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가계부채 대책 발표 하루 만에 보완책 검토…왜? [이호기의 금융형통]

지난달 29일 가계부채 대책을 발표하는 이세훈 금융위원회 금융정책국장 /뉴스1
정부가 지난달 29일 가계부채 관리방안을 발표했습니다. 이번 4·29 대책의 핵심은 오는 7월부터 6억원 초과 아파트를 담보로 대출받을 때 대출 한도를 지금보다 크게 줄이겠다는 내용입니다.

부동산 투기에 흘러가는 돈줄을 조이고 코로나 이후 늘어날 대로 늘어난 가계부채를 점진적으로 축소하겠다는 취지에서겠지요. 그렇다면 과연 어떻게 대출 한도를 줄이겠다는 걸까요? 이를 이해하기 위해서는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이란 용어를 알아야 합니다. DSR은 한 개인이 연 소득에서 빚을 갚는 데 사용하는 금액의 비중을 나타내는 말입니다.

예를 들어 1년에 5000만원을 버는 사람이 그 해 은행에다 원금과 이자를 합쳐 모두 2000만원을 갚았다면 DSR은 40%(2000만원/5000만원)가 됩니다.

지금까지는 이 DSR을 각 은행별로 적용해 왔습니다. 즉 한 은행이 어떤 사람에게 DSR 70%에 해당하는 자금을 대출해 줬더라도 다른 차입자의 DSR을 10%로 낮췄다면 평균 40%라고 인정해주는 것이죠.

오는 7월부터 신용대출 한도 축소 불가피

그러나 이번 4·29 대책에서는 오는 7월부터 투기지역·투기과열지구·조정대상지역 등 규제지역에서 6억원 초과 아파트를 담보로 대출받으려면 DSR 40%를 개인별로 지키도록 했습니다.

이때 DSR은 대출 상품별로 따지는 게 아니라 한 개인이 은행에서 빌린 모든 유형의 대출을 포함해 계산합니다.

즉 내가 신용대출이든, 주택담보대출이든 현재 연봉의 40%를 빚 갚는 데 쓰고 있다면 은행에선 더 이상 추가 대출을 받을 수 없다는 얘기죠 문제는 신용대출입니다. 마이너스통장과 같은 신용대출은 지금까진 1년 만기에 매월 이자만 갚다가 만기가 돌아오면 일시 상환하거나 매년 추가 연장하는 식이 대부분이었습니다.

이때도 DSR을 계산할 땐 만기를 10년인 것으로 간주해 매년 원금 상환액(가상)을 계산하고 실제 이자를 합쳐 원리금 상환액(역시 가상)을 구했기 때문에 한도 규제에 걸릴 일이 별로 없었지요.

하지만 이 신용대출 DSR 산정 만기가 오는 7월부터 7년으로 짧아지고 내년 7월에는 5년으로 줄어듭니다. 이렇게 되면 DSR 값이 대폭 뛸 수밖에 없고 자연스럽게 신용대출 한도는 크게 축소되겠지요.

금융당국의 장기 신용대출 유도 승부수 성공할까?

이런 상황에서 급전이 필요한 분은 어떻게 해야 할까요. 그래서 금융당국이 낸 아이디어는 장기 신용대출 상품입니다.

실제 만기가 10년 이상인 신용대출 상품이나 마이너스통장도 기존 1년에서 3~5년으로 만기가 긴 상품을 출시하면 되지 않느냐는 것입니다.

말은 쉽습니다. 이렇게 되면 대출 한도는 늘릴 수 있겠지만 금리가 크게 뛸 수밖에 없습니다. 만기가 길어지면 리스크도 커지기 때문에 그만큼 금리가 올라가는 게 당연한 이치입니다.

그동안 저렴한 금리로 1년마다 만기를 연장해가며 별 탈없이 신용대출을 써왔던 금융소비자 입장에선 이번 대책으로 쓸데없는 비용만 더 들어가게 생긴 셈입니다.

당연히 이런 상품이 인기가 있을 리 없으니 은행에선 출시를 꺼릴 것이고 이를 우려한 금융당국이 인센티브를 부여하는 보완 대책을 검토하겠다고 나선 것입니다. 과연 금융당국이 기존 신용대출 영업 관행을 깰만한 파격적인 인센티브를 은행 측에 제시할 수 있을지 한번 지켜봐야겠습니다.

이호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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