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로 맞은 경영 위기…'무형자본' 활용해 넘어라

경영학 카페

임직원 역량과 아이디어
고르게 투입 될 수 있는
메커니즘 구축이 필요

구성원들의 사회적 자본과
긍정 심리로 가치경영 재확립
옛 동료를 만났다. 한 다국적 기업에서 지사장을 하다가 국내에서 기업을 경영하고 있는 친구다. 전대미문의 바이러스가 악령처럼 여전히 따라붙는 위기상황을 극복하느라 새벽 2~3시면 눈이 떠지고 도통 잠을 이루지 못한다는 것이다. 요즘 최고경영자(CEO)들의 얘기를 들어보면 이와 비슷하다. 가슴은 먹먹하지만 기업은 대규모 무급휴직, 정리해고 등 긴축경영 카드를 꺼낼 수밖에 없는 상황인 것 같다.

그러나 역설적으로 경영자에게는 긴축경영을 통해 조직 내의 눈에 보이지 않는 무형자본을 재점검하고 적극 활용해야 할 중대한 시점이다. 전문가들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로 인한 위기와 파장은 이제 시작이라고 말한다. 위기 극복은 물적 자본으로 시작되겠지만 무형자본에 의해 완성될 것이다. 무형자본이란 기업 내의 인적 자본, 사회적 자본, 그리고 긍정심리 자본으로 구성된다. 위기 속에서도 이들 무형자본을 반드시 챙겨야 한다.인적 자본이란 ‘내가 무엇을 알고 있는가’에 관한 것이다. 개인의 교육 수준이나 기술, 지식을 포함한 전문적인 경험을 의미한다. 기업 경쟁력은 개별 구성원들 인적 자본의 총합이라고도 한다. 사회적 자본은 ‘내가 누구를 알고 있는가’에 관한 것이다. 개인 사이의 협력을 가능케 하는 구성원들의 공유된 제도, 규범, 네트워크, 신뢰 등으로 사람 간의 구조적 관계라는 사회 네트워크 안의 내재된 자원으로부터 형성된 새로운 형태의 자본이다. 긍정심리 자본이란 ‘내가 누구인가’에 관한 것이다. 긍정적인 심리가 개발된 상태로 자신의 정체성에 집중해 잘하는 것을 더 잘하게 만드는 기능을 한다. 희망, 효능감, 회복탄력성, 낙관성이 그 주를 이룬다.

재정도 부족한데 전통적인 인재육성 활동에 자원을 투자하라는 얘기는 아니다. 임직원의 역량과 아이디어가 고르게 비상경영 프로젝트 등에 투입될 수 있는 메커니즘 구축이 필요하다. 이런 활동을 뒷받침해 주는 내부 커뮤니케이션 모임이나 학습조직 운영을 병행해 투명하게 정보가 흐르고 부서와 부서 간에 구조적인 공백이 발생하지 않도록 관리해야 한다. 리더는 모두가 동일한 수준의 위기감과 이해도를 갖도록 도와야 한다. 불필요한 불안감과 근거 없는 루머에 지배당하지 않도록 예방할 필요도 있다.

핵심 인재를 잃지 않도록 문단속하는 것도 잊지 말아야 한다. 새로운 제도를 만들기보다는 기존의 구태의연하고 불필요한 관행과 관습을 제거하는 데 이 시기보다 더 좋은 때가 없다.
대한민국에는 위기 극복의 DNA가 있다. 세계는 우리를 보고 ‘참 이상한 나라, 한국’이라고도 부른다. 그런데 결국 알고 보면 ‘참 이상한 나라’는 우리 국민들의 인적 자본, 사회적 자본 및 긍정심리 자본의 결정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 자본들은 참으로 이상하다. 물질 자본은 쓰지 않으면 남아 있지만, 이 무형자본은 안 쓰면 그냥 소멸된다. 그런데 사용할수록 자본은 상호작용도 하고 시너지를 만들어 낸다. 그래서 구성원들의 몰입도도 높이고 성과도 향상시키는 기능을 한다는 것이 연구 결과다. 무형자본이 기업 안에서 결집돼 다시 한 번 빛을 발하기를 고대한다.

한준기 < IGM세계경영연구원 교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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