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 제2 요소수 사태 막으려면

요소수 대란은 미·중 경쟁 '파편'
공급망 문제 둔감, 안일하게 대처
경제외교 강화·통상조직 재편해야

신범철 < 경제사회연구원 외교안보센터장 >
최근 요소수 대란으로 공급망 안정성과 경제외교의 중요성이 새롭게 부각되고 있다. 중국의 호주 무연탄에 대한 수입 제재가 이뤄졌을 때 그 파장에 대비하지 못한 정부의 안일한 대처가 문제의 원인이다. 하지만 요소수는 빙산의 일각일 뿐이다. 실타래처럼 얽힌 글로벌 공급망에 대한 문제 인식에서부터 정부 조직의 개편까지 획기적 변화가 필요하다.

요소수 품귀현상은 미·중 전략경쟁의 파편이다. 중국은 미국의 동맹국으로서 적극적인 역할을 하는 호주에 대해 철광석과 무연탄 수입을 제한했고, 그 결과로 석탄 부족에 시달리게 됐다. 이를 뒤늦게 인지한 중국 당국은 수입 재개를 발표했지만, 공급량 공백은 막을 수가 없었다.하지만 요소수 품귀현상은 우리가 자초한 일로도 볼 수 있다. 요소수 생산은 첨단기술이 아니다. 이미 우리에게도 우수한 기술이 있었다. 하지만 채산성 문제 등으로 수입에 전적으로 의존하게 됐고, 중국에 지나치게 집중함으로써 오늘의 상황에 이른 것이다. 일본이나 러시아에서는 요소수의 부족함이 없다는 것은 그만큼 우리가 공급망 안정에 둔감했다는 것을 방증한다.

뒤늦게 정부는 다른 나라에서 수입을 꾀하고, 중소기업이나 주유소 운영자들은 해외 직구를 추진하고 있다. 하지만 근본적인 대책이 이뤄지고 있는지는 의문이다. 북한 문제나 한·미 동맹과 같이 정무적 사안에 집중하며 경제외교를 소홀히 해왔던 우리 외교의 잘못된 관행, 통상 기능을 외교부에서 산업통상자원부로 이관하며 국제 환경보다 국내 환경을 더욱 중요시한 문제점들을 개선해야 한다. 그렇지 않고서는 제2, 제3의 요소수 사태가 우리를 찾아올 것이다.

미국의 경우를 보자. 바이든 행정부는 1월 출범 이후부터 공급망 안정성 문제를 집중적으로 제기했다. 그 결과 지난 6월 8일 미국 내 주요 산업의 공급망 현황을 조사하고 안정성 확보를 위한 계획을 수립한 ‘공급망 100일 검토 보고서’를 발표했다. 백악관과 상무부, 국방부, 에너지부 등 관련 부처들이 모두 참여한 것으로 전해진다.이 보고서의 내용은 반도체, 고용량 배터리, 희토류 등 광물, 의약품 등 네 가지 사안에 집중됐는데, 그 구체적인 내용보다 더 중요한 것은 보고서가 담고 있는 포괄적인 정책 권고 사항이다. 바로 우리 정부가 참고했어야 할 공급망 취약성 개선 방향이다. 그 내용은 첫째 필수적인 제조업의 생산 및 혁신 역량 재건을 위한 정부 재정 투입, 둘째 제품 품질 개발 지원과 국제표준의 정립, 셋째 정부 구매력을 활용한 제조업 공급망 육성, 넷째 국제 무역 규칙의 확립, 다섯째 공급망 취약성 보완을 위한 동맹 및 파트너 국가들의 협력 확보, 여섯째 코로나19 이후 경제 재건을 위한 단기적 공급망 혼란에 대한 감독 강화 등이다.

채산성이 부족하더라도 공급망 안정에 필요한 물자는 정부가 재정을 투입해서라도 국내 생산을 부분적으로 유지해야 한다. 기술 지원을 통해 주도권을 확보할 수 있다면 품질 개발을 지원하고 우리의 기술이 국제표준이 될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한다. 그것도 아니면 특정 국가에 과도하게 의존하지 않고 동맹국이나 우호 국가와의 공급망 네트워크를 구축해야 한다. 이런 준비를 보고서가 발간된 지난 6월부터 시작했다면 오늘의 요소수 대란은 물론이고, 미래에 대한 준비도 가능했을 것이다.

물론 오늘날 거미줄처럼 얽혀 있는 글로벌 공급망의 네트워크를 고려할 때 모든 물자를 국내에서 생산할 수는 없다. 한국의 국력만으로 공급망 네트워크를 재편하기도 어렵다. 그렇다면 안정적 공급망을 확보하는 일에 중점을 두면서, 국내 생산이 필요한 영역에 대한 투자 우선순위라도 정해 놓아야 한다. 그리고 중국의 비시장적 무역관행의 문제점을 분석하며 우리에게 돌아올 피해를 예방해야 한다. 외교 영역에서 경제외교의 중요성을 환기하고, 통상조직 재편을 검토해야 함은 물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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