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군가는 해야 할 일" 명절 잊은 선별진료소

"명절이라고 코로나19 확진자가 안 생기는 건 아니잖아요.

"
추석 연휴 이틀째인 19일 광주 광산구 선별진료소에서 만난 의료진들에게 추석 명절은 먼 나라 이야기였다. 하루가 멀다 하고 외국인 근로자를 중심으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진자가 잇따르면서 의료진들은 5일간의 연휴 중 4일을 일해야 하는 처지다.

외국인이 근무하는 사업장이 많이 몰려있는 지역인데다 보건소 정규 인력조차 적어 늘 일손이 부족하다.

이날도 광산구 선별진료소에는 진단 검사를 받으려는 사람들이 쉴 새 없이 오갔다. 조금만 늦어지면 길게 줄이 늘어서는 탓에 의료진들은 검사에 필요한 키트를 보충하거나 검사자의 예진표를 전달할 때면 뛰다시피 움직였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명절을 맞아 오랜만에 멀리 떨어져 있는 가족·친지를 만나는 일도 쉽지 않다.

문진하던 보건소 직원 김모(26) 씨도 "당초 이번 추석 땐 가족과 함께 부산에 있는 외할머니댁을 다녀오고 싶었지만 가지 못할 것 같다"며 "손자인 저를 많이 그리워하시는데 갈 수 없는 형편이라 아쉽다"고 말했다. 특히 기혼 직원의 경우 양가 부모님 등 가족과 함께하지 못한다는 미안함이 크다고 했다.

한 여성 의료진은 "아무래도 추석 음식을 시댁 어머님이 모두 준비하셔야 하는 상황"이라며 "지금 상황을 다 이해해주시지만 그래도 죄송스러운 마음"이라고 털어놨다.

또 다른 의료진은 "명절이라고 확진자가 안 생기는 것은 아니니 누군가는 일을 해야 하지 않겠냐"며 "내년 명절은 코로나19가 종식돼 평범한 명절을 보내고 싶다'고 바랐다. 다른 구청 선별진료소도 상황은 다르지 않았다.

하루나 이틀 정도 연휴에 휴식을 취할 순 있긴 하지만 집단감염 등 비상상황이 발생하면 언제든지 동원될 수 있어 긴장을 늦출 순 없다.

서구 보건소 관계자는 "아무래도 육아와 병행하는 워킹맘으로선 명절 연휴에도 아이들이 집에 혼자 있게 돼 마음이 좋지 않다"며 "엄마로서 제대로 된 음식도 해주지 못해 항상 미안한 마음"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도 "우리 가족을 지킨다는 생각으로 선별진료소를 지키겠다"며 "시민들 역시 방역 수칙을 준수하고 백신 접종에 적극적으로 참여해 주시면 좋겠다"고 말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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