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년 만의 PS에서도 완벽' 김연경 "개인 아닌 팀의 승리"

12년의 세월이 지나고, 팀 동료들의 얼굴이 바뀌었지만, 김연경(33·흥국생명)은 조금도 변하지 않았다.

12년 만에 한국프로배구 포스트시즌 경기를 치른 김연경은 코트에서 가장 빛났고, 팀에 승리를 선물했다.김연경은 20일 인천 계양체육관에서 열린 프로배구 도드람 2020-2021 V리그 여자부 플레이오프(PO·3전 2승제) 1차전에서 양 팀 합해 최다인 29점을 올렸다.

상대의 집중 견제를 받으면서도 60%의 높은 공격 성공률을 유지했다.

흥국생명은 위기 때마다 높이 날아오른 김연경 덕에 IBK기업은행을 세트 스코어 3-1(25-20 23-25 25-18 25-21)로 꺾었다.경기 뒤 만난 김연경은 "정말 어려운 경기가 되리라 생각했다.

그만큼 준비도 많이 했다"며 "모든 선수가 자신의 역할을 잘해서 1차전에서 승리했다"고 '팀이 만든 승리'를 강조했다.

하지만 김연경이 팀에 없었다면, 이날 흥국생명은 승리를 장담할 수 없었다.흥국생명 외국인 선수 브루나 모라이스는 범실을 13개나 했다.

19득점을 올리긴 했지만, 공격 성공률은 28.57%에 그쳤다.

김연경은 학교 폭력 논란으로 이재영, 이다영이 떠난 뒤, 흔들릴 수 있는 후배들을 코트 안팎에서 다독여야 하는 책임까지 맡았다.김연경은 이날도 경기 중 라이트 브루나와 레프트 김미연, 세터 김다솔 등 부담이 큰 후배들에게 칭찬을 자주 했다.

블로킹 득점을 한 김미연을 번쩍 안아 올리기도 했다.

김연경은 "1위를 달리다가 2위로 떨어지고, 그대로 정규리그를 마쳐 팀 분위기가 떨어진 건 사실이다"라며 "PO를 준비하면서 나뿐 아니라 우리 선수들 모두 '우리가 이대로 질 수는 없지 않나'라고 의지를 불태웠다.

간절하게 승리를 바라니까.

1차전에서 좋은 결과를 얻었다"고 했다.
그는 인터뷰에서도 동료를 감싸고, 칭찬했다.

김연경은 "브루나가 1세트 초반에는 좋은 활약을 했다.

경험이 부족한 선수여서 후반에 조금 처지긴 했지만, 2차전에선 잘할 것이다"라고 외국인 선수를 격려하더니 "세터 김다솔이 공을 잘 올리고, 다른 선수들도 수비를 열심히 했다.

모두 잘했다"라고 국내 선수를 치켜세웠다.

김연경이 V리그 무대에서 포스트시즌을 치르는 것은 2009년 이후 12년 만이다.

김연경은 2009년 4월 11일 천안 유관순체육관에서 열린 프로배구 2008-2009 V리그 여자부 챔피언결정 4차전 4세트 24-18에서 세터 이효희와 호흡을 맞춰 퀵 오픈에 성공했다.

2008-2009시즌의 마지막을 장식한 득점이었다.

흥국생명은 3승 1패로 챔피언결정전을 끝냈고, 4차전에서 65.21%의 높은 공격 성공률로 33점을 올린 김연경은 챔피언결정전 최우수선수(MVP)에 올랐다.

당시 김연경 옆에는 공격력 있는 외국인 선수 카리나 오카시오와 레프트 한송이, 세터 이효희 등 국가대표 '선배'들이 있었다.

탄탄한 전력에서 '방년의 김연경'은 재능을 맘껏 발휘했다.

12년 만에 다시 치른 V리그 포스트시즌에서, 김연경은 후배들을 이끌어야 했다.

이날 출전한 흥국생명 선수 중 국가대표 이력이 있는 선수는 센터 이주아뿐이었다.

하지만 김연경은 외롭지 않았다.

그는 "실력으로 채워지지 않는 뭔가가 있다.

우리가 전력상으로 다른 팀에 밀릴지 몰라도, 단합은 잘 된다고 자부한다"고 했다.

이번 포스트시즌부터 관중 입장이 경기장 수용 인원의 10%까지 허용되면서 김연경은 관중에게서도 힘을 얻는다.

김연경은 "팬들이 오시니까, 코트 안에서 많은 에너지를 받는다"며 "세리머니도 흥이 나고, 경기력도 올라간다.

(22일 2차전이 열리는) 화성체육관에도 팬들께서 많이 와주셨으면 한다"고 바랐다.

김연경은 '개인 기록'과 화려한 기술에 관해서는 말을 아꼈다.

이날 김연경은 공격 득점 27개를 추가해 V리그 여자부 역대 3번째도 개인 통산 포스트시즌 공격 득점 500개(515개)를 채웠다.

베띠 데라크루즈와 박정아만이 달성한 기록이다.

자기 생각보다 길게 날아온 공을 왼손으로 밀어 넣어 득점한 장면도 3차례 있었다.

김연경은 "포스트시즌 개인 공격 득점 500개를 달성했다는 얘길 경기 뒤에 들었다.'큰 경기를 많이 했구나'라고 생각했지만, 지금은 팀 기록만 신경 쓸 때다"라며 "오른손으로 공격하면 막힐 것 같은 상황이어서, 왼손으로 때렸는데 운 좋게 득점이 됐다"고 담담하게 말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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