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프간군 정예화 실패한 美…자만심·문맹률 등 복합 요인

100조원 투입했지만 무용지물…현지특성 무시하고 서구식 훈련 주입
정부군 동기부족에 부패한 체계…미국은 여건안된 상태서 정부군 규모 늘려
아프가니스탄이 이슬람 무장조직 탈레반에 다시 넘어간 것은 미국이 그토록 노력한 아프간 정부군의 정예화에 실패한 것이 가장 요인 중 하나로 꼽힌다. 30만 명의 아프간군은 수적으로 탈레반을 능가하지만, 미군의 철수와 맞물려 탈레반이 대대적 공세를 벌이며 진격해오자 도망치거나 항복하는 등 무기력한 모습을 보였다.

토니 블링컨 미 국무장관이 아프간 정권 붕괴가 예상보다 훨씬 빨리 일어났다고 말하고, 조 바이든 대통령조차 미군이 1년 또는 5년을 더 주둔해도 아무런 차이가 없을 것이라고 언급했을 정도다.

워싱턴포스트(WP)는 16일(현지시간) 미군 관계자들이 아프간 정부군이 경쟁력을 갖추거나 미국 의존도를 떨쳐낼 수 있을지에 근본적 의문을 품고 있었다고 보도했다. 우선 미국식 중앙집권 구조와 국방부의 복잡한 관료주의에 기반해 아무것도 없는 상태에서 아프간 정부군과 경찰을 키워내려는 미국의 목표가 애초 자만이었다는 지적이 나온다.

로버트 게이츠 전 국방장관은 "우리는 전투 민족으로서 아프간의 강점을 파악한 뒤 그 위에서 구축하는 것이 아니라 서구식 군대를 훈련시키려고 했다"고 말했다.

한 전직 관료는 "저렇게 빨리, 또 저렇게 훌륭하게 군대를 구축할 수 있다고 생각한 것은 미친 일이었다"고 혀를 찼다.
미군이 아프간군을 너무 빠른 속도로 밀어붙이고 있었고 이들은 따라오지 못했다는 평가가 있다.

훈련받는 아프간인들이 동기 부족과 부패한 지휘체계 등 해소하기 힘든 어려움을 겪었다는 진술도 있다.

또 미국이 치누크 헬리콥터에서 탈출하는 법을 가르치려 했지만 연습할 헬기가 부족해 접이용 의자를 이용해 교육하는 등 열악한 훈련 환경이 꼽힌다. 어렵게 신병을 모집해도 놀랄 정도의 탈영과 이탈이 발생한 것도 난제였다.

아프간 부족 간 민족적 균형을 유지하는 일 역시 쉽지 않았다.

특히 높은 문맹률은 가장 큰 장애물 중 하나로 분류된다.

아프간 신병 중 불과 2∼5%만이 초등학교 3학년 수준의 읽기만 가능했다고 한다.

숫자 세는 법, 색깔까지 가르쳐야 했을 정도였다.

이런 상황에서 버락 오바마 행정부는 정부군 규모를 20만 명에서 35만 명으로 늘리기로 해 아프간군을 훈련시키는 현장의 상황을 더욱 어렵게 만들었다.

'양을 위해 품질을 희생했다'는 경고가 나왔다.

훈련 안 된 군대를 상대로 탈레반 지도자들이 그간 현금, 협박, 관대한 처분을 약속하면서 정부군이 무장 해제토록 설득한 것도 요인으로 꼽힌다. WP는 미국이 지난 20년간 아프간전에 투입한 1조 달러 중 아프간군의 훈련과 장비 구축, 월급 지급에 850억 달러(약 100조 원) 이상을 썼다며 지금 남은 것은 적의 수중에 떨어진 무기, 탄약, 보급품뿐이라고 꼬집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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