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억의 조각이 모여 완성한 '무쇠팔'…영화 '1984 최동원'

"만화에서만 나오는 장면이 아닌가 싶었다.

"(이만수), "유일무이하고 절대적으로 쉽지 않은 일이었다"(임호균), "철인이다. 정말 대단한 투수라고 생각했다.

"(김용철)
초로에 접어든 남자들이 눈을 반짝이며 이야기한다.

한국프로야구 사상 최고 투수로 꼽히는 고(故) 최동원 그리고 그가 만들어낸 기적에 관해서다. 영화 '1984 최동원'은 롯데 자이언츠 소속 최동원이 1984년 한국시리즈에서 삼성 라이온즈를 상대로 우승을 이끌었던 열흘간의 이야기를 담은 다큐멘터리다.

조은성 감독이 롯데와 삼성 소속 선수들을 비롯해 감독, 코치, 기자, 캐스터, 팬 등의 '기억의 조각'을 모아 완성했다.

10년 전부터 기획해 실제 촬영은 4년 전 시작했다. 인터뷰에 참여한 이들 모두 당시 한국시리즈에서 롯데가 삼성을 이기는 것은 거의 불가능한 일이었다고 회고한다.

삼성은 압도적인 전력을 앞세워 롯데와 전적 9승 1패를 기록했고 전기 리그에서 우승했다.

이후 삼성은 후기 리그 우승팀과 대결하는 한국시리즈에서 최대한 만만한 팀과 상대하기 위해 노골적인 '져주기 게임'을 이어갔다. 그렇게 삼성의 '간택'을 받은 롯데는 후기리그에서 우승하게 되면서 9월 30일 한국시리즈 1차전에 돌입한다.

그러나 삼성은 '최동원의 롯데'를 너무 만만히 봤다.

최동원은 1차전에서 한국시리즈 최초의 완봉승을 이뤄내며 4:0으로 삼성을 이겼다.

이후 엎치락뒤치락하는 경기가 이어졌고 롯데는 5차전 동안 2승 3패를 했다.
최동원은 6차전에서 구원투수로 나서서 승을 거머쥐었고 롯데를 7차전으로 끌고 가게 된다.

살인적인 경기 일정에도 최동원의 볼은 살아 있었다.

끝내 삼성을 6:4로 제압하며 최종 4승 3패로 한국시리즈에서 우승한다.

롯데 최초의 한국시리즈 우승이었다.

총 5번 등판한 최동원은 4승이라는 전 세계 전무후무한 기록을 남겼다.

공 100개만 던지면 제아무리 뛰어난 선수라도 다음 경기에서 제대로 된 경기력을 보일 수 없다는데, 왜 최동원만은 예외였을까.

최동원과 함께 뛰었던 이들은 최동원에게는 재능이나 노력이라는 간단한 단어로는 설명하기 어려운 '무언가'가 있었다고 말한다.

무리한 등판을 요구해도 "마 함 해보겠심다" 말하고 마운드로 들어서는 투혼, 안타를 맞으면 다시 한번 쳐보라는 듯 같은 볼을 던지는 배짱, 훈련해야 컨디션이 유지된다며 수백 개의 공을 또 던지는 열정….
특히 삼성 소속으로 과거 최동원과 라이벌 구도를 형성했던 김시진 선수의 고백은 눈길을 끈다.

"저 스스로가 동원이보다 낫다고 한 번이라도 생각했으면 마음이 편했을 텐데, 내가 부족하다고 생각했기 때문에 항상 쫓아가는 입장이었다"고 털어놓는 그의 얼굴에서 회한이 읽힌다.

그러면서도 친구이자 같은 야구선수로서 보내는 존경과 애정이 서려 있다.

배우 조진웅이 내레이션을 맡은 영화는 인터뷰와 당시 경기 중계 영상, 뉴스 영상 등으로 구성됐다.

유니폼을 입지 않은 평범한 인간 최동원의 모습도 어렵사리 구해 담았다.

임호균 선수 아이 돌잔치에서 '한오백년'을 열창하는 장면도 볼 수 있다.
최동원 선수가 세상을 떠난 지 10년이 지났지만, 여전히 그가 그리운 롯데 팬들은 '최동원'이라는 글자가 새겨진 유니폼을 입고 사직구장을 찾는다.

자신을 최동원 키즈라고 소개한 조은성 감독 역시 그를 잊지 못하고 다큐멘터리를 만들었다.

조 감독은 지난 1일 시사회 이후 무대 인사에서 "최동원은 대한민국 야구 역사상 에이스라는 호칭이 가장 잘 어울리는 선수"라고 말했다.

"최 선수가 가장 빛나던 시기를 담고 싶었어요.

한 사람을 추모하는 여러 가지 방식이 있겠지만 제가 그나마 잘할 수 있는 다큐멘터리를 통해서요.

스포츠는 단순히 운동이 아니라 세대와 세대를 잇는 콘텐츠라 생각합니다.

'1984 최동원'을 계기로 앞으로 스포츠 다큐멘터리를 더 만들고 싶습니다. "
오는 11일 개봉.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