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존재감은 보였지만…여야 맹공에 '고립무원'

2차 재난지원금 지급 범위 논란 일단락
보편 지급 주장했던 이재명, 여야 모두에게 비판받아
"이재명, 복지와 재난지원금 같은 선상으로 바라봐"
이재명 경기도지사가 지난달 20일 경기도 수원시 팔달구 경기도청에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수도권 대유행에 따른 대도민 긴급호소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사진=뉴스1
정부·여당을 중심으로 번지던 2차 긴급재난지원금 지급 범위와 관련된 논란이 일단락된 가운데 이재명 경기도지사(사진)가 '홀로' 남겨진 모양새다.

지속적으로 보편 지급을 주장해 온 이재명 지사는 여야 모두에게 비판을 받았다. 정치권 일각에선 신념을 지키며 존재감은 보였지만 여론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쳤는지에 대해선 의문점을 제기하고 있다.
신동근 더불어민주당 최고위원 후보 지난달 7일 전북 전주시 전북도의회 기자실에서 실시한 간담회에서 기자들의 질의에 답변을 하고 있다. /사진=뉴스1

'친문' 중심으로 여권서 비토당한 이재명

'친문(문재인 대통령)' 지지자들을 등에 업고 최고위원에 입성한 신동근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맨 앞에서 이재명 지사에게 비판을 쏟아냈다.

신동근 의원은 지난 4일 이재명 지사를 향해 "철학으로 보나 정책으로 보나 납득이 안 가는데 왜 미련을 못 버는가. 참 딱 하다"며 "이미 (재난지원금 지급 대상 문제는) 끝난 게임이다. 주먹을 날리려면 때론 뒤로 물러나야 한다"고 비판했다. 이어 "하지만 너무 물러나면 주먹을 날릴 수 없다"며 "이재명 지사가 철학도, 정책도 없이 납득 안 가는 주장을 고집하고 있다"고 덧붙였다.같은 당 진성준·홍익표·양향자 의원 등도 이재명 지사의 보편 지급 노선에 이해할 수 없다는 반응을 보였다. 진성준 의원은 "더 심각한 상황이 올 수도 있기 때문에 재정 여력을 남겨둬야 한다"며 "가장 시급한 지원이 필요한 부분으로 한정해서 가는 게 어떠냐는 생각"이라고 전했다.

양향자 의원은 "꼭 필요한 사람에게 지급됐으면 좋겠다"고 했으며 홍익표 의원은 "기본소득 개념처럼 다 주는 것이 아니라 재난이기 때문에 피해에 따라서 줘야 되는 핀셋 지원"이라고 강조했다.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가 지난달 24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사진=뉴스1

야권에서도 이재명 향해 '맹공'

야권에서도 이재명 지사를 향한 공세가 이어졌다.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는 지난 7일 "우리 안의 작은 이기심을 자극하고 선동하기보다, 어려운 분들의 삶의 질에 더 집중해달라"며 이재명 지사를 '저격'했다.

그는 "어려운 분들에게 정책의 초점을 맞추어 좀 더 나은 분들의 삶에 비해 너무 기울어지지 않도록 노력하자"며 "이재명 지사님은 국민들이 가난보다 불공정에 더 분노한다고 말씀하셨다. 맞는 말씀이지만 십만 원 받고 안 받고 이전에, 더 크게 분노하고 있는 불공정이 만연하다"고 지적했다.

하태경 국민의힘 의원은 같은 날 "이재명 지사가 전 국민 긴급재난지원금 주자는 자신의 주장을 수용 않는다고 문재인 대통령을 저주했다가 친문 지지자들의 비난을 받고 곧바로 태도가 돌변했다"며 "'정부 향한 원망과 배신감이 불길처럼 번진다'가 '오로지 충심으로 따른다'로 바뀌는데 한나절도 걸리지 않았다"고 전했다.
이낙연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지난 7월30일 경기도청에서 이재명 지사와 만나 간담회를 갖기 전 반갑게 인사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이재명, 존재감은 보였지만…"

문재인 대통령마저 재정 문제를 언급하며 이재명 지사의 주장에 힘을 싣지 않은 상황. 정치권 일각에선 이재명 지사가 이낙연 대표와 대립되는 구도에서 존재감은 보였지만 당내 인사들에게 호소력 있는 모습을 보이지 못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이재명 지사가 민주당의 주요 가치인 '보편 복지 노선'을 앞세우며 재난지원금 지급에 있어서도 보편 지급을 주장했지만, 복지 정책과 재난지원금은 비교 대상이 아니라는 것이 당 내외 평가다.
민주당 소속 한 의원 : 이재명 지사가 보편 복지와 기본소득에 있어서는 늘 존재감을 보여왔던 인사다 보니 이번에도 적극적으로 목소리를 낸 것으로 보인다. 다만 재난지원금과 복지 정책, 기본소득은 다르게 봐야 한다는 목소리가 당내에 퍼져 있는 상황이다.
조준혁 한경닷컴 기자 presscho@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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