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견 제조업체들 '2세 경영' 막 오른다

와이지원·켐트로닉스·성호전자
창업주 2세, 대표·등기이사 선임

송시한 와이지원 사장
부친과 함께 각자 대표로

켐트로닉스 김응수 부사장
성호전자 박성재 부사장
등기이사 오르며 이사회 입성
김응수 켐트로닉스 자율주행사업본부장은 지난해 전무에서 올해 부사장으로 승진했다. 최근 열린 정기주주총회에서는 사내이사에 선임되는 등 등기이사로도 처음 이름을 올렸다. 김 부사장은 창업자 김보균 켐트로닉스 회장의 장남이다. “자율주행사업을 새 성장동력으로 확보하는 데 기여한 공로를 인정받았다”는 평가다.

코스닥시장에 상장된 중견 제조기업의 오너 2세들이 잇따라 이사회에 입성하거나 대표이사에 오르는 등 2세 경영을 본격화하고 있다. 수년간의 경영수업을 통해 창업자 2세의 능력 검증이 마무리된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김응수 부사장은 1979년생으로 SK C&C를 거쳐 2013년 켐트로닉스 기획실에서 근무를 시작했다. 당시 자동차 자율주행 시장의 성장 잠재력에 눈을 떠 자율주행사업을 추진했다. 이듬해 연구소를 설립하고는 본격적인 연구개발(R&D)에 들어가 2018년부터 가시적인 성과를 냈다.

판교를 시작으로 세종시, 제주, 대구 등 지방자치단체에 자율주행용 차량 단말기(OBU)와 도로용 기지국(RSU) 등을 공급해왔다. 김 부사장은 “지방자치단체들이 올해 자율주행 본사업에 경쟁적으로 나서면서 OBU와 RSU 수요가 크게 늘어날 것”이라며 “RSU는 2025년까지 전국 고속도로와 국도·지방도로 약 3만㎞에 설치될 예정”이라고 귀띔했다. 전자와 화학 등 양대 사업이 주축인 켐트로닉스의 지난해 매출은 5300억원이다.

절삭공구 제조업체 와이지원의 송시한 사장도 지난달 28일 정기주주총회를 거쳐 대표이사에 올랐다. 와이지원은 부친 송호근 회장 단독 대표에서 ‘송 회장-송 사장’ 각자 대표 체제로 전환했다. 송 사장은 2006년 입사 이후 15년 만에 등기이사로 처음 선임됐다. 2세 경영 체제가 공고해졌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송 회장의 장남인 송 사장은 부친이 회사를 창업한 해인 1981년생이다. R&D 역량 강화, 품질경영 등 혁신 성장 기반을 구축하고 자율좌석제 등 유연한 기업 문화를 확산시켰다는 평가를 받는다. 와이지원은 최근 인천 송도에 마련한 신사옥으로 이전해 제2의 도약을 선언하기도 했다.

송 신임 대표는 “새 먹거리를 발굴하는 한편 와이지원을 세계 1위 절삭공구 업체로 성장시키는 데 힘을 쏟겠다”고 밝혔다. 와이지원은 금속을 자르거나 깎는 절삭공구 제조업체다. 금속 표면을 깎는 공구 엔드밀은 세계 1위, 나사를 가공하는 공구 탭은 4위다. 2035년 글로벌 1위 절삭공구 업체가 되는 게 목표다. 지난해 매출은 3742억원이다.

박성재 성호전자 부사장도 올해 사내이사로 선임되며 처음 이사회에 입성했다. 2010년 입사한 지 11년 만이다. 성호전자 지분 31.09%를 보유한 최대 주주인 박 부사장은 창업자 박현남 회장의 장남으로 1984년생이다. 그는 그간 회사의 전방산업을 기존 가전 중심에서 전기차와 태양광 등 친환경 분야로 확대하는 작업을 진두지휘했다. 국내 자동차 부품업체와 공동 개발한 전기차용 콘덴서를 포르쉐에 공급할 예정이다.포르쉐와 델타일렉트로닉스 등 고객사 다변화를 통해 한때 80%에 육박했던 특정 기업 매출 의존도를 20% 수준으로 낮춘 것도 공로로 손꼽힌다. 성호전자의 작년 매출은 1071억원으로 10년 만에 다시 ‘1000억원 클럽’에 이름을 올렸다. 박 부사장은 “고객과 전방산업이 균형 있게 분산돼 있으면서 글로벌 판매망을 갖춘 회사로 성장해 나가겠다”고 각오를 밝혔다.

김병근 기자 bk11@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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