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 봉쇄' 평양 있었던 새 英대사 "대북 백신지원 성사되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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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합뉴스 인터뷰…"공관 유지하고 싶었는데" 물자 반입 어려워지며 철수
"북한, 하노이서 큰 기회 놓쳐…북한이 준비된다면 관여 역할 할 준비" 콜린 크룩스 신임 주한 영국대사는 대북 백신 지원과 관련해 "유엔과 북한 사이에 협상이 계속되는 것으로 알고 있다"며 "이런 협상이 결과를 내 북한이 백신을 받을 수 있도록 하는 기회(opening)로 이어지길 바란다"고 말했다. 크룩스 대사는 24일 서울 종로구 연합뉴스 사옥에서 한 인터뷰에서 "우리는 북한에 몇 차례 백신 지원을 제의했던 유엔 및 코백스(COVAX·유엔이 주도하는 백신 공동 배분계획) 메커니즘을 지지해왔다"며 이같이 밝혔다.
이달 주한대사로 부임하기 직전인 2018년 말부터 2021년까지 평양 주재 대사로 근무한 그는 "모든 이가 백신에 대한 접근권을 가져야 한다는 것이 우리의 시각"이라고 강조했다.
최근 국제사회에서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전면 차단을 위해 국경봉쇄를 장기간 이어온 북한이 외부세계와 교류할 수 있도록 백신을 지원하자는 주장이 나오고 있다. 토마스 오헤아 킨타나 유엔 북한인권특별보고관도 최근 방한 회견에서 북한 주민 모두가 최소 2회 접종할 수 있도록 코로나19 백신 6천만 회분을 북한에 지원하자고 제안한 바 있다.
이 방안은 이미 한국 정부 안팎에서 제기돼 지난해 말엔 유엔 측이 북측에 의사까지 타진한 것으로 전해졌지만, 성사되지 않고 있는 사안이다.
북한은 코백스에서 배정한 백신 지원 물량도 거부하고 있다. 크룩스 대사는 "물론 인프라에 있어 북한이 직면한 도전이 있으리라는 느낌이 들지만, 북한 정부가 백신을 받아들일 준비가 되면 유엔이나 세계보건기구(WHO) 등 국제사회와의 긴밀한 협력을 통해 북한 주민들을 접종할 역량을 마련해야 한다"며 "(북한의 준비가) 조만간 이뤄지길 바란다"고 말했다.
그는 "저의 우려는 북한 주민들이 국경봉쇄로 아주 힘든 시기를 보내고 있다는 것"이라며 북한의 인도주의적 상황에 강한 우려를 나타내기도 했다. 그는 2018년 말부터 2020년 5월까지 평양에 1년 반가량 직접 주재하다 코로나19 상황 및 북한의 국경 봉쇄로 주북 영국대사관을 임시 폐쇄하고 철수했다. 2020년 초 북한의 국경봉쇄가 시작된 후에도 수개월간 평양에 머무른 것이다.
그는 "우리는 2020년 3월 북한 당국이 외국인을 실어나를 마지막 비행편이 될 수 있다고 이야기했을 때도 이를 타지 않았다.
공관을 유지하고 싶었기 때문"이라고 했다.
그러나 봉쇄로 인해 대사관 운영 등에 필요한 물자 반입이 어려워졌고, 응급치료가 필요한 상황 등에 대한 우려도 생겼다.
그해 4월께가 되자 국경봉쇄가 연말까지 이어질 것이라는 관측이 나왔고 영국 정부는 결국 대사관 임시 폐쇄 결정을 내려야 했다.
크룩스 대사는 "(영국은) 국경이 재개방되는 대로 평양에 돌아가 대사관을 복구하려는 의지가 크다"고 강조했다.
크룩스 대사의 후임인 데이비드 엘리스 신임 주북대사도 이미 임명한 상태다.
코로나19로 대사관을 임시 폐쇄하기는 했지만 영국은 북한과 2000년 수교하고 20년 가까이 서로 상주대사관을 유지해왔다.
이는 북한과 서방이 접촉하는 중요 창구 중 하나로, 북·영은 영어교육과 문화, 체육 등의 분야에서 협력하기도 했다.
크룩스 대사도 평양 주재 당시 김선경 북한 외무성 유럽담당 부상이 카운터파트였고 런던으로 돌아와서도 최일 영국 주재 북한대사와 자주 만났다고 한다.
그는 "우리가 원하는 것은 북한을 더 잘 이해하고, 인권 개선을 위해서 일하고 대화를 유지하고 있고 통로를 만드는 것"이라며 "특히 비핵화를 위해 노력하고 싶다"고 말했다.
다만 그는 "우리의 대북 관여 및 관계를 통해 합의를 이루는 데 도움이 된다면 영국은 역할을 할 준비가 돼 있다"면서도 "북한이 아직은 그런 프로세스에 준비가 돼 있지 않은 것 같다"라고도 말했다. 크룩스 대사는 '노딜'로 끝난 2019년 2월 하노이 북미정상회담 당시 평양에 직접 주재 중이기도 했다.
북미 대화가 진행 중이던 당시 평양에서 느낀 북한의 대화국면에 대한 평가를 묻자 그는 "평양의 분위기는 희망적이었던 것 같다"면서 "북한은 하노이에서 큰 기회를 놓쳤다고 생각한다"고 평가했다.
그는 "안타깝게도 하노이에서 그들은 (비핵화의) 길을 시작할 유연성을 갖지 못했고 이는 애석한 일"이라며 "북한이 다시 관여를 선택한다면 국제사회가 상상력을 발휘할 수 있고 북한에게 안보와 번영을 보장할 창의적인 방안을 기꺼이 모색하리라는 것을 발견하게 될 것이다.
하지만 이는 비핵화를 통해야 한다"고 거듭 강조했다.
크룩스 대사는 평양 주재 기간 북한 주민들과 교류하는 일상을 트위터를 통해 전한 것으로도 화제가 됐다.
명절 등에 공원에 가서 불고기와 소주 등을 나누며 시간을 보내는 등 평범한 주민들의 일상을 접한 것이 그에게도 깊은 인상으로 남아있다.
후임 대사에게 주고 싶은 조언을 묻자 그는 "북한에서는 외무성과 대화하는 것만이 전부가 아니다. 가게, 학교 어디서 누구와 만나 이야기해도 북한에 대해 새로운 것을 배울 수 있다"며 '열린 마음'을 강조했다.
/연합뉴스
"북한, 하노이서 큰 기회 놓쳐…북한이 준비된다면 관여 역할 할 준비" 콜린 크룩스 신임 주한 영국대사는 대북 백신 지원과 관련해 "유엔과 북한 사이에 협상이 계속되는 것으로 알고 있다"며 "이런 협상이 결과를 내 북한이 백신을 받을 수 있도록 하는 기회(opening)로 이어지길 바란다"고 말했다. 크룩스 대사는 24일 서울 종로구 연합뉴스 사옥에서 한 인터뷰에서 "우리는 북한에 몇 차례 백신 지원을 제의했던 유엔 및 코백스(COVAX·유엔이 주도하는 백신 공동 배분계획) 메커니즘을 지지해왔다"며 이같이 밝혔다.
이달 주한대사로 부임하기 직전인 2018년 말부터 2021년까지 평양 주재 대사로 근무한 그는 "모든 이가 백신에 대한 접근권을 가져야 한다는 것이 우리의 시각"이라고 강조했다.
최근 국제사회에서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전면 차단을 위해 국경봉쇄를 장기간 이어온 북한이 외부세계와 교류할 수 있도록 백신을 지원하자는 주장이 나오고 있다. 토마스 오헤아 킨타나 유엔 북한인권특별보고관도 최근 방한 회견에서 북한 주민 모두가 최소 2회 접종할 수 있도록 코로나19 백신 6천만 회분을 북한에 지원하자고 제안한 바 있다.
이 방안은 이미 한국 정부 안팎에서 제기돼 지난해 말엔 유엔 측이 북측에 의사까지 타진한 것으로 전해졌지만, 성사되지 않고 있는 사안이다.
북한은 코백스에서 배정한 백신 지원 물량도 거부하고 있다. 크룩스 대사는 "물론 인프라에 있어 북한이 직면한 도전이 있으리라는 느낌이 들지만, 북한 정부가 백신을 받아들일 준비가 되면 유엔이나 세계보건기구(WHO) 등 국제사회와의 긴밀한 협력을 통해 북한 주민들을 접종할 역량을 마련해야 한다"며 "(북한의 준비가) 조만간 이뤄지길 바란다"고 말했다.
그는 "저의 우려는 북한 주민들이 국경봉쇄로 아주 힘든 시기를 보내고 있다는 것"이라며 북한의 인도주의적 상황에 강한 우려를 나타내기도 했다. 그는 2018년 말부터 2020년 5월까지 평양에 1년 반가량 직접 주재하다 코로나19 상황 및 북한의 국경 봉쇄로 주북 영국대사관을 임시 폐쇄하고 철수했다. 2020년 초 북한의 국경봉쇄가 시작된 후에도 수개월간 평양에 머무른 것이다.
그는 "우리는 2020년 3월 북한 당국이 외국인을 실어나를 마지막 비행편이 될 수 있다고 이야기했을 때도 이를 타지 않았다.
공관을 유지하고 싶었기 때문"이라고 했다.
그러나 봉쇄로 인해 대사관 운영 등에 필요한 물자 반입이 어려워졌고, 응급치료가 필요한 상황 등에 대한 우려도 생겼다.
그해 4월께가 되자 국경봉쇄가 연말까지 이어질 것이라는 관측이 나왔고 영국 정부는 결국 대사관 임시 폐쇄 결정을 내려야 했다.
크룩스 대사는 "(영국은) 국경이 재개방되는 대로 평양에 돌아가 대사관을 복구하려는 의지가 크다"고 강조했다.
크룩스 대사의 후임인 데이비드 엘리스 신임 주북대사도 이미 임명한 상태다.
코로나19로 대사관을 임시 폐쇄하기는 했지만 영국은 북한과 2000년 수교하고 20년 가까이 서로 상주대사관을 유지해왔다.
이는 북한과 서방이 접촉하는 중요 창구 중 하나로, 북·영은 영어교육과 문화, 체육 등의 분야에서 협력하기도 했다.
크룩스 대사도 평양 주재 당시 김선경 북한 외무성 유럽담당 부상이 카운터파트였고 런던으로 돌아와서도 최일 영국 주재 북한대사와 자주 만났다고 한다.
그는 "우리가 원하는 것은 북한을 더 잘 이해하고, 인권 개선을 위해서 일하고 대화를 유지하고 있고 통로를 만드는 것"이라며 "특히 비핵화를 위해 노력하고 싶다"고 말했다.
다만 그는 "우리의 대북 관여 및 관계를 통해 합의를 이루는 데 도움이 된다면 영국은 역할을 할 준비가 돼 있다"면서도 "북한이 아직은 그런 프로세스에 준비가 돼 있지 않은 것 같다"라고도 말했다. 크룩스 대사는 '노딜'로 끝난 2019년 2월 하노이 북미정상회담 당시 평양에 직접 주재 중이기도 했다.
북미 대화가 진행 중이던 당시 평양에서 느낀 북한의 대화국면에 대한 평가를 묻자 그는 "평양의 분위기는 희망적이었던 것 같다"면서 "북한은 하노이에서 큰 기회를 놓쳤다고 생각한다"고 평가했다.
그는 "안타깝게도 하노이에서 그들은 (비핵화의) 길을 시작할 유연성을 갖지 못했고 이는 애석한 일"이라며 "북한이 다시 관여를 선택한다면 국제사회가 상상력을 발휘할 수 있고 북한에게 안보와 번영을 보장할 창의적인 방안을 기꺼이 모색하리라는 것을 발견하게 될 것이다.
하지만 이는 비핵화를 통해야 한다"고 거듭 강조했다.
크룩스 대사는 평양 주재 기간 북한 주민들과 교류하는 일상을 트위터를 통해 전한 것으로도 화제가 됐다.
명절 등에 공원에 가서 불고기와 소주 등을 나누며 시간을 보내는 등 평범한 주민들의 일상을 접한 것이 그에게도 깊은 인상으로 남아있다.
후임 대사에게 주고 싶은 조언을 묻자 그는 "북한에서는 외무성과 대화하는 것만이 전부가 아니다. 가게, 학교 어디서 누구와 만나 이야기해도 북한에 대해 새로운 것을 배울 수 있다"며 '열린 마음'을 강조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