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선 부정' 정국혼란 키르기스, 대통령 행방 묘연…러 망명설도(종합)

대변인 "수도에 머물며 계속 직무 수행중"…의회는 대통령 탄핵 추진

야권의 총선 불복 시위로 정국 혼란을 겪고 있는 중앙아시아 소국 키르기스스탄 의회가 소론바이 제엔베코프 대통령에 대한 탄핵 절차를 시작했다. 지난 주말 총선 이후 야권의 저항 시위가 계속되고 있는 가운데 제엔베코프 대통령의 행방은 묘연해졌다.

타스 통신 등에 따르면 야당인 '아타-메켄'(조국당) 소속 의원 카니벡 이마날리예프는 7일(현지시간) "여러 의원이 탄핵을 제안하고 나섰고 일부 의원들이 (탄핵안에) 서명했다"면서 "(탄핵)과정이 복잡하지만 일단 시작됐다고 말할 수 있다"고 밝혔다.

야당 의원들은 이날 야권 시위 과정에서 새로 의회 의장에 선출된 야당 '비르 볼'(단결당) 출신의 믹티벡 아브딜다예프와 대통령 탄핵 문제 등을 논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현지 법률에 따르면 탄핵안은 전체 의원 3분의 1 이상의 찬성으로 정식 발의될 수 있으며, 3분의 2 이상이 찬성하면 탄핵이 결정된다.

일부 언론은 이날 키르기스스탄 국가안보회의 관계자를 인용해 야권 시위 사태 이후 제엔베코프 대통령의 소재가 파악되지 않고 있다고 전했다.

일각에선 그의 러시아 망명설도 제기됐다. 그러나 이같은 보도에 대해 제엔베코프 대통령 대변인은 러시아 타스 통신에 대통령이 비슈케크에 머물고 있으며 계속해 직무를 수행하고 있다고 밝혔다.

그는 대통령이 모든 정치 세력과 직접 협상을 벌이고 있다고 전했으나 협상이 어디에서 열리고 있는지에 대해선 언급하지 않았다.

대변인은 또 대통령이 아브딜다예프 의회 의장과 자신에 대한 탄핵 문제를 논의했다면서 "대통령은 가장 중요한 과제는 상황을 법의 궤도로 돌려놓는 것이며 그 이후에 현 정세와 관련한 다른 모든 문제를 논의할 준비가 돼 있다고 말했다"고 전했다. 한편 드미트리 페스코프 러시아 크렘린궁 대변인은 이날 제엔베코프 대통령에게 정치적 망명지를 제공하는 문제는 논의되지 않고 있다면서 그가 러시아에 머물고 있다는 정보도 갖고 있지 않다고 말했다.

앞서 지난 4일 치러진 키르기스스탄 총선에선 제엔베코프 대통령을 지지하는 여당과 친정부 성향 정당들이 90%에 가까운 의석을 차지하며 압승을 거둔 것으로 잠정 개표 결과 나타났다.

이에 야당 지지자 수천 명이 부정 선거를 주장하며 수도 비슈케크와 주요 지방 도시들에서 저항 시위를 벌였다.

제엔베코프 대통령은 시위 사태와 관련 "일부 정치 세력이 총선 결과를 이유로 불법적 국가권력 찬탈을 시도하고 있다"고 비난하면서도, 중앙선관위에 선거법 위반 사례를 철저히 조사하고 필요하면 선거 결과를 무효화 하도록 지시했다.

곧이어 중앙선관위는 대규모 부정 사례를 이유로 선거 결과를 무효화했고, 의회 의장과 총리가 경질되면서 야권 인사로 바뀌었다.

의회는 아브딜다예프를 새 의장으로 선출하고, 역시 시위 과정에서 석방된 야당 메켄칠(애국자당) 당수 사디르 좌파로프를 총리 대행에 임명했다.

총선 직후인 지난 5일 시작된 야권의 불복 시위는 7일까지 사흘 연속 이어졌다. 현지 보건부는 시위대와 진압 경찰 간 충돌로 지금까지 시위 참가자 1명이 숨지고 1천여명이 부상했으며 200여명이 입원 중이라고 밝혔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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