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원복국 사건·최순실…한국 정치사 바꾼 녹취

가족 간 통화 내용이 논란이 된 이재명 후보의 부인 김혜경 씨(왼쪽)와 서울의소리 기자와의 통화 내용이 공개된 윤석열 후보의 부인 김건희 씨(오른쪽). /한경DB
이번 대선판을 뜨겁게 달구고 있는 이슈 중 하나는 대통령 후보와 부인들의 통화녹음 내용이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와 부인 김혜경 씨는 과거 가족들과의 갈등이 담긴 통화녹음이 인터넷에 퍼져 곤욕을 치렀다.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후보의 부인 김건희 씨도 유튜브 채널 서울의소리 기자와의 통화 내용이 공개되면서 논란이 일었다.

녹취가 정치에 큰 파장을 불러일으킨 선례는 많다. 대표적인 게 1992년 14대 대선을 1주일 앞두고 벌어진 일명 ‘초원복국 사건’이다. 당시 부산의 초원복국에서 김기춘 법무부 장관과 김영환 부산시장, 박일용 부산경찰청장 등 부산지역 기관장들이 모여 김영삼 민주자유당 후보를 당선시키기 위한 회의를 했다. 이들은 “우리가 남이가” “지역감정을 부추기자” 등의 발언으로 물의를 빚었다. 이들의 대화는 정주영 통일국민당 대선 후보 측의 도청에 의해 알려졌다.2013년에는 국가정보원이 이석기 통합진보당 의원의 내란음모 혐의를 입증하기 위해 ‘5·12 녹취록’을 공개했다. 통진당 간부들이 혁명조직(RO) 소속 130여 명과 국가기간시설 파괴를 모의한 내용 등이 담긴 것으로 알려졌다. 법원은 녹취록을 증거로 인정해 이 의원의 내란 선동, 국가보안법 위반 혐의를 유죄로 판결했다.

2016년 박근혜 대통령 탄핵 정국에서도 녹취록이 중요한 역할을 했다. 정호성 청와대 부속비서관이 박 대통령의 지시를 빠뜨리지 않고 이행할 목적으로 녹음해 둔 게 최서원 씨(개명 전 최순실)의 국정 개입을 드러내는 증거로 작용했다.

지난해에는 김명수 대법원장의 녹취록이 공개돼 파장을 일으켰다. 작년 2월 국회에서 ‘김명수 대법원장이 여당의 임성근 부장판사 탄핵 움직임을 이유로 사표를 반려했다’는 의혹이 제기되자 김 대법원장은 “그런 일이 없다”고 해명했다. 하지만 이는 임 부장판사가 김 대법원장과 나눈 대화 녹취록을 공개하면서 허위임이 드러났다.

최예린 기자 rambuta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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