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랜드 인지도, 결국은 시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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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경 CMO Insight2021년 1월 15일 기아자동차는 ‘기아’로 이름을 바꾸고 브랜드 로고 교체를 알리는 ‘뉴 기아 브랜드 쇼케이스(New Kia Brand Showcase)를 열었다.
전주언 안양대 교수의 「1분 마케팅」
브랜드 재인과 단순노출효과
이 자리에서 기아는 새로운 브랜드 슬로건 ‘Movement that inspires’의 의미를 소개하고 브랜드 지향점을 알렸다. 그리고 교체된 기아 로고를 단 신차 K8이 4월에 출시되었다.소위 자동차 전문가라 자칭하는 많은 네티즌들은 기아의 새로운 브랜드 로고에 대해 부정적인 반응을 나타냈다. ‘가독성이 떨어진다.’ ‘그 전 로고가 더 낫다.’ ‘즐(인터넷 속어)처럼 읽힌다.’와 같은 반응들이 대부분이었다.
기아가 브랜드 로고 교체를 밝힌 후 약 석 달이 지난 지금은 기아 브랜드 로고에 대해 어떤 반응일까?
K8이 길거리에 심심치 않게 보이기 시작하면서, 기존 ‘기아자동차’ 로고가 식상해졌는지 신형 엠블럼을 교체하길 원하는 기존 기아자동차 소유자들의 움직임이 발견되기 시작했다. 불과 몇 달 전만 하더라도 새로운 브랜드 로고에 부정적이었던 사람들의 태도가 조금씩 변하기 시작한 것이다. 필자는 이러한 현상을 단순노출효과(mere exposure effect)로 설명할 수 있다고 보고 있다. 단순노출효과란 초기에 부정적인 태도가 형성되었던 특정 객체(혹은 메시지)에 반복적으로 노출되는 과정에서 부정적인 태도가 줄어들면서 자연스럽게 호의적인 태도로 변하는 현상이다.
단순노출효과는 에펠탑효과(Eiffel Tower effect)로 불리기도 한다. 1889년 프랑스 파리에 에펠탑이 세워졌을 때, 에펠탑은 대부분의 파리 시민들로부터 흉물스럽다는 이유로 혐오의 대상이었다. 하지만 오랜 시간이 지나면서 파리 시민들은 에펠탑에 익숙해졌고, 현재는 파리 시민들로부터 가장 사랑받는 건축물로 자리매김하게 되었다. 이와 유사한 사례로 2017년에 개장한 서울 송파구의 ‘롯데월드타워’를 떠올리면 이해가 쉬울 것이다. 기존 로고에 익숙했던 국내 소비자들은 새로운 기아 로고를 해석하는데 상당한 어려움이 있었을 것이다. 하지만 다양한 매체를 통해 자연스럽게 그리고 지속적으로 새로운 로고에 노출되었고, 초기에 형성되었던 부정적인 태도가 조금씩 줄어든 것이다.고객 관점의 브랜드 자산(customer based brand equity)을 구축하는데 있어 첫 번째 출발점은 고객들이 그 브랜드를 알고 있어야 한다(브랜드 인지도, brand awareness). 즉 특정 브랜드를 봤을 때 알아챌 수 있거나(브랜드 재인, brand recognition) 그 브랜드를 자연스럽게 떠올릴 수 있어야(브랜드 회상, brand recall) 브랜드 자산이 구축될 수 있다.
물론 현장에 있는 마케터들은 브랜드 인지도가 중요하다는 것을 이미 다 알고 있다. 그렇다면, 브랜드 인지도를 구축시킬 수 있는 최선의 방법은 무엇이 있을까? 결국은 노출이다. 꾸준히 그리고 인내심을 갖고 자연스럽게 그리고 자주 노출시켜야 소비자들은 해당 브랜드를 인지하고 호의적인 태도가 형성될 수 있다.
코로나19가 확산되기 전 대학 강의실에서 학생들에게 단순노출효과를 설명하면서 학생들의 이해를 돕기 위해 이런 이야기를 종종 했었다.“마음에 드는 이성친구가 생겼다면, 처음부터 급하게 고백하지 말고 그 이성친구가 본인을 자주 볼 수 있도록 자연스러운 자리를 꾸준히 마련해 보세요. 그럼 혹시 아나요?”
물론 여기서 주의해야 할 점이 있다. 상대방이 거부할 정도로 지나친 노출은 오히려 비호감으로 바뀔 수 있다는 것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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