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국정원法에 '경제교란 정보수집', 경제사찰 우려 크다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이 그제 국회 정보위원회에서 단독 의결한 국정원법 개정안에 의혹의 눈길이 쏠리고 있다. 국내 보안정보 수집·작성·배포 행위를 국정원 직무에서 제외하고 관련 수사권도 없앴다지만, 정작 ‘경제질서 교란 및 방위산업 침해에 대한 정보수집 행위’를 새 직무로 추가했기 때문이다.

당장 국정원의 권한과 역할을 줄인다는 법 개정 취지에 안 맞는다는 지적을 피하기 어렵다. 새 직무 내용도 심각하다. 방위산업 침해 감시는 필요성을 인정하더라도, ‘경제질서 교란’ 정보수집은 범위를 특정하기 어려워 국정원이 마음만 먹으면 못 할 게 없다. 국정원 측 의견을 반영해 직무가 추가됐다는 얘기가 나오는 걸 보면, 국정원이 대공수사권을 내려놓는 대신 경제사찰로 방향을 트는 게 아니냐는 우려가 제기될 수밖에 없다.그동안 문재인 정부는 잇따른 경제정책 실패를 ‘누군가의 훼방 탓’으로 돌려왔다. 이를 고려할 때 국정원의 경제질서 교란 정보수집이 어디로 향할지는 자명하다. 1차로 부동산이 타깃이 될 공산이 크다. 정부·여당이 시장 교란세력을 엄벌하겠다며 감시기구로 ‘부동산거래분석원’을 출범시킬 예정이니, 첩보를 넘겨줄 곳이 필요하다고 판단한 국정원이 자임하고 나선 게 아니냐는 의구심이 든다. 벌써부터 부동산 정책에 비판적인 유튜버들이 하나둘 문을 닫기 시작했다는 소문이 돌고 있다.

논란 많은 탈원전 정책 등 에너지 문제도 정보수집 대상에 포함될 수 있다. 탈원전 반대에 대한 사찰이 행해지지 않는다는 보장이 없는 것이다. 금융도 예외가 아니다. 국정원의 정보수집 대상에 들어가는 순간 가뜩이나 정부의 개입에 시달리는 금융시장과 금융회사의 자율성은 더욱 위축될 게 뻔하다. 또한 정부의 경제전망과 관련해 크게 다르거나 비판하는 분석까지 국정원의 정보수집 대상이 될지 모른다. 경제위기론을 거론하는 것 자체가 경제질서 교란으로 간주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는 것이다. 전문가들의 목소리는 물론 언론의 자유까지 위축시킬 우려가 있다는 얘기다.

국정원법 개정안에 포함된 새 직무는 한마디로 ‘악마는 디테일에 숨어 있다’는 경구를 떠올리게 한다. 정부와 여당은 국정원의 ‘경제질서 교란 정보수집 행위’의 목적이 무엇이고 어디까지인지 국민 앞에 소상히 밝혀야 한다. 추가된 국정원 직무가 경제사찰로 이어질 우려가 큰 만큼, 본회의 심의 때 삭제하거나 그 범위를 명확히 제한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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