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장변화 못 따라가는 '자본시장 위법' 판단

현장에서

안효주 지식사회부 기자
시장은 변화를 거듭한다. 자본시장도 마찬가지다. 시간이 지날수록 거래 형태와 수단이 고도화된다. 이를 둘러싼 법적 분쟁도 더 첨예해지고 있다. 현행 법으로 ‘위법이냐 합법이냐’를 따지기 힘든 자본 거래가 많다고 법조인들은 입을 모은다.

지난달 26일 대검찰청 검찰수사심의위원회가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에 대한 검찰 수사를 두고 ‘불기소 권고’ 의견을 낸 것도 이 부회장을 둘러싼 시세조종 및 회계부정 혐의 적용이 쉽지 않았기 때문이라는 게 법조계의 해석이다.주가 시세조종이 자본시장법 위반으로 처벌받기 힘든 것은 ‘인위적인 의도를 가졌냐’를 판단하기가 힘들기 때문이다. 주식 가격을 인위적으로 조작하는 방법은 여러 가지가 있다. 허위 정보 유포를 비롯해 실제 사고팔 의도가 없지만 겉보기엔 주식이 활발히 거래되는 것처럼 만드는 ‘가장매매’, 세력끼리 물량과 가격 등을 사전 담합해 주가를 조작하는 ‘통정매매’는 명백한 위법이다. 그러나 현실에선 거래의 외관만으로는 불법성을 따지기 힘들다는 게 중론이다.

대형 로펌에 근무하는 한 금융 전문 변호사는 “진짜 투자활동인지, 아니면 시세를 조작하기 위한 것인지 파악하기 어렵다”며 “어떤 ‘의도’가 있었는지 보여줄 수 있는 증거가 유·무죄를 판단하는 관건”이라고 말했다.

삼성 측은 이 부회장이 2015년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합병 당시, 공시를 지연하고 주식매수청구 기간 중 주가 방어에 나섰다는 검찰의 주장에 대해 “당시 불법적 시도는 없었으며, 이 부회장은 관여한 바 없다”고 주장하고 있다.전문가들은 삼성바이오로직스를 둘러싼 회계부정 문제도 위법성을 따지기 쉽지 않다고 말한다. 국내 기업들의 회계기준은 2011년 유럽식 국제회계기준인 한국채택국제회계기준(K-IFRS)으로 바뀌었다. 한국채택국제회계기준의 경우 회사가 자율적으로 원칙을 정해 회계처리를 한 뒤 회계법인에 승인을 받는 방식을 따른다. 전삼현 숭실대 법학과 교수는 “당시 바이오산업은 새로 도입된 회계기준에 따라 회사가 자산을 자체적으로 평가·반영할 때 마땅히 참고할 만한 선례가 없었던 새로운 분야였다”고 말했다.

joo@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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