 세계적으로 인기를 끌었던 TV 애니메이션 <개구쟁이 스머프>로 우리 모두에게 친숙한 캐릭터를 광고에 활용했다. 광고를 보면 버섯마을의 파란 요정의 모습이 그대로 재현돼있다.광고에서는 “세계를 더 행복하고 평화로운 곳으로 만들기 위한 유엔과 유니세프의 팀 스머프”라는 헤드라인을 써서 팀워크를 부각시켰다.

TV 애니메이션의 내용을 잠깐 떠올려보면, 스머프들은 베리 파이를 먹고 노래하기를 좋아하지만 마을의 모든 사람들이 먹을 만큼 먹고 걱정할 필요가 없을 때만 행복해한다.

따라서 모두 함께 지구를 보호하자는 유엔의 계획이나 유엔과 유니세프의 협력 정신과도 스머프라는 소재는 잘 맞아떨어졌다. 광고에 등장한 개구쟁이 스머프는 세계 행복의 날을 모두가 기억할 수 있도록 확실한 기억의 단서 역할을 했다.
유엔과 온라인의 공동광고 ‘팀 스머프’ 편 (2017)
바탕 화면을 공유하는 온라인 커뮤니티인 월페이퍼케이브(WallpaperCave)의 광고 ‘세계 행복의 날’ 편(2020)에서는 구름 위에서 사람들이 환호하는 행복한 순간을 그대로 활용했다.

벽지를 뜻하는 월페이퍼(Wallpaper)가 미디어에 쓰이면 움직이는 바탕 화면을 의미한다. 월페이퍼케이브에 접속하면 개인용 컴퓨터나 디지털 기기에 필요한 수많은 바탕 화면을 탐색하고 공유할 수 있는데, 배경 화면을 올리면 하루 이내에 신뢰성과 선정성 여부를 검토한 다음 널리 공개하게 된다.

광고에서는 바탕 화면을 제공하는 온라인 커뮤니티의 특성을 살려 환상적인 이미지를 활용했다. 구름 위로 해가 떠오르고 있는데, 사람들이 각양각색으로 두 팔을 벌린 채 뜀을 뛰고 있다.

자세히 보면 여자가 여섯 명이고 남자가 한명이다. 얼굴이 잘 보이지는 않지만 행복한 순간을 이렇게도 표현할 수 있나 싶을 정도로, 환호하는 분위기가 절로 느껴진다.

“세계 행복의 날”이란 헤드라인만 쓰고 어떠한 추가 설명도 하지 않았다. 그럼에도 시각적 이미지가 너무 강렬했기에 행복감이 저절로 전해지고 있다.

광고를 클릭하면 다음과 같은 ‘행복을 위한 맹세(Pledge to be happy)’로 연결된다.

“세계 행복의 날을 맞아 우리는 다른 사람들이 더 행복할 수 있도록 돕고, 특히 불우한 사람들을 돕는 행동에 나설 것을 서약합니다. ‘행복의 날’의 진정한 힘은 다른 사람과 나눌 때 가장 잘 나타납니다. 많은 사람들이 형제애로 뭉쳐 활동하거나 한 사람의 하루를 밝히고 입가에 미소를 띠게 할 한 가지 일을 시도함으로써 행복을 증진하는데 함께 해주십시오. 그렇게 하겠다는 결심과 서약이 그 일의 시작입니다.”
월페이퍼케이브의 광고 ‘세계 행복의 날’ 편 (2020)
세계 행복의 날은 행복이 사람에게 가장 중요한 목표이자 권리임을 인식하자는 취지에서 제정됐다.

2012년 6월 28일, 유엔의 고문 제임 일리엔(Jayme Illien)이 비준을 주창하고 반기문 당시 유엔사무총장이 지지해, 7월 12일의 유엔총회에서 유엔 결의 66/281로 193개 회원국의 만장일치로 채택됐다.

그 후 유엔의 193개 회원국이 이 날을 기념하고 있다. 첫 번째 기념행사는 뉴욕에서 열린 테드틴(Ted×Teen) 회의에서 넬슨 만델라의 손자인 은다바 만델라와 빌 클린턴의 딸인 첼시 클린턴이 공개적으로 진행했다.

2014년의 두 번째 기념식은 유엔재단과 가수 퍼렐 윌리엄스가 추진해 24시간 동안 ‘행복’에 관한 노래 공연을 했으며, 세계의 시민들은 행복 영상을 만들어 공유했다.

행복한 사람들의 습관에 대해 설명한 글들을 종합해보면 대체로 이런 내용이다. 가족과 함께하는 시간을 더 늘리고, 부정한 것에 반응하지 않으며, 기쁨을 주는 일을 더 많이 하고, 더 자주 읽고 더 자주 쓰며, 되돌려 받으려 하지 말고 베풀라고 한다.

타인에게 뭔가를 가르쳐주거나, 항상 먼저 용서하고, 감사한 마음을 자주 나타내고, 항상 진실을 말하며, 자격과 권리에 지나치게 예민하지 말라고 한다.

다 옳은 말이지만 결국 개인이 이런 덕목을 자신의 습관에서 실천하느냐 그렇지 않느냐에 따라, 행복의 척도가 결정된다고 하겠다.

3월 20일, 세계 행복의 날을 앞두고, 모두들 자신을 행복하게 하는 것을 되돌아보면 좋겠다. 우리나라에는 아직 ‘행복의 날’이 지정되지 않은 듯하다.

그 많은 기념일이 있는데도 유엔에서 권고한 행복의 날이 여태껏 없다니 도무지 이해할 수 없다. 새 정부가 출범하면 하루 속히 ‘행복의 날’을 지정하기를 권고한다.우리 주변에는 행복의 불꽃을 타오르게 하는 많은 것들이 있다. 밤하늘의 별을 바라보는 순간이나, 멀리 여행을 떠난다거나, 좋아하는 노래를 듣는다거나, 사랑하는 사람과 그윽한 눈길을 주고받으며 와인을 마시는 순간도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행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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