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경 CFO Insight] PEF썰전-'초경쟁시대' PEF, 누가누가 잘하나?

라민상 프랙시스캐피탈파트너스 공동대표
msla@praxiscp.com
최근 글로벌 컨설팅 회사 맥킨지에서 ‘Private markets 2021: A year of disruption’이라는 제목의 보고서를 발간했습니다. 이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코로나19로 인한 유통시장에서의 주가폭락 그리고 빠른 회복(Covid Correction) 이후, 전세계 대체투자(Private Market) 세부 자산군 중에서 PEF의 회복속도가 가장 강력하고, 빠르다고 합니다.

2008년 세계 금융위기 이후 오랜기간 안정적으로 높은 수익률을 유지하고 있기에 투자자들은 이번 회복장에서 PEF에 대한 자금할당을 더 늘릴 것이라는 예측입니다. 더불어 금번
'상승기 투자자산(Boom Year Asset)'에 대한 높은 기대수익률, 이미 높아진 Exit Multiple(투자자산의 수익력 대비 몸값을 계산하는 배수)에 힘입어 투자자들이 번 돈을 다시 PEF에 재투자할 가능성이 높아졌습니다.

초경쟁에 접어든 한국 PEF 시장

국내 PEF 시장 또한 여전히 고성장 중 입니다. 투자자들의 자금운용 수요는 꾸준히 증가하고, 서비스 공급자인 PEF 운용사의 수와 실력도 빠르게 성장하기 때문이지요. 그렇지만, 업계에서 느껴보면 수요보다 공급의 성장속도가 빠르기 때문에 벌써부터 PEF는 초경쟁시장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매년 국내 주요 연기금, 공제회의 PEF 위탁운용사 공모에는 별들의 전쟁이라 일컬을 만큼 치열한 경쟁, 그리고 눈치작전이 펼쳐집니다.

과거 시장 초기 PEF full cycle(자금모집 - 투자 - 관리 - 회수 - 펀드청산)을 경험하지 못했고, 청산이 완료된 펀드가 드물던 시절에는 운용사 평가에 정량 지표가 적극 활용되지 못했습니다. 하지만, 18년차를 맞는 한국 PEF 시장에서도 개별 투자 건의 성공·실패를 넘어서 펀드 단위의 실적 데이터가 축적되어 의미있는 성과분석이 가능하게 되었습니다. 지난해, 글로벌 PEF 리서치 전문 기관인 프레킨은 국내 PEF 시장의 투자성과 분석을 위한 벤치마크 프로젝트를 시작했습니다.자금운용을 위탁하는 투자자(LP) 뿐만 아니라, 매도자, 매수자, 또는 투자유치를 통해 동업관계(파트너십) 설정 등 PEF와 함께 일해야 하는 기업, 그 의사결정자인 CFO 입장에서도 PEF 운용사는 어떻게 평가되고 있으며, 어떤 운용사와 일하는 것이 좋을지 그 기준에 대해 고민해 보면 좋겠습니다.

PEF 평가기준

기관투자자들은 위탁운용사 선정을 위해 각자의 평가기준을 세우고, 이를 외부에 공개하기도 합니다. 객관성 확보측면에서 정량평가의 비중이 높고, 정성적인 부분도 정량화하려는 경향이 있습니다.
[국내 한 기관투자자의 PEF 운용사 평가기준 (공고문)]

투자수익률이 갑?

운용사 평가의 제 1 기준은 투자수익률(investment track record) 입니다. '그동안 고객님들께 얼마나 많은 돈을 벌어 드렸는가'이지요. 공공성 높은 연기금, 공제회가 PEF의 주요 출자자임을 고려할 때 의사결정의 객관성 확보 차원에서도 이보다 좋은 지표는 없습니다. 그러면 LP들은 단순히 PEF 운용사별로 '(투자금 가중평균) 회수수익률'을 구하고, 그 순위를 매기고, 이에 맞추어 자금을 할당하면 되는 것일까요? PEF 투자수익률이라는 계량지표 뒤에 숨어있는 의미를 보다 입체적으로 들여다 볼 필요가 있습니다.

1. 투자전략의 일관성: 향후 10년의 긴 운용기간을 염두에 둔 PEF출자에 있어 회수완료 평균수익률은 이미 과거 지표입니다. 새로운 펀드에 출자를 결정함에 있어 과연 운용사가 투자자에게 제안하고 약속했던 투자전략 또는 과거의 성공공식이 얼마나 일관성 있게 실행되고, 이를 담보하기 위한 내부역량과 시스템을 얼마나 잘 관리할 것인가에 대한 판단이 필요합니다.

만약, 구조화된 소수지분 투자를 잘해왔고 이를 핵심투자전략으로 펀드를 결성했는데, 이후 실제로는 바이아웃으로 운용전략을 변경해 버린다면 그 운용사는 투자자들에게 많은 설명을 해야 할 것입니다. (LP: “이런 스타일의 투자는 원래 잘 안 하시잖아요?” vs. GP: “… 정말 좋은 딜입니다. 분명 좋은 수익을 올릴 수 있습니다. 돈 버셔야지요.”) 이런 차원에서 단순히 평균 투자수익률만 보기보다는 투자전략별로 실행된 건수, 금액, 그리고 그러한 전략에 부합된 투자의 수익률을 별도로 계산할 필요가 있습니다.2. 수익창출의 원천: 과정이 어떠했든 회수결과가 좋으면 모두 행복합니다 많이 :) 하지만, 역사가 오래된 글로벌 운용사들은 좋은 성과에 대해서도 그 수익의 원천이 무엇이었나를 마치 포렌식 하듯 깊이있게 진단한다고 합니다.

회수수익을 만든 동인(Driver)이 이익성장 (EBITDA Growth)인지, 회수멀티플 (Exit Multiple)의 증가인지? 인수금융 등 금융기법을 활용하여 수익률을 제고했던 부분은 어느 정도 였는지 등. 실력과 노력으로 만들어낸 것과 운이 작용한 것을 구분해 보겠다는 것이지요. 더불어, 과거의 수익창출 동인들이 향후에도 운용사의 투자전략, 의사결정구조, 인적역량, 성과보상, 리스크관리, 세대교체계획 등과 맞물려서 지속가능한 성과로 이어질지도 따져봐야 됩니다.

3. 운용인력 수익률: 높은 수익률을 기록한 투자 건을 주도한 인력이 더 이상 회사에 재직하지 않는다면, 그 수익률은 의미를 상실합니다. 국내 기관들은 이제 운용사의 수익률 뿐만 아니라, 펀드 운용에 참여하는 운용인력의 과거 직장 포함 전수 트랙레코드(career track record)를 요구하고 있고, 높은 비중으로 평가에 반영하고 있습니다.

국적은 바꿀 수 있어도, 학교와 성적은 바꿀 수 없 듯 운용역의 성적표인 투자수익률도 평생을 따라다니게 됩니다. 최근에는 엄정한 제3자 검증시스템이 가동되기 때문에 수익률 지표의 오류 또는 고의 조작은 탈락요인이 됩니다.

4. 투자수익률 분포: 한 두 건의 홈런에 의존적인 펀드수익률 보다는, 수익률 편차가 낮고 다수 투자 건에서 꾸준히 알파(초과수익)를 창출하는 것이 선호됩니다. 한 펀드에서 10건 투자했는데, 9건이 전액손실나고 1건이 15배 수익이 나는 것은 지양되어야 되는 일입니다. 특히 PEF는 벤처캐피탈이 아니기 때문에 수익률의 편차가 크다면 그 만큼 리스크가 높다는 증거입니다. 낮은 변동성은 성과의 지속성 측면에서 예측가능성이 높고, 한편 투자의사결정의 건전함을 시사한다고 볼 수 있습니다.

5. 분산투자: 국내 펀드 정관에는 대부분 단일 건에 대한 투자를 약 20%를 한도로 놓습니다. 실제로는 통상 하나의 펀드로 7~10 건 정도로 분산 투자하여 리스크를 줄입니다. 시간적으로도 한 해에 투자를 몰빵하기 보다 3~4년 동안 나눠서 투자하면서 매크로 변동에 대한 리스크를 방어합니다. 업종에 대한 투자비중도 관리되는 것이 바람직 합니다.

6. 상대 수익률: PEF는 장기간 운용되고 중도환매가 없기 때문에 유사한 운용전략을 구사하는 비교대상그룹(Peer Group)과의 운용성과 비교가 필요하고, 이러한 상대 수익률을 비교함에 있어 대상펀드의 설정년도(빈티지)도 함께 고려되어야 합니다 (PEF도 와인처럼 빈티지 효과가 큰 편입니다)

7. 미회수 자산 평가: 잘 된 투자가 먼저 회수되는 경향이 있습니다. 펀드에 남은 자산들의 가치를 가능한 객관적으로 평가하고, 전체 포트폴리오 수익률에 반영하는 것이 중요합니다.PEF는 UFC와 같이 경기규칙이 별로 없는 종목처럼 보이실 수 도 있습니다. 하지만, 각 PEF 하우스 별로 투자철학, 운용전략, 인력관리, 리스크체계 등 자산운용의 기본요소를 바탕으로 시장과 경쟁자들을 누르고 더 높은 수익률을 내기(outperform) 위하여 부단한 노력을 하고 있습니다.

오는 10월 대폭 개정된 자본시장법이 실행되면 대형운용사는 전략 다변화 및 크레딧, 인프라, 부동산 등 멀티애셋(Multi Asset)으로의 확장, 중소운용사는 전문화가 가능한 특화 영역에서 승부하는 시장 양분화가 예상됩니다. 거래의 상대방인 PEF를 평가함에 있어 오늘의 썰전이 조금이나 도움이 되시기 바랍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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