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협이냐, 강행이냐…바이든, 1.9조달러 부양책 '협치 시험대'

美 공화 '3분의 1' 규모로 역제안
통합 외친 바이든, 선택의 갈림길
미국 공화당의 중도 성향 상원의원들이 31일(현지시간) 조 바이든 대통령이 추진하는 1조9000억달러 규모 ‘슈퍼 부양책’에 반대하며 6000억달러를 타협안으로 제시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민주당의 상·하원 다수당 지위를 이용해 원안을 밀어붙이느냐, 공화당과의 타협을 통해 ‘협치’에 무게를 두느냐의 갈림길에 섰다.

밋 롬니, 수전 콜린스 등 공화당 상원의원 10명은 이날 바이든 대통령에게 초당적 부양책 마련을 요구하는 공동 서한을 보내며 면담을 요구했다. 이들은 서한에서 바이든 대통령이 취임사 등을 통해 ‘통합’을 강조한 점을 거론하며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위기에 따른 보건, 경제, 사회적 도전에 대응하기 위해 바이든 행정부와 선의로 협력하고 싶다”고 밝혔다. 1조9000억달러 부양책 대신 6000억달러 부양책을 초당적으로 처리하자는 주문이다.브라이언 디스 백악관 국가경제위원장은 NBC 방송에 출연해 협의 가능성을 열어두면서도 “지난 11개월간 우리는 단편적 접근이 성공적인 방안은 아니라는 것을 배웠다”며 초대형 부양책을 옹호했다.

민주당과 공화당은 1조9000억달러 부양책에 완전히 상반된 시각을 갖고 있다. 공화당 지도부는 여야가 지난해 12월 9000억달러 부양책을 처리한 만큼 추가 부양책에 부정적이다. 반면 바이든 대통령과 민주당은 코로나19 백신 접종과 피해 계층, 주·지방정부 지원 등을 위해 대규모 포괄적 부양책이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법안 처리는 민주당과 공화당이 50석씩을 나눠 갖고 있는 상원에서 결정한다. 민주당은 카멀라 해리스 부통령이 캐스팅보트를 행사해야 51표로 간신히 다수당이 된다. 문제는 상원에서 공화당의 필리버스터(무제한 반대토론)를 뚫고 법안 처리를 강행하려면 원칙적으로 60명 이상이 찬성해야 한다는 것이다. 민주당과 공화당 중도 성향 의원 10명이 합심하면 공화당 지도부의 방침에 상관없이 초당적으로 추가 부양책을 통과시킬 수 있다.민주당이 상원에서 ‘예산 조정’이란 특별절차를 활용하면 부양책을 단순 과반(51표 이상)으로 밀어붙이는 것도 가능하긴 하다. 이 때문에 민주당 일각에선 이 절차를 동원해야 한다는 주장도 나온다. 하지만 그럴 경우 향후 공화당의 협조를 얻기는 더 어려워질 것으로 예상된다. 워싱턴포스트는 공화당 중도파 의원들의 제안에 대해 “초당적 협력을 강조해온 바이든에겐 시험대”라고 지적했다.

워싱턴=주용석 특파원 hohoboy@hankyung.com

핫이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