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왜 부동산 때문에 좌절하는가

마강래 교수 '부동산, 누구에게나 공평한 불행' 출간

최근 수년간 집값이 폭등하면서 부동산 문제는 어딜 가나 들을 수 있는 이야기의 단골 소재가 됐다. '그때 그 집을 팔지 말았어야 했다' '예전에 그 집을 주의 깊게 보고 있었는데 사는 시기를 놓쳤다' '이제는 가격이 꼭지다' '영끌해서라도 사야 한다' 등 집값과 관련한 서사는 다양하다.

그러나 마지막은 비슷한 분위기로 끝난다.

슬프거나, 억울하거나, 허탈하거나, 아쉽거나. 마강래 중앙대 도시계획부동산학과 교수가 쓴 '부동산, 누구에게나 공평한 불행'(메디치미디어)은 대한민국의 거의 모든 이슈를 집어삼키고 있는 부동산 문제를 정조준한 책이다.

저자는 부동산의 과거, 현재, 미래를 살피면서 왜 정부의 부동산 정책이 실패했는지, 부동산 거품을 만드는 근원적인 힘은 무엇인지, 어떤 요인들이 집값을 밀어 올리는지 등을 조명한다.
저자에 따르면 우리나라 집값은 1986년 이래로 등락은 있었지만 대체로 우상향했다. 특히 최근 수년간 집값 상승세는 가팔랐다.

우선, 금리 인하와 재정 확대 정책으로 시장에 돈이 많이 풀리면서 유동성이 넘쳐난 게 집값 상승의 한 원인이다.

게다가 "투기에 꽃길을 깔아준" 임대사업자 등록제 등 정부가 추진한 정책들이 시장에서 부작용을 낳은 데다 인구의 수도권 집중 현상이 두드러진 점도 한몫했다. 그러나 현재의 거침없는 상승세는 단기적으로 수그러들 공산이 있다고 저자는 말한다.

물가, 총통화량, 경제 규모, 소득, 대출 상환능력, 전세가 등 집값의 거품 여부를 판별할 수 있는 주요 지표가 "거품 국면을 향해 달려가고 있다"는 사실을 보여주고 있기 때문이다.

저자는 "(집값이) 예전에는 경험해보지 못한 고점 국면에 있다"며 "아직 어디가 상투인지는 모른다.

다만 상투를 향해 달려가고 있다는 점은 부인할 수 없는 사실로 보인다"고 주장한다.
특히 3기 신도시 입주가 본격화하고, 대출 금리의 시금석이 되는 기준 금리가 유의미하게 올라간다면 집값이 단기적으로 안정화할 공산이 크다고 저자는 곁들인다.

다만 재건축·재개발, 신규 택지 조성 등을 통해 양질의 주택을 서울과 수도권에 공급하면 집값을 잡을 수 있을 것이라는 공급 만능주의 논리는 배격한다.

주택 공급보다는 일자리, 교통, 학군 등이 수도권에 몰려있는 수도권 집중화가 집값을 밀어올리는 근본 요인이기 때문이다.

저자는 이 같은 수도권 집중화를 해결하지 못한다면 부동산 가격은 단기적으로 하락하더라도 재차 상승할 가능성이 크다고 진단한다.

저자는 "사람들이 수도권으로 계속 모여드는 한 공급 정책 효과는 한시적"이라며 "특히 수도권 쏠림 현상이 지속되는 한, 집값을 잡으려는 어떠한 정책도 효과가 없다"고 단언한다.

저자는 수도권 쏠림현상을 완화하기 위해서는 단기적으로 은퇴하거나 은퇴를 앞둔 베이비부머들의 지방 이주를 유도하는 정책을 시행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한다.

베이비부머는 우리나라 인구의 3분의 1가량을 차지하고 있는 거대 인구층이다.

예컨대 실거주하지 않더라고 주택 연금의 자격요건을 유지하도록 배려하거나 주택을 증여하고 지방으로 이주할 때 증여세를 완화해주는 방법 등이다.

장기적으로는 서울의 대항마가 될 만한 지방 도시를 육성해야 한다고 저자는 주장한다.

행정구역을 통합해 메가시티를 만들어 낸다면 강력한 경제력을 가진 공동체가 등장할 것이고, 이로 인해 일자리가 늘어나면서 청년 취업 문제도 해결될 수 있다는 것이다.

저자는 "중앙정부가 새로운 투자가 지방 대도시권에서 일어날 수 있도록 광역지자체와 함께 뛰어야 한다"며 "넘쳐나는 돈이 지방의 생산적인 투자에 쓰일 수 있도록 돈의 흐름을 돌려야 한다"고 주장한다. 280쪽. 1만7천원.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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