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찰' 흉작, '황금맛찰' 불안…고민 깊은 옥수수 고장 괴산

소비자 입맛 잡은 대학찰옥수수 수술 대 웃자라는 피해 잇따라
신품종 '웰빙옥수수' 식감 덜하고 소비자 반응도 검증 안 돼

충북 괴산은 전국적으로 유명한 옥수수의 고장이다.
이 지역 출신 대학교수가 이곳 토양과 기후에 맞게 개발한 대학찰옥수수가 1991년 보급되면서부터다.

장연면 방곡리에서 재배를 시작한 이 품종은 부드럽고 쫄깃한 식감을 앞세워 소비자 사랑을 독차지했고 이내 강원도 미백 옥수수와 함께 국내 옥수수 시장을 양분했다.

대학찰옥수수가 짭짤한 소득을 올리자 재배하는 농가도 급속도로 늘었다. 지난해 기준 1천900여 곳의 농가가 1천160여㏊에서 1만500t의 옥수수를 생산하는데 대부분 대학찰옥수수를 재배한다.

옥수수 농사를 통해 거둬들이는 농가 수입만 한 해 200억원이 넘는다.

3∼4월 모종을 심어 7∼8월 출하한 뒤 가을배추로 갈아 심을 수 있는 이모작이 가능한 것도 농민에게는 매력적이다. 그러나 몇 해 전부터 이 품종에서 이상 징후가 나타나면서 농민들의 고민이 깊다.

줄기가 제대로 자라지도 않은 상태에서 수술 대가 올라오고 곁가지가 뻗어 농사를 망치기 때문이다.
장연면 추점리에서 옥수수 2만1천㎡를 재배하는 유상민(40)씨는 지난달 무릎까지 자란 대학찰옥수수를 모두 뽑아냈다. 수술 대가 일찍 올라와 제대로 된 옥수수 결실을 기대할 수 없었기 때문이다.

유씨뿐이 아니었다.

장연면 50여 곳의 농가가 비슷한 피해를 보았다.

농민들은 "잎줄기가 대학찰옥수수와 달리 세로 줄무늬가 짙고 곁가지가 많이 올라와 완전히 다른 종자 같다"고 불량 종자 의혹을 제기했다.

농민들은 지난 1일 종자 공급업체 관계자들을 불러 따졌으나 속 시원한 답변은 듣지 못했다.

지난 4월 아침 최저기온이 영하권으로 떨어지는 이상저온으로 피해를 본 것 같다는 답변만 들었다.

농민들은 "재고로 남겨뒀던 지난해 생산 종자를 심은 밭은 피해가 없었다"며 "이상저온 탓으로 몰아갈 게 아니다"라고 반박했다.

농민들은 3~4년 전부터 이런 현상이 나타나기 시작했다고 말한다.

공교롭게도 대학찰옥수수 종자의 보급이 확대되기 시작한 시점이다.

괴산에만 공급하던 대학찰옥수수 종자는 2016년부터 전국에 보급되기 시작했다.

농민들은 보급 물량이 급속히 늘면서 불량 종자가 많아진 것 아니냐는 의구심을 드러냈다.

여전히 소비자 입맛을 사로잡고 있지만 잇따른 흉작에 농민들은 "대학찰옥수수 심기가 겁난다"고 토로했다.

괴산군이 대학찰옥수수 명성을 이어갈 신품종으로 황금맛찰옥수수를 개발했지만, 농민들은 선뜻 품종 바꾸기를 꺼린다.
지난해 처음 보급돼 아직 검증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괴산군이 농촌진흥청 국립식량과학원과 손잡고 개발한 이 품종은 대학찰옥수수보다 항산화 성분인 카로티노이드 함유량이 8배 많아 노화 방지, 인지능력 강화, 항암 효과가 있는 '웰빙 옥수수'로 평가받는다.

농촌진흥청과 국유 품종 보호 전용 실시권 계약을 맺어 괴산에서만 재배할 수 있는 독점권도 있다.

그러나 대학찰옥수수보다 껍질이 질겨 식감이 다소 떨어진다.

강풍에 약해 산지인 괴산지역에서 재배할 경우 피해를 키울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혼종이 발생할 수 있어 대학찰옥수수 등 다른 품종 옥수수와 200m 이상 거리를 두고 심어야 하는 것도 문제다.

지난해 여덟 농가에서 3㏊를 시험 재배한 뒤 올해 78곳의 농가(16㏊)가 본격 재배에 나선 터라 소비자들의 반응도 확인되지 않았다.

농민들은 "소비자에게 알려지기까지 시간이 필요하다"며 "아직은 판로가 제대로 형성되지 않아 수확해 놓고 팔리지 않으면 낭패"라고 우려했다.

이래저래 옥수수의 고장 괴산 농민들의 고민이 커지고 있다.

그러나 괴산군 농업기술센터 관계자는 "항산화 성분이 풍부하고 단맛이 강한 데다 괴산에서만 독점적으로 생산할 수 있다는 것이 황금맛찰옥수수의 장점"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농민들이 우려하는 단점을 보완할 수 있는 재배 기술을 개발하고 적극적인 홍보를 통해 판로를 확대, 황금맛찰옥수수를 괴산의 명품 작물로 육성하겠다"고 말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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