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 기업인을 범죄자 취급하는 이상한 시선들

코로나 사태 탓 벼랑끝 몰린 경제
기업에 힘실어 신산업 활성화 절실
억지수사로 기업인 옭아매선 안돼

전삼현 < 숭실대 법학과 교수 >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가 장기화되면서 한 번도 경험하지 못한 일들이 발생하고 있다. 특히 미국의 무한대 양적완화는 한국에도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고 있다. 분명한 것은 있다. 각국이 찍어내는 화폐의 양만큼 세수가 증가한다면 크게 문제가 되지 않을 수 있다. 유감스럽게도 이런 예를 찾아보기는 어렵다. 한국도 예외는 아니다. 무역의존도가 높은 한국으로서는 달러를 벌어들이는 국내 기업들이 분발하지 않는 한 더 큰 어려움에 맞닥뜨릴 수 있다. 기업들에 힘 실어주기가 시급하다는 얘기가 설득력을 얻는 이유다.

최근 검찰의 기업인 수사는 이런 정서와는 정반대로 가고 있는 듯하다. 지난 4일 검찰이 삼성바이오로직스(삼바)의 분식회계 건을 이유로 이재용 부회장의 구속영장을 청구한 것이 대표적인 예다. 물론 명백한 위법 사실이 확인됐다면 구속수사해도 놀랄 일은 아니다. 그러나 금융위원회가 1년6개월 전에 고발한 사건을 갖고 이제 와서 부정거래, 시세조종 등의 혐의를 추가해 구속영장을 청구한 것을 보고는 놀라지 않을 수 없다. 부정거래, 시세조종 등의 혐의를 추가했다는 것은 검찰이 별건수사를 하고 있다는 징후이기도 하기 때문이다.일각에서는 분식회계를 했다는 자백을 받기 위해 별건수사라도 해야 한다는 의견이 있을 수 있다. 그러나 처음부터 별건수사를 예상한 정치공학적 수사라는 의견도 설득력이 있다고 본다. 분식회계란 허위공시(사기행위)를 해 투자자에게 손해를 입혔기 때문에 처벌하는 범죄다. 즉, 삼바의 자산재평가로 인해 누군가가 손해를 봤어야 분식회계 죄가 적용된다. 그러나 삼바는 종속회사인 삼성바이오에피스의 합작사인 바이오젠의 콜옵션 행사에 대비하기 위해 관계회사로 전환하면서 자산을 재평가했기 때문에 사기행위에 대한 알리바이는 이미 성립한 것이다. 자산재평가 방법도 국제회계기준(IFRS)에 따라 삼바가 회계기준을 마련했고, 회계법인이 동의했으며, 금융감독원도 이를 승인하는 등 여러 면에서 사기와는 무관한 점이 많다.

그럼에도 검찰은 자산이 약 4조5000억원 증가해 삼바의 지배회사인 제일모직의 최대주주인 이 부회장이 삼성물산 합병으로 인해 이익 본 것을 문제삼고 있는 듯하다. 그러나 문제는 이 부회장만 이익을 본 게 아니라는 점이다. 다른 주주뿐만 아니라 정부도 세수 증가로 이익을 봤고, 외국 투자자인 바이오젠도 이익을 봤다. 더 나아가 회계법인은 물론 법률을 자문한 법무법인, 근로자도 수혜의 주체다. 이는 분식회계의 범죄 성립 요건인 사기행위(허위공시)와 피해자 손해 발생이란 두 가지 요건 모두 충족되지 못했을 가능성이 높다는 것을 의미한다.

물론 피의자 중 누군가의 자백을 받으면 요건 중 하나는 충족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럼에도 여전히 피해자 손해 발생 요건을 충족시키기는 어려울 수 있다. 오히려 검찰이 강압 수사로 자백을 강요했다는 비판에 직면할 가능성이 더 크다. 추정컨대 지난 4일 구속영장을 청구하면서 부정거래 및 시세조종 혐의를 추가한 것도 이와 무관치 않은 것으로 보인다. 이 부회장 등 기업인을 범죄자 취급해서 상당한 기간 동안 검찰 수사라는 울타리 안에 가둬놓으려는 의도가 읽히는 것이다.

4차 산업혁명이라는 말을 언급하지 않더라도 향후 바이오가 새로운 먹거리 산업이라는 점과 새로운 먹거리 산업이 성장해야 한국이 경제위기를 극복할 수 있다는 점에 이의를 제기할 이는 없을 것이다. 이런 점에서 신산업을 주도하는 기업인을 별건수사까지 하면서 장기간 검찰 수사 울타리 안에 가두려는 의도가 궁금해진다. 역사적으로 가난한 나라일수록 국가 권력이 강했다. 혹시 현 정권은 대한민국을 가난한 국가로 만들려는 의도가 있는 것인지 한 번 묻고 싶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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