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례마다 행한 나눔의 문화 '떡 만들기', 무형문화재 된다

조리해 함께 먹는 생활관습까지 포함…보유자·단체는 인정 안 해
한국인이 예부터 명절은 물론 중요한 의례마다 떡을 만들어 이웃과 나눠온 전통문화가 국가무형문화재가 된다. 문화재청은 떡을 만들고 나눠 먹는 전통적 생활관습을 포괄하는 문화를 '떡 만들기'라는 명칭으로 국가무형문화재로 지정 예고했다고 8일 밝혔다.

떡은 곡식가루를 사용해 만든 음식이다.

조리 방법이 다양해서 곡식가루를 시루에 안쳐 찌거나, 그 찐 것을 치거나, 물에 삶거나, 기름에 지져서 구워 완성했다. 아기의 백일과 첫 돌은 물론 결혼식·장례식·제사와 설·정월대보름·단오·추석에 빠지지 않는 음식이 바로 떡이다.

지금도 설에는 떡국을 먹어야 나이 한 살을 더 먹는다고 생각하고, 추석에는 햇곡식으로 예쁘게 빚은 송편을 차례상과 묘소에 올린다.

또 마을신앙 의례, 가정신앙 의례, 각종 굿을 할 때도 떡을 준비했고, 개업이나 이사 등을 맞아 이웃과 떡을 나누는 문화가 오늘날에도 있다. 이로 인해 떡은 우리나라에서 '나눔과 배려', '정(情)을 주고받는 문화'의 상징이자 공동체 구성원의 화합을 매개하는 특별한 음식으로 자리매김했다.
문화재청은 한국 문화를 이해하는 데 중요한 무형 자산인 떡 만들기가 오랫동안 한반도에서 전승됐고 고문헌에 관련 기록이 있다는 점, 식품영양학과 민속학 연구 자료로서 가능성이 있다는 점, 지역별 떡의 특색이 뚜렷한 점, 지금도 여러 전승 공동체가 전통지식을 유지한다는 점에서 문화재로서 가치가 있다고 설명했다.

한국 음식문화에서 중요한 위치를 점하는 떡은 저마다 고유한 상징성이 있다. 예컨대 아기 백일상이나 돌상에 쓰는 새하얀 백설기는 아이가 밝고 탈 없이 자라기를 바라는 마음을 담아 만들었다.

귀신이 좋아하지 않는다는 색상인 붉은색 팥수수경단도 백일상에 올린 떡으로, 아이에게 모질고 나쁜 기운이 깃들지 않기를 기원한 음식이다.

전통 혼례에서 신랑이 신붓집에 함을 가지고 왔을 때 마련하는 팥시루떡인 '봉치떡'(봉채떡)은 양가 화합과 혼인 축복의 상징물이었고, 회갑과 제례에 사용하는 '고임떡'은 부모의 만수무강을 기원하거나 돌아가신 조상의 은덕을 기리기 위해 만들었다.
한국인이 언제부터 떡을 먹었는지는 정확하게 알 수 없다.

다만 청동기시대와 철기시대 유적에서 시루가 발견되고, 고구려 고분인 황해도 안악 3호분 벽화에 시루가 있는 점으로 미뤄 고대부터 떡을 만들었을 것으로 추정된다.

떡은 오래된 문헌에도 등장한다.

역사서 '삼국사기'에서는 떡을 뜻하는 글자인 '병'(餠)이 확인된다.

아울러 '고려사', 고려 문인 이규보의 문집인 '동국이상국집', 고려 후기 학자인 이색의 '목은집'에 떡을 만들어 먹었다는 내용이 있다.

조선시대에는 농업기술과 조리법이 발전하면서 떡 재료와 빚는 방법이 다양화하고 의례에서 보편적으로 사용하게 됐다.

'산가요록', '증보산림경제', '규합총서', '음식디미방'에 떡 만드는 방법이 기술됐는데, 고문헌에 기록된 떡이 200종류가 넘는다고 알려졌다.

우리나라 떡의 또 다른 특징은 지리적 특성을 살린 다양한 떡이 있다는 점이다.

강원도에는 감자와 옥수수로 만든 떡이 전승되고 있고, 쌀이 귀한 제주도에서는 팥·메밀·조를 활용한 오메기떡·빙떡 등을 만들어 먹는다.

문화재청은 이처럼 떡 만들기가 전국에서 이뤄지는 문화라는 점을 고려해 '아리랑', '김치 담그기', '장 담그기'처럼 특정 보유자와 보유단체는 인정하지 않기로 했다. 문화재청은 예고 기간 30일 동안 각계 의견을 수렴한 뒤 무형문화재위원회 심의를 거쳐 '떡 만들기'의 국가무형문화재 지정 여부를 확정한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