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숙사서 숨진 서울대 청소근로자 산재 인정…"업무상 재해"

청소노동자 이씨가 숨진 채 발견된 서울대 기숙사 청소노동자 휴게실.
지난 6월 서울대 기숙사 휴게실에서 숨진 채 발견된 청소근로자에 대한 산업재해가 인정됐다.

근로복지공단은 27일 서울대 기숙사 청소근로자 A씨의 유족에게 "고인의 사망이 업무상 재해로 승인됐다"고 통보했다. A씨의 유족이 지난 9월 근로복지공단에 산재를 신청한 데 따른 결과다.근로복지공단 업무상질병판정위원회는 고인이 맡았던 청소 업무가 높은 육체적 강도를 요구하는 노동이었다고 판단했다.

위원회는 판정서를 통해 "고인이 학생 196명이 있는 기숙사를 혼자 맡아 청소한 점과 1980년대 건축된 엘리베이터가 없는 4층 건물에서 계단으로 쓰레기를 치우고 옮겨야 했던 점, 코로나19 이후 비대면 상황에서 쓰레기 증가로 업무 부담이 가중됐다는 점 등을 고려했다"고 밝혔다.

이어 "고인 사후에 실시된 직장내 괴롭힘 조사에서 일부사실이 인정됐다"며 "동료 진술을 종합해 볼 때 추가적인 스트레스로 작동했을 것"이라고 판단했다.A씨는 지난 6월 26일 오후 11시께 서울대 기숙사 925동 청소근로자 휴게실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민주노총 등은 "서울대 안전관리팀장 B씨가 A씨를 비롯한 근로자들에게 업무와 관계 없는 필기시험을 치르게 하는 등 모욕감을 줬다"고 비판했다.

고용노동부는 B씨의 행동이 직장내 괴롭힘에 해당한다는 조사 결과를 내놨다. 서울대 인권센터도 인권침해에 해당한다고 판단했다. B씨는 지난달 10일 기숙사 징계위원회에서 경고 처분을 받았다.

산업재해 인정에 대해 민주노총은 "서울대가 아직도 청소노동자 죽음에 대해 공식적으로 책임을 지지 않았다"며 "유가족과 협의해 산재인정에 따른 민형사 후속 절차를 밟을 계획"이라고 밝혔다.

최예린 기자 rambuta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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