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지원, 대북송금 이면합의 의혹에 '원론적 논의 있었다'고 해"

통합 하태경, 비공개 인사청문회 박지원 발언 공개
朴 "합의문 작성·서명 안해"
박지원 국가정보원장 후보자는 27일 2000년 남북정상회담 과정에서 30억 달러 규모의 대북 지원에 대해 '이면 합의'를 했다는 의혹과 관련, 남북 간 논의가 있었다는 사실을 인정하면서도 합의문 작성은 이뤄지지 않았다는 취지의 답변을 한 것으로 전해졌다.국회 정보위원회 미래통합당 간사인 하태경 의원은 비공개 인사청문회를 마친 뒤 언론 브리핑에서 이 같은 내용의 박 후보자 발언을 소개했다.

박 후보자는 비공개 청문회에서 "2000년 3월 8일 싱가포르에서 (북측 특사와) 1차 접촉이 있었고 (3월 17∼18일) 상하이에서 2차 접촉이 있었다"며 "그때 북한은 협력 지원을 요구했지만 남측은 현금지원이 안 된다고 했다"고 밝혔다는 것이 하 의원의 설명이다.

박 후보자는 "(남측은) 대신 아시아개발은행(ADB), 국제부흥개발은행(IBRD)이나 민간 사업가 등의 투자 자금으로 20억∼30억 달러 대북 투자가 가능하지 않겠냐라는 원론적인 이야기를 했다"고 말했다고 하 의원이 전했다.하 의원은 "이런 이야기를 (남북 간에) 했다는 건 인정한 것"이라며 "즉, 합의문의 내용은 (남북이) 언급했지만, 실제 합의문을 작성하지 않았고 서명하지 않았다는 것이 박 후보자의 답변"이라고 설명했다.

박 후보자의 이런 답변은 하 의원이 대북 송금 특검 당시 판결문을 인용, "우리 정부는 북한이 남북정상회담에 응하면 쌀·비료 등 인도적 지원을 하겠다고 약속했고, 향후 20억∼30억 달러에 상당하는 사회간접자본시설(SOC) 지원도 가능할 것이라 제안했다"고 지적하는 과정에서 나왔다.

통합당은 청문회에서 박 후보자가 2000년 6·15 남북정상회담 성사 과정에서 총 30억 달러를 북한에 별도로 제공하는 '4·8 남북 경제협력 합의서'에 서명했다는 '이면 합의' 의혹을 제기했다.통합당이 공개한 합의서 사본에는 ▲ 2000년 6월부터 3년간 25억 달러의 투자 및 경제협력 차관을 (북한의) 사회간접자본 부문에 제공한다 ▲ 남측은 남북정상회담을 계기로 5억 달러를 제공한다 등의 내용과 당시 남측 특사였던 박 후보자와 북측 송호경 조선아시아태평양위원회 부위원장의 서명이 담겨있다.

그러나 박 후보자는 "위조서류"라며 관련 의혹을 부인했다.

나아가 박 후보자는 '이면 합의가 사실이면 후보에서 사퇴하라'는 통합당 주호영 의원의 요구에 "제 인생과 모든 것을 걸고 책임지겠다"고 말하기도 했다.박 후보자는 앞서 북한에 5억 달러를 송금한 혐의로 실형을 선고받고 복역했으나, "대법원 판결에 승복은 하지만 사실이 아니다"라며 "저는 북한 불법 송금과 관계가 없다"라고 밝혔다.

박 후보자는 청문회가 끝난 뒤 기자들로부터 '서면합의가 조작이라는 입장에 변함이 없느냐', '합의서 작성 사실이 없느냐'는 질문을 받았지만 대답하지 않은 채 자리를 떠났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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