콘텐츠 바다 속 브랜딩, 기업 자신만의 메시지부터 시작해야

마케팅 신간 서적 저자 기고
■ 「그 회사의 브랜딩」저자, 황조은

한국에서 PR(Public Relations) 일을 한다고 하면 보통 언론홍보 일을 한다고 좁게 생각하기 쉽다.워낙 대표적인 PR 업무 중 하나이기도 하고 PR 일을 잘 모르는 사람에게도 보도자료의 존재는 친숙하게 다가오기 때문일 것이다.

또한 과거에는 기업을 대중에게 알릴 수 있는 수단으로 신문 기사가 유일무이했다. 기업 PR팀에서 보도자료를 팩스나 우편으로 발송한 후 다음 날 종이 신문으로 기사를 확인해야만 했기에, 뉴스 송수신 방식에 있어 물리적 제한도 컸던 시절이었다.

종이 신문 1면에 대문짝만한 기사로 실리는 것이 가장 큰 기업 홍보의 성과였다. 자본력이 있는 기업에 한해서 TV나 라디오 광고를 진행하는 정도였다.기술의 발전은 세상의 모든 정보가 투명하게 실시간으로 공유되는 것을 가능케 했다. 이로 인해 정보가 실리는 플랫폼 또한 수도 없이 탄생하고 있다.

변화의 속도에 채 따라가지 못하면 소리 없이 시장에서 도태되고 마는, 이른바 플랫폼 정글 시대다. 미디어는 종이 신문뿐 아니라 포털 입점, 소셜미디어와 유튜브 운영에 투자를 확대하고, 실시간으로 대중의 관심사와 반응을 살피며 콘텐츠를 만들고 있다.

이러한 거대한 변화는 PR 일을 하는 사람들의 ‘대중과 관계를 맺는 방식’도 변화시키고 있다. 심지어 PR 담당자, 마케터, 브랜딩 실무자가 아니어도 브랜드에 속한 일원이라면 누구나 영향력 있는 메신저가 된다.창업가가 개인 소셜미디어에 올리는 한 마디, 회사 직원이 기업평가 사이트에 올리는 회사 평판은 값비싼 광고 캠페인보다도 효과적인 홍보 효과를 낳을 때가 많기 때문이다. 물론 반대로 그 영향력은 회사 평판을 바닥으로 끌어내리는 위기가 되기도 한다.

영향력 있는 메시지를 주고 받는 방식의 트렌드도 빠르게 달라지고 있다. 불과 1년 전 2021년 초만 해도 오디오 기반 소셜미디어 클럽하우스는 전 세계적인 열풍을 끌었다.

많은 스타트업들도 클럽하우스에서 온라인 채용설명회를 개최해 한 번에 수백 명의 잠재입사자를 모아 회사의 매력을 알렸다.과거에는 특정 기업의 오프라인 채용설명회에 참석하기 위해 반나절의 시간을 써야 했다면, 클럽하우스에서 동시에 몇 개의 기업이 채용설명회를 열어도 클릭 몇 번만으로 유연하게 옮겨 다닐 수 있게 됐다.

그리고 1년이 지난 지금 메타버스 채용설명회가 대세가 될 줄 누가 예측할 수 있었을까.
기업과 상품을 알릴 수 있는 채널이 많아진 만큼 채널과 메시지의 적합성, 그리고 메시지 그 자체의 성격이 더욱 중요해졌다. 단순히 많이, 빠르게는 답이 될 수 없다. 메시지를 전하는 목적에 대해 스스로 답할 수 있어야 한다. (이미지 출처: 셔터스톡)
신문 기사 말고도 회사를 알릴 채널이 다양해졌다는 말로 안심하면 안 된다. 오히려 기업은 더 큰 긴장감을 가져야 한다. 그만큼 콘텐츠 소비자 입장에서 메시지 선택의 폭이 넓어졌기 때문이다.

과거처럼 얼마나 좋은 학연과 지연을 가지고 있고 많은 광고 자본을 투자했느냐의 문제는 옛말이 됐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제 진정한 콘텐츠의 갑은 메시지 그 자체로 모이고 있다. 기업은 지속가능하고 차별화된 철학과 사회적 영향력을 고민하는 데 더 많은 시간을 투자해야 한다.

클럽하우스나 메타버스 채용설명회에 참여한 많은 대중들 앞에서 회사를 어필하기 위해 거짓되고 과장된 말을 내뱉는 행위는 금세 들통이 나며, 빠르게 기업의 신뢰를 잃고 만다.

지금 자신의 회사에서 PR과 기업 브랜딩에 대한 좁은 틀에 갇혀있진 않은지 돌아볼 타이밍이다. 입사지원 서류가 많이 들어오지 않아서 무작정 채용공고 광고비만 늘릴 계획을 세우진 않았는지, 줄줄이 직원이 퇴사하고 있는데 조직문화나 사내소통 개선을 외면하고 있진 않은지, 회사에 대한 부정적인 기사가 나오는데 그저 눈과 귀를 막고 있진 않은지.알릴 수단을 탓하지 말고, 처음으로 돌아가 회사 안을 관찰하며 제대로 알려야 할 메시지부터 다시 고민한다면 대중과 관계 맺는 방법의 감을 잡을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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