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 대통령이 타임지의 쓴소리를 경청해야 하는 이유 [기고]

사진=연합뉴스
문재인 대통령이 타임지 표지를 장식했다. 이번이 두 번째다. 타임지는 역사와 권위를 자랑하는 미국의 정통 시사주간지이며, 세계적 영향력을 갖고 있다. 그런 잡지에 우리 대통령이 실렸다니 흐뭇해 할 만하다. 하지만 막상 기사를 읽어 보면 별로 흐뭇하지 않다. 기사 대부분이 문재인 정부에 대한 고강도 비판이다. 타임지의 평가는 냉정하다.

비판은 지난 5월 한미정상회담 평가로 시작된다. 바이든 대통령이 남북대화를 지지한 것은 정말 지지해서가 아니라 어차피 김정은이 대화에 응하지 않을 것을 알기 때문이라고 한다. 그 대신 미국은 중국 견제를 위한 한국의 지지를 얻었고, 한국 기업들의 400억달러 가까운 투자 약속도 받아냈다. 기사는 바이든 대통령이 김정은의 ‘정통성’을 부인하기 때문에 미북대화 재개가 쉽지 않을 것이라 본다. 미국이 달라는 대로 줬으나 얻은 것은 별로 없다는 것이다. 기사는 문 대통령이 남북대화를 위해 자신이 평생 추구해온 인권과 민주주의를 스스로 저버렸다고 지적한다. 문 대통령은 타임지 측에 김정은이 매우 솔직하고 주변 세상을 잘 알며 핵무기를 원하지 않는다고 했다. 타임지는 김정은은 이모부, 배다른 형제를 냉혹히 살해하고, 집단학살, 고문, 강간, 지속적 굶주림 등 반인륜범죄를 지휘, 감독한 인물이라 반박한다. 다수 북한 전문가들의 입을 빌려 문재인의 김정은 옹호는 거의 ‘망상’(delusion)에 가깝다고 혹평한다.

기사는 문 대통령에 대한 미국내 평가도 전한다. 대북 전단용 풍선 금지에 대해 미국내 민주, 공화 양당 13명의 전직 공직자들이 공개 서한으로 “북한인권 운동을 약화시킨다”고 비판했으며, 미국 정부 고위직 인사들 중에 문 대통령의 정책이 역효과를 낳으며, 해롭기까지 하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있다는 것이다. 기사는 전문가의 입을 빌려 추가적인 남북관계 성과가 없다면 문 대통령은 ‘실패한 대통령’으로 기록될 것이라 평한다.

국내정책에서도 타임지의 비판은 매섭다. 주택 관련 부패와 임기중 두 배로 치솟은 아파트 가격으로 지난 대선에서 문 대통령을 지지했던 사람들도 돌아섰다고 한다. 문 대통령 임기중 성희롱 문제로 여러 사람이 자살한 것까지 지적한다. 코로나19 대응 역시 초기에는 성공했지만 백신접종 속도가 저조하다고 꼬집는다. 이런 실정 연속의 결과 서울, 부산 시장 선거에서 대패했다고 평가한다. 타임지는 문재인 정부의 지지율 하락은 근본적으로 “국민들은 국내 문제에 관심이 많은데 대통령은 북한에만 초점을 맞추기 때문”이라 분석한다. 더 큰 문제는 앞으로도 남북대화에 성과의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는 것이다. 기사는 고위 탈북자의 입을 빌려 현재 김정은이 문 대통령에게 심한 배신감을 느끼고 있다고 전한다. 문 대통령이 북한보다 미국 편을 들고 미국으로부터 최첨단 전투기를 구매했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게다가 김정은은 이제 임기도 얼마 남지 않은 문재인 정부와 대화 생각이 전혀 없기 때문에 남북 정상회담 가능성은 없다고 한다.

타임지 표지에 대통령이 나왔다고 들뜨는 것은 이해는 된다. 하지만 중요한 것은 사진이 아니라 내용이다. 타임지가 외국 지도자를 표지에 올린 것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그때마다 타임지의 논조가 우호적이었던 것도 아니다. 리비아 최고 지도자 무아마르 카다피는 네 번이나 타임지 표지에 올랐다. 타임지 표지에 오른다는 것은 기뻐할 일이 아니라 경계할 일이다. 타임지의 쓴소리에 문 대통령과 그의 참모들이 귀를 기울이고 긴장해야 할 이유다.

장부승 < 日 관서외국어대 교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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