표적화를 얼마나 잘 하느냐가 인생의 많은 것을 결정한다

한경 CMO Insight

광고에서 채굴한 경영 스티커 메시지
김병희 서원대 광고홍보학과 교수
(한국광고학회 제24대 회장)
김병희 서원대 교수
요즘 유행하는 개인 맞춤형 광고에서는 “당신에게만 추천하는...” 식으로 카피를 쓴다.

컴퓨터를 켜면 ‘오직 당신(Only you)’이라는 메시지가 뜬다. 이렇게 한 사람 한 사람의 개인에게 맞춘 광고를 그냥 지나치기 어렵다.개인 맞춤형 광고란 이용자의 온라인 검색 기록과 브라우징 정보를 수집해서 만든 데이터에 맞춰 개인별로 최적화하는 광고 기법이다. 같은 연령대라도 개인별 취향이나 관심사에 맞춰 일대일 표적을 대상으로 광고를 한다.

아만다재단의 온라인 광고 ‘반려동물 매칭’ 편(2015)에서도 일대일 표적을 대상으로 광고를 했다.

미국 로스앤젤레스의 비영리단체인 아만다재단(Amanda Foundation)은 동물복지 운동을 40년 이상 전개해왔다.하지만 동물보호소에 갇혀 있는 개나 고양이가 자신과 맞을지 모르겠다며 입양하기를 망설이는 사람들이 존재한다는 사실을 새롭게 발견했다.

이렇게 해서 캘리포니아 비버리힐즈의 동물보호소에 있는 동물을 적임자에게 입양하기 위한 반려동물 매칭활동 캠페인(Pet-Matching Effort Campaign)이 시작됐다.

반려동물이 자기를 소개하는 배너광고를 입양 적임자에게 개인 맞춤형으로 노출하는 것이 핵심 아이디어였다. 인구통계적 특성과 라이프스타일을 고려해 광고를 웹사이트에 게재했다.예를 들어, 좌식 생활을 하면서 작은 개를 좋아하는 사람에게는 치와와 광고를, 독서가 취미인 사람에게는 책과 함께 웅크려있기를 좋아하는 고양이 광고를 노출시켜 서로 연결해주는 방식이었다.

반려동물과 최적의 주인을 연결하는 데는 디지털 타깃팅 기술이 활용됐다. 광고회사 사치앤사치(Saatchi & Saatchi)의 LA 지사에서는 사람들의 생활 패턴에 일대일로 맞춰 광고를 각자에게 노출하는 프로그래매틱 광고 기법을 활용했다.

사람들의 나이나 거주지 같은 인구통계적 특성과 별개로 컴퓨터 방문기록(쿠키)을 고려해 반려동물의 특성과 연결시켰다. 반려동물 사진에 다음과 같은 카피를 써서 어떤 개나 고양이를 입양할 가능성이 높은 적임자에게 보냈다.“나는 대자연을 사랑해요, 당신처럼.”
“나는 강아지 생활 용품을 좋아해요, 당신처럼.”
“나는 훌륭한 식사를 좋아해요, 당신처럼.”
“나는 팝콘과 영화 보는 밤을 좋아해요, 당신처럼.”
“나는 달리기를 좋아해요, 당신처럼.”
“나는 세련된 모습을 좋아해요, 당신처럼.”
“나는 게임 보기를 좋아해요, 당신처럼.”
“나는 마을 산책을 좋아해요, 당신처럼.”
“나는 아이들과 놀기를 좋아해요, 당신처럼.”
“나는 고양이 비디오를 좋아해요, 당신처럼.”
“나는 좋은 책과 함께 웅크려있기를 좋아해요, 당신처럼.”
아만다재단의 온라인 광고 ‘반려동물 매칭’ 편 (2015)
개나 고양이의 귀여운 사진과 카피는 사람들의 마음을 단숨에 사로잡았다. 보호소에 있던 반려동물은 자신에게 딱 맞는 주인을 만났고, 주인들도 자신이 진심으로 키우고 싶은 반려동물을 입양했다.

결국 서로가 완벽한 짝을 찾는데 성공했다. 프로그래매틱 광고(programmatic advertising) 기술을 활용했기 때문에 개인 맞춤형으로 메시지를 전달할 수 있었다.

프로그래매틱 광고란 이용자의 검색어나 검색경로 같은 빅데이터와 디지털 알고리즘에 따라 적합한 광고물을 자동적으로 배치해주는 광고 기술이다.

개인 정보를 활용하지 않고 방문기록(쿠키)을 바탕으로 자료를 생성하기 때문에 이용자의 프라이버시를 침해할 우려도 없다.

반려동물의 입양 캠페인이 성공한 데는 프로그래매틱 광고 기술을 바탕으로 개인에게 맞춘 표적화를 시도한 것이 결정적인 영향을 미쳤다.
아만다재단에서 제시한 인간과 동물의 매칭 개념도 (2015)
반려동물과 주인이 매칭 광고에서 채굴한 경영의 스티커 메시지는 표적화(Targeting)이다. 표적화란 효과적으로 공략할 수 있는 최적의 목표 시장을 선정하고 결정하는 전략적인 판단 과정이다.

어떤 대상이나 시장에 대한 장단점을 분석한 다음, 어느 한 곳에 집중할 것인지 결정하기 때문에 표적화의 중요성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다.

더욱이 데이터 기반의 표적화는 마케팅의 새로운 가능성을 열어주는 고도의 전략적 판단 과정이라고 할 수 있다.

반려동물 매칭 캠페인에서 가장 눈여겨볼 대목은 동물의 입양 건수를 늘리려는 시도가 아니라, 동물들에게 가장 적절한 가족을 연결해주려고 노력했다는 사실이다.

입양 후보자에게도 단순한 느낌만으로 입양 동물을 선택하지 않도록 권고했다. 그보다는 동물이 새로 만날 가족에게 사랑받을 가능성이 얼마나 높은지를 먼저 고려했다. 정확한 표적화에 따라 주인과 반려동물은 환상의 콤비처럼 만나게 됐다. 그 결과는 고스란히 동물의 혜택으로 돌아갔다.

경영자나 정치인의 소통에 있어서도 정확한 표적화가 중요하다. 어떤 말을 할 것인지 궁리하기 전에, 메시지를 어떤 대상에게 내보낼 것인지를 먼저 고민해야 한다.

양궁선수의 화살이 과녁의 중심에 정확히 꽂히는 것은 선수가 표적을 정확히 꿰뚫어보고 활시위를 당겼을 때 가능한 일이다.

마찬가지로 표적 대상자의 가슴을 정확히 겨누는 메시지가 마음의 중심에 정확히 꽂힐 수밖에 없다. 마치 큐피드의 화살처럼.

여러 방송에서 남녀 간의 매칭 프로그램이 인기를 끌고 있다. 여기에서도 표적을 정확히 꿰뚫어보는 안목, 다시 말해서 맞는 짝이 중요하다. 이처럼 사람간의 관계에서도 표적과의 정확한 매칭이 필수 요인이다.이 사람과는 안 맞는 사람이 다른 사람과는 잘 맞을 수 있다. 표적을 잘못 선택한 순간의 착오 때문에 평생토록 서로 엇갈리는 결혼 생활을 하는 부부도 있다. 안타깝지 아니한가?

심지어 중심을 향해 쏜 화살이 아예 과녁 밖으로 사라진 탓에 이혼하는 부부도 있다. 표적화를 얼마나 잘 하느냐가 인생의 많은 것을 결정한다. 사람끼리의 매칭도 메시지의 설득력도 마찬가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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