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예술작품을 향유하는 기쁨

한경 CMO Insight

광고에서 채굴한 행복 메시지
김병희 서원대 광고홍보학과 교수
(한국광고학회 제24대 회장)
김병희 서원대 교수
물건을 팔기위해 광고를 하지만, 광고에서 행복의 메시지를 전하기도 한다.

광고 메시지 자체에서 행복한 감정을 느낄 수도 있지만, 광고가 행복의 기회를 제공하기도 한다.스마트폰의 탄생에 대해 언론에서 보도했더라도 만약 스마트폰 광고를 하지 않았더라면, 스마트폰이 이처럼 급속히 대중화되지는 못했으리라. 그동안 스마트폰 광고니 홍보물에서도 행복한 소통에 대해 자주 이야기해왔다.

세종문화회관의 ‘온쉼표’ 홍보물(2016)에서 행복의 메시지를 채굴해보자. 단돈 천원에 좋은 공연을 볼 수 있다면 얼마나 행복할까?

세종문화회관은 지난 2007년부터 ‘천원의 행복’이란 프로젝트를 시작해 지금까지 계속해오고 있다.이는 시민들이 문화예술작품을 향유할 기회를 확대하기 위해 세종문화회관에서 기획 제작하는 연극, 클래식, 오페라 공연을 1천원에 볼 수 있는 사회공헌 프로그램이다.

평소에 문화예술에 접하기 어려웠던 시민들에게 공연을 즐길 수 있는 행복감을 안겨주었다.

‘천원의 행복’을 시작한지 10주년이었던 2016년부터는 기존의 프로그램을 발전시켜 ‘온쉼표’란 이름으로 지속되고 있다.온쉼표는 시민에게 더 가까이 다가가기 위해 매달 1~2회씩 공연하는 클래식, 국악, 재즈, 무용 같은 다양한 예술 공연을 1000원에 볼 수 있도록 공연장의 문턱을 낮춘 행복 프로젝트다.

‘온쉼표’ 홍보물에서는 “천원으로 만끽하는 예술을 통한 온전한 쉼”이라는 슬로건을 제시하며, 국내외의 다양한 문화예술작품 공연을 1000원에 제공하는 사회공헌 프로그램이라는 사실을 알렸다.

온쉼표가 표방하는 가치는 세 가지다. 첫째, 공연장의 문턱을 낮춰 시민에게 더 가까이 다가간다는 것. 둘째, 매달 1-2회에 걸쳐 클래식, 국악, 재즈, 무용 같은 다양한 장르의 수준 높은 공연을 전석 천원에 제공한다는 것. 셋째, 세종문화회관의 4개 공연장(대극장, M씨어터, S씨어터, 체임버홀)의 특성에 맞게 다채로운 프로그램을 구성해 시민들의 온전한 쉼을 응원한다는 것.1000원에 문화예술작품을 향유하는 동안 사람들은 행복을 충전할 것이다. 공연을 보는 내내 말로 표현할 수 없는 행복감을 느끼지 않겠는가.
세종문화회관 ‘온쉼표’ 홍보물 (2016)
세종문화회관의 포스터 ‘온쉼표 11월’ 편(2021)을 보자. 세종문화회관은 매월 그래왔듯이 2021년 11월에도 연극, 클래식 음악회, 오페라 콘서트라는 세 편의 공연을 선보였다. 천원으로 누릴 수 있는 온쉼표의 행복을 또 다시 선사했다.

가족 연극인 <고전이 전래전래>에서는 고전소설 ‘심청전’을 유쾌하게 비틀어 현대적인 맥락으로 재해석했다.

아버지의 눈을 뜨게 하려고 인당수에 몸을 던졌던 심청. 그 후 왕비가 된 심청은 우연히 도둑 40명의 보물을 찾아 부자가 된다. 그리고 결국에는 알리바바는 공주와 결혼을 하게 된다는 내용이었다.

‘심청전’의 줄거리와 ‘알리바바와 40인의 도둑’의 줄거리를 흥미롭게 융합시킨 유쾌한 예술작품이었다.

가족음악회의 성격을 띤 <해설이 있는 클래식 오딧세이>는 대중들에게 친숙한 클래식과 민요를 피아니스트 안국선 씨의 해설을 통해 감상하는 자리였다.

멘델스존을 비롯한 외국 작곡가의 저명한 명곡은 물론 우리 민요인 ‘아리랑’과 ‘밀양 아리랑’을 플루트, 첼로, 해금, 피아노의 사중주로 편곡한 음악을 즐길 수 있었다. ‘아리랑’의 선율과 ‘밀양아리랑’의 리듬은 서양 악기를 통해 색다른 음악으로 다시 태어났다.

힐링 오페라 콘서트인 <종근당 오페라 희망이야기>는 코로나19로 지쳐가는 환자와 가족과 의료진을 위해 병원으로 찾아가는 종근당의 사회공헌 프로그램과 연계한 프로그램이었다.

방송인 오정연 씨의 사회로 소프라노 오신영, 바리톤 박정민, 팝페라 콰르텟 DS, 뮤지컬 배우 리사와 카이가 출연해 오페라 아리아, 뮤지컬 넘버, 팝페라 같은 다채로운 음악으로 희망과 행복을 노래해 사람들을 위로하기에 충분했다.
세종문화회관 포스터 ‘온쉼표 11월’ 편 (2021)
세종문화회관의 홍보물에서 채굴한 행복의 메시지는 ‘향유하는 기쁨’이다. 국어사전에서는 향유(享有)를 자기 것으로 소유해 누린다는 뜻으로 풀이하고 있다.

우리는 문화예술작품을 향유함으로써 더 행복해질 수 있을까? 단언컨대, 그렇다.

문화예술작품은 가치재(價値財, merit goods)라는 성격을 지닌다. 가치재란 시장에서 소비자가 구입하기를 희망하는 양보다 더 많이 제공되어야 바람직하다고 사회적으로 결정되는 재화이다.

문화예술작품은 사회 구성원 모두가 향유해야 할 대상이므로 더 폭넓게 제공돼야 하고 특별한 가치를 부여해야 한다.

지난 1986년, 프랑스의 사회학자 피에르 부르디외(Pierre Bourdieu)는 문화예술에 대한 사회적 교육과 체험을 종합한 다음 ‘문화자본’이란 개념을 제시했다.

돈이나 땅 같은 것이 본래의 자본에 해당되지만, 그는 문화적 취향도 상속된다는 취지에서 문화도 자본의 기능을 한다고 주장했다.

부르디외는 문화자본을 축적한 정도에 따라 문화예술을 향유하는 수준이 달라지는데, 더욱이 그 수준 차이는 사회 계급에 따라서도 나타나지만 같은 사회 계급 내에서도 존재한다고 주장했다.

두 사람의 사회경제적 지위나 권력이 비슷할지라도 문화자본을 축적한 정도에 따라 문화예술을 향유하는 수준도 달라진다는 뜻이었다.

어린 시절에 부모님의 손에 이끌려 문화예술작품을 감상해 본 경험이 있는 사람은 그런 경험이 없는 사람에 비해 성인이 됐을 때 스스로 그 경험을 계속하려고 시도하는 경향이 있다.

따라서 우리들은 가족으로부터 전수받은 ‘상속된 문화자본’을 지닐 수도 있고, 본인이 뒤늦게 노력해서 얻은 ‘획득한 문화자본’을 가질 수도 있다.둘 다 향유하는 기쁨을 준다. 기업의 경영자는 직원들에게 일만 열심히 하라고 독려하기보다 직원들이 문화예술작품을 향유하는 기쁨을 누릴 수 있는 기회를 자주 마련해줘야 한다.

그렇게 해서 ‘획득한 문화자본’이 조금씩 쌓여 간다면, 직원들의 행복감과 업무 만족도도 향상될 수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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