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파원 시선] 인권침해 논란 스위스 테러방지법…국민 선택은?

테러 위협 증가로 예방 조처 필요 vs 무죄 추정 원칙 위배
6월 13일 국민투표…최근 여론 조사서 찬성 우세
유엔부터 국제 인권 단체까지, 지난해 9월(현지시간) 스위스 의회를 통과한 법 하나가 인권 침해 논란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테러 방지법'으로 불리는 이 법은 미래의 공격을 막기 위해 경찰이 보다 쉽게 예방 조치를 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2015년 인접국 프랑스에서 발생한 테러 공격 이후 제정된 이 법은 경찰이 폭력 행위를 고려하고 있다고 생각하는 12세 이상의 모든 사람에 대해 더 강력한 감시를 할 수 있도록 허용하고, 그들의 움직임을 제한하며 심문도 할 수 있도록 했다.

또 법원의 명령으로 15세 이상 잠재적 범죄자를 최대 9개월 동안 가택 연금을 할 수 있게 했다. 연방 경찰은 이 법을 수십 건의 사건에 적용할 예정이라고 전했다.
그러나 발생 가능성만으로 인권을 제한할 수 있느냐는 점이 논란이 되면서 찬반 의견이 맞서고 있다.

연방 정부는 성명에서 이 법은 경찰이 테러 행위에 대한 구체적이고 현재의 조짐이 있는 경우 예방 조치를 통해 개입할 수 있도록 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스위스는 최근 몇 년간 세간의 이목을 끄는 과격분자의 공격 대상이 되지는 않았지만, 연방 정보국은 이러한 위협이 증가한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

카린 켈러-주터 법무장관은 수니파 극단주의 테러 조직인 이슬람국가(IS)에 가담하기 위해 시리아로 건너갔던 15세, 16세 청소년이 유죄 판결을 받은 사례를 언급하며 "경험은 이러한 조처가 적용될 수 있는 미성년자들이 있다는 점을 보여준다"고 강조했다.

그러나 유엔과 인권 단체들은 이 법이 무고한 사람들의 권리를 짓밟을 가능성이 있다며 반대하고 있다. 인권 단체 '예방적 처벌 금지'는 이 법이 아동권리조약에 위배될 뿐 아니라 무죄 추정 원칙에도 위배된다고 지적했다.

특히 "이 법은 단 한 건의 공격도 예방할 수 없다.

가택 연금은 개인이 급진화하는 것을 막지 못한다"고 주장했다.

유엔의 인권 전문가들도 테러 활동에 대한 이 법의 "지나치게 광범위한" 정의는 "위험한 선례를 만들고 정치적 반대 의견을 억누르려는 권위주의 정부의 모델이 될 위험이 있다"며 우려의 목소리를 냈다.
이에 반대론자들은 이 법에 대한 국민의 심판을 받자며 필요한 수의 서명을 받았고, 다음 달 13일 국민투표가 진행될 예정이다.

최근 여론 조사에서는 이 법을 지지하는 측이 우세한 것으로 나타났다.

연구소 gfs.bern이 지난 7일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유권자 3명 중 2명이 테러 방지법에 찬성했다고 현지 공영 방송 SRF가 보도했다.

이번 조사에는 유권자 약 2만3천 명이 참여했으며, 오차 범위는 ±2.8%포인트다.

이와 함께 이날 국민투표에는 연방 정부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방역을 위해 제한 조처를 할 수 있도록 한 법률, 살충제를 사용하거나 일상적으로 항생물질을 동물에 사용하는 농가에 대한 보조금 금지 등도 안건으로 올라와 있다. 두 안건 모두 여론 조사에서 지지 의견이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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