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손보험 청구 간소화가 의료 민영화 포석이라고?

현장에서

참여연대, 보험업법 토론회서
민영화 프레임 걸어 억지 주장

정부 "소비자 편익 위한 것"

이호기 금융부 기자
“이명박 정부가 추진하다가 ‘촛불의 힘’으로 좌절됐던 의료 민영화가 지금 ‘실손보험 청구 간소화’라는 명분 아래 다시 추진되고 있다.”(우석균 인도주의실천의사협의회 공동대표)

참여연대가 2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민형배 더불어민주당 의원·배진교 정의당 의원(이상 정무위원회)과 함께 개최한 보험업법 개정안 토론회에서 철 지난 의료 민영화 논란이 다시 등장했다. 전문가들은 실손보험 청구 간소화에 대한 여론의 압도적인 지지가 형성되면서 명분 싸움에 밀리고 있는 의료계 측이 ‘의료 민영화’ 프레임을 내세워 입법을 좌절시키려는 의도가 아니겠느냐고 분석한다.우석균 대표는 이날 주제발표에서 “이명박·박근혜 정부 때 보험사에 진료 데이터를 넘겨주는 등 민영보험을 활성화하자는 내용의 의료 민영화 정책이 추진됐다”며 “개인병원 진료 내역 등 디지털화한 정보가 고스란히 보험사로 전송돼 데이터베이스(DB)에 쌓이는 실손보험 청구 간소화와 크게 다르지 않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또 “이번 정부에서 보험사가 헬스케어 자회사를 두고 건강관리서비스 등에 진출할 수 있도록 허용해준 것도 비슷한 맥락”이라고 덧붙였다.

이날 토론회에는 보건의료노조, 무상의료운동본부, 보건의료단체연합, 민주노총, 한국노총, 공공운수사회서비스노조 등 실손보험 청구 간소화에 반대하는 의료계 단체와 진보 계열 시민단체들이 참여해 ‘세 과시’ 성격을 띠었다.

이에 대해 보험업계와 정부는 황당하다는 반응을 보였다. 토론회에 참석한 박기준 손해보험협회 장기보험부장은 “실손보험 청구 간소화는 병원 치료를 받을 때마다 일일이 진단서와 진료비 내역서, 영수증 등을 발급받아 보험사에 인편 또는 우편으로 제출해야 하는 국민의 불편을 해소하고자 2018년부터 논의가 시작된 것”이라며 “이걸 마치 보험사 수익이나 의료 민영화를 위한 발판처럼 몰아가는 것은 지나친 억측”이라고 말했다. 실제 금융위원회가 2018년 한국갤럽에 의뢰해 실시한 설문조사에서 응답자의 87.9%가 실손보험 청구 간소화를 긍정적으로 생각한다고 답변했다.

이동엽 금융위 보험과장도 “의료계는 그동안 실손보험 청구 간소화를 핀테크 스타트업 등을 통해 자발적으로 구현하자는 입장이었을 뿐 의료 민영화까지 연관짓지는 않았다”며 “이번 법안은 의료 민영화와 전혀 무관하고 개인정보 유출 가능성도 사실상 없다는 점을 분명하게 말씀드린다”고 강조했다. 그는 또 “법안을 무산시키기 위해 의료 민영화 프레임을 내세운다고 해도 의료 및 금융 소비자들이 쉽게 현혹되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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