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문석의 메디토크] 요양병원 '어르신 건강'을 위한 제안

면회·외출 안돼 신체·정신 '겹고통'
경증환자 위한 실내 치료운동 개발
가족과 화상면회 활용 방법 찾아야

방문석 < 국립교통재활병원장 >
한국은 코로나19 감염자 중 사망자 비율인 치명률이 1%로 보고되고 있다. 미국의 1.7%, 영국의 2.1%에 비해 비교적 낮은 수치다. 누적 사망자 수가 60만 명이 넘는 미국에 비하면 2000명 남짓한 국내 누적 사망자 수는 상당히 적게 느껴진다.

코로나19 시기의 기존과 비교한 초과 사망자 분석 현황도 65세 이하에서는 지난 3년 평균에 비해 오히려 사망자 수가 감소했다. 노년층인 65세 이상에서는 지난 3년에 비해 2% 이상 늘었으나 인구 고령화 영향도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통계로 보면 코로나19로 인한 사망 위험성은 젊은 층에는 큰 문제가 아니고 노인층에 있다고 할 수 있다. 여하튼 치명률과 절대 사망자 수를 보면 그래도 우리나라는 국제적으로 양호한 통계를 보이고 있다. 아마도 백신 수급이 어려운 상황에서도 노인 인구에 대한 백신 우선 접종과 요양원, 요양병원 면회 제한 등의 강력한 방역 관리 덕분일 것이다.미국과 유럽 선진국의 사망률이 한국보다 높은 것은 노인 등 취약계층에 대한 초기 대응이 미흡해 요양원 등 취약 계층에서 집단으로 발병한 것이 큰 원인으로 추정된다. 코로나19 초기에 스웨덴이나 미국 요양원, 요양병원의 집단 사망 같은 상황은 몹시 충격적이었다. 사망자가 속출해 장례 시설이 부족할 정도의 상황 속에서도 비교적 안정을 잃지 않은 모습 역시 우리와는 무척 다른 면이었다. 아마도 서구사회에서는 요양 상태의 노인들은 이미 가족과의 유대관계가 정리된 경우가 많기 때문일 것이다. 요양시설에서의 대규모 사망이 우리나라에서 일어났다면 국민 정서상 오랫동안 사회적으로 그 충격을 극복하기 어려웠을 것이다. 갑자기 부모를 잃은 많은 사람들이 견디기 어려워했을 것이고 나라 전체가 불안정했을 것이다.

사망자 수가 많지 않게 잘 관리해 왔지만, 상대적으로 가족 간 유대관계가 높은 우리나라는 면회 금지로 인한 노부모와 자손 간 생이별의 문제도 적지 않다. 그동안 비접촉 면회만 허용해 온 요양병원은 투명 칸막이 스피커 등을 통한 현장에서의 비접촉 대면 면회를 도입했다. 비접촉이라도 많은 가족이 부모와 면회를 유지해 얼굴을 보고 대화하고 정을 나눴다. 감염자 수가 줄어든 6월에는 요양병원에서 백신 접종자의 대면 면회를 허용하는 등 일시적으로 제한을 완화한 적도 있었다. 하지만, 감염률 상승과 백신 수급의 어려움으로 수도권 등에서 사회적 거리 두기가 4단계로 강화되면서 가족 간 생이별의 시간은 연장되고 있다. 요양병원 협회 등에서는 PC 태블릿 등을 통한 화상 면회를 권장하고 있으나 노인들이 쓰기에는 불편한 점이 많다.

전국의 많은 요양 환자들이 물리적·심리적으로 고립돼 있다. 연내 상황도 낙관적이지 않다. 방역 측면에서는 코로나19로부터 안전하게 지내는 것 같지만 외출과 면회가 허용되지 않은 노령 환자들은 결국 신체적·정신적으로 쇠약해질 수밖에 없다. 아마도 코로나19 감염이 직접적 원인은 아니지만 전반적인 건강 악화가 진행될 것이고, 이로 인해 사망률이 높아지고 건강이 악화돼 연명치료 환자가 증가할 것 같아 염려된다.

코로나19의 간접적 영향으로 서서히 진행돼 어느 순간 큰 문제가 될 수 있는 요양시설 어르신들의 급격한 건강 악화 방지를 위한 대책이 있어야 할 것이다. 우선 좁은 실내에서 장기간 지내야 하는 경증 요양 환자들의 신체 활동 부족을 예방하기 위해 운동 치료 및 활동 증진 프로그램을 강화해야 할 것이다. 정서적인 면에서 거리 두기 강화로 줄어든 요양시설 내에서의 레저와 레크리이션 활동을 대체할 수 있는 안전한 프로그램의 개발도 필요하다. 가족과의 비접촉, 비대면 면회를 위한 화상 면회를 시력과 청력이 좋지 않은 노인들도 잘 이용할 수 있는 방법도 찾아야 할 것이다. 요양시설에서 알아서 하도록 방임하지 말고 방역과 백신 못지않게 대책을 세우고 지원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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